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골프칼럼니스트 협회의 이사장을 지내셨던 김덕상 님이 작고하셨다. 세상을 하직하기에는 너무도 꽃다운 나이, 67세에….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그분은 나하고도 몇 번 동반 라운드를 했었다. 그는 감탄할 만큼 퍼팅 감각이 좋으셨다. 18번 마지막 홀에서 파온에 원퍼트로 버디를 잡은 그에게 내가 말했다. “참말로 퍼트가 좋으십니다. 그린에서 아주 긴 것도 투 퍼트 이내로 구멍에 다 집어넣으시는데….”
내 칭찬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받아줬다.
“우리 마누라도 늘 내 빠따가 죽여준다고 그럽니다.”
“드라이버로 두 자릿수, 웨지로 싱글”
골프라는 스포츠에서는 드라이버를 잘 써야 화려한 세 자리 타수에서 얌전한 두 자리로 진입을 한다. 드라이버에 더하여 여성은 페어웨이 우드, 남성은 미들아이언을 솜씨있게 잘 다루면 기록 숫자는 90 아래로 내려간다. 입은 가벼워지면서 주위의 초보자들에게 별의별 참견을 다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웨지에 능숙해지면 싱글핸디캡퍼가 된다. 바야흐로 대부분의 골퍼들이 하룻밤 연인을 품기보다 골프라운드 한 번을 더 선호할 만큼 골프와 연애에 빠지는 단계이다. 한 발자국만 나아가면 이븐파든, 언더파든 손아귀에 들어온다는 확신이 선다. 피나게 노력한다. 스코어카드에서 이븐파가 보일 듯 말 듯 애를 태운다.
아아, 결국은 퍼팅인가. 200미터도 1타, 2센티미터도 1타라는 퍼팅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진정한 싱글핸디캡 골퍼가 된다. 그 경지에 이르면 익은 벼처럼 겸손하게 머리도 숙이고 헤드업도 안 한다. 구력으로 최소 10년, 라운드 횟수로 최소 1000라운드쯤일까.
내가 연구-관찰하고 정의한 바, 싱글핸디캡 골퍼는 진짜로 퍼팅 솜씨가 죽여준다. 고인은 수년 전에 1500회 골프 라운드 기념식을 했다. 주위에서 많이많이 부러워했었다.
아마추어 골퍼들 중에는 버킷리스트 목록에 ‘골프 라운드 1500회’ 아니 2000회 3000회를 올려놓고 매진하는 골퍼도 있을 것이다. 1500회 정도는 그리 어려운 과업은 아니다. 평생 즐기는 스포츠임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라운드 한 번이면 30년이고, 일주일에 2회 라운드라면 15년에 1500라운드를 채운다. 아마 나도 평생 1500회 라운드는 하지 않았나 싶다.
친정엄마와 교외로 나가 식사를 했다. 평일 낮 시간에는 노인을 모시고 한적한 교외에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이 제법 눈에 띈다. 2002년 서울 월드컵만 보고 죽으면 여한이 없으시다던 아버지는 월드컵 이후로 14년을 더 사시다가 3년 전에 돌아가셨다.
3000라운드 가능할까
“얘야, 노인들이 나이가 여든이 넘으면 죽어야 하지 않니?”
노인네들이 돌아다니는 모양이 보기 안 좋다고 하신다.
“엄마, 엄마가 몇 살인 줄 아세요?”
엄마는 내 물음에 대답을 못하신다. 세월을 잃어버리셨다.
“엄마는 여든도 넘고 아흔도 넘었어요. 아흔 하고도 네 살을 더 드셨어요.”
“내가? 내가 언제 그렇게나 나이를 먹었대니?”
매번 만날 때마다 나누는 대화라서 엄마의 나이에 대한 느낌은 밋밋하다. 여든 즈음에는 여든 세 살에 죽어야겠다고 하셨고, 이미 당신의 연세를 잊은 여든 아홉에는 꽃피는 내년 봄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처럼 소원 수명에서 14년 쯤 더 사실 것 같다. 백수를 훨씬 넘기실 것 같다.
장수 유전자를 물려받은 나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나는 3000라운드쯤 할 수 있을까.
‘3000회 기념 라운드를 하는 101살에 101타의 에이지슛’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