(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모 신문사 기자가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대학동문 골프 최강전’에 출전해 달라고 한다. 우승을 먹으면 모교 동창회에 장학금이 전달된다고 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받는 격이 아닌가. 물론 순위에 든다면 말이다. 남녀공학 대학 1등이 800만 원이고, 여자 대학 1등은 500만 원이다. 2등도 300만 원에, 3등도 200만 원이란다.
“꼴찌하믄,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건가요?”
“예선 탈락 학교는 언급되지도 않으니, 그냥 즐기다 가시면 됩니다.”
기자님, 말이라도, ‘무슨 겸손의 말씀이십니까. 명성을 들어서 아는데, 실수만 아니면 상위권에 들겠지요’, 이렇게 좀 이쁘게 해주면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을 일 아닌가요?
작당할 선수를 차출하려고 대학 동문 골프 모임에 알렸다. 후배들이 나더러는 빠지라고 한다. 모교 동창회의 추천을 받아서 정식 출전을 해야지, 함부로 날뛰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항변했다.
“학교 동문회에 협조문을 보냈으나, 신청 마감일인 8월말까지 꿩 구워먹은 소식이라, 신문사 기자가 내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거야. 대회 개최일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며 여자 대학들의 신청이 저조하니 선수 2명만이라도 참가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거야. 좀 즐겨볼까 하는 차원에서 출동하려는 거지.”
“언니, 거기는 동네 대회가 아니에요, 대학 최강 팀을 선발한다잖아요.”
돌아보니 월례회 때면 메달리스트는 도맡아 하는 후배였다. 그녀는 ‘악착같이 좋은 기록을 내서 학교의 명예를 빛내고, 조국을 빛내고, 나라를 구하고’ 머 그런 종류의 말을 참고 있는 듯 했다.
“두 팀 참가해 달라더라. 너희들 싱글 핸디캐퍼들은 ‘에이스 전투조’로 하늘을 날아라, 나는 ‘찌질 조’로 땅으로 기어갈게.”
여성 팀은 선수 2인에 후보 1인이 한 조다. 베스트 2인의 점수로 4강 진출이 결정된다. 염탐한 바에 의하면 9개 대학의 여성들이 출전했단다.
“다른 대학은 다 한 팀씩이지만, 우리 대학은 2팀이니 선수층이 두텁잖아.”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중언부언하는데, 후배가 선배 말을 톡 자른다.
“두터우면 머해요? 에이스 2명이면 충분한 거지.”
에이스조와 찌질조로 두 팀이나 나갔지만…
우리 찌질조 3명은 핸디 17, 에이스 전투조 3인은 핸디 12로 기재를 해서 신청서를 보냈다. 핸디를 8로 내밀고 시합에 참가하는 여성도 있다고 세작이 알려준다. 프로 지망생이 아닐까. 나보다, 아니 우리 팀보다 20년 혹은 30년 쯤 젊은?
얼마 전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이 스피닝바이크 대회에 출전했다. 남성 하나에 여성 여섯의 혼성 7인조를 이루어 진땀 마른땀 뻘뻘 흘리며 전력투구 연습했단다. 나에게 연습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전송했기 때문에 내가 다 안다. 여섯 명 여성이 적게는 5년 많게는 15년은 그보다 젊었다. “같이 연습하는 시간이 천국”이라는 자랑도 했다. 그가 대회 출전한 동영상을 내게 보내왔다. 딸아이가 촬영 기사였다.
“대단해요. 입상했어요?”
“다른 출전 팀이 우리보다 20년은 젊어요. 당연히 꼬올등 했죠.”
그가 너무도 즐거운 듯,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나는 작가이다. 골프 칼럼도 쓴다. 골프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취재한다. PGA골프대회도 도시락 싸들고 갤러리로 참관한다. 몇몇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 나간 적도 있다.
그렇다. 실전 골프 대회만큼 작가에게 좋은 글감이 또 있을까. 비록 꼴찌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