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7월 20일~9월 1일 아트선재센터 전시장 2층에서 구동희 개인전 ‘딜리버리’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전시의 ‘재생길’, 그리고 2017년 샤르자비엔날레에 소개된 ‘재생길II – 비수기’에 이어 전시 공간과 이를 둘러싼 장소의 물리적인 형태 및 사용의 맥락을 활용한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이뤄진다.
‘재생길’(2014)이 서울대공원에 대한 작가의 기억과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를 바탕으로 철골 구조물을 사용한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구조물을 구성하고, 2017년 샤르자비엔날레에서 전시 공간 주변의 건축적 형태와 샤르자의 기후를 반영한 구조물을 제작했다면, ‘딜리버리’는 누구에게나 일상적인 일이 된 배달, 배송에서부터 출발한다.
구동희는 이처럼 일상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지점을 포착하고 이를 공간에서의 설치와 영상 이미지로 변환해 실제의 현상 이면에 있는 사실이나 비가시적인 세계의 입체적 구조를 드러내 왔다. ‘딜리버리’에서는 복잡한 이동의 망과 그 경로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 및 그 속도의 변형을 전시장 안으로 불러들이고, 아트선재센터 특유의 건축적 구조를 참조해 영상과 설치가 포함되는 통합된 작업을 소개한다. 또한, 이전에 언급한 모든 작업(전시)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닌 관객이 이동하면서 몸으로 하는 경험을 강조한다.
한국은 배달서비스를 폭발적으로 소비하는 사회로 인터넷과 1인 가구의 확대, 운송 시스템의 발달에 따라 불가능한 품목이 없을 정도로 배달이 확대됐다. 압축 성장의 한국 사회에서 속도는 배달에 있어 그 어느 서비스 분야보다 중요한 척도로 기능한다. 주문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총알 배송이라는 이름이 붙은 속도 경쟁에, 품목을 가리지 않은 음식 배송은 일상이 됐다.
평범한 사건과 경험으로부터 작업의 대상을 구하는 구동희는 이번 전시에서 배달이라는 현상을 조명하지만, 그 현상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나 비평을 중심으로 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배달 특유의 속도감을 변형하고, 이를 둘러싼 환경에서 다양한 시점을 전환하고, 배달의 움직임을 차용하고, 또 그 시간을 왜곡하면서 이를 전시장 안을 이동하는 관람객의 경험으로 치환한다.
이 같은 모티브를 영상, 설치와 같은 시각적인 구조물로 전환하기 이전 작가는 TV, 인터넷 등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그리고 검색과정에서 발견되는 실제 이면의 특이한 지점을 수집해 이를 왜곡된 이미지로 축소, 확대하거나 다른 이물이나 현상과 접합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들은 시점 전환으로 크기와 공간감이 계속 변하는 설치와 만나며 기묘한 감각적 경험을 배달한다.
아트선재센터 측은 “이번 전시는 오랜만에 작가가 총체적인 공간의 설치를 통해 또 다른 감각의 전환을 꾀하는 자리”라며 “처음과 끝이 이어져 있고, 안과 밖이 겹쳐져 있으며, 실제와 그 이면이 맞대고 있는 이 기묘한 세계는 평면에 담긴 이미지만으로는 그 굴곡을 파악하기 어려운 몸의 체험으로 관람자들을 초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