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당면 과제를 예술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허그’전이 사비나미술관에서 7월 18일~11월 3일 열린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약 800만 종이고, 그 중 인간이 저지른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최대 100만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수십 년 안에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종의 존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됐다. 그렇다면 지구 보존을 위한 21세기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사비나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명체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에 참여한 고상우, 김창겸, 러스 로넷 세 작가는 국적도, 나이도, 작업 방식도 각각 다르지만, 오랜 기간 진화를 겪으며 인간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온 생명체들과 공존과 상생을 실천하는 메시지를 예술로 전달하자는 데 생각이 일치했다. 해외 환경 NGO 단체들과 멸종동물에 관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러스 로넷의 제안으로 멸종위기동물이 주제인 작품을 새롭게 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세 작가는 국립생태원의 자료제공 및 연구원들의 자문을 받으며 아이디어 공유,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자신만의 시각으로 멸종위기동물을 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네거티브 필름을 반전시키는 과정에서 변환된 색과 빛을 이용하는 고상우는 사진과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을 혼합 사용한 믹스미디어 기법으로 멸종위기동물의 영혼과 생명력을 포착한다. 반전된 동물 사진 위에 디지털 드로잉으로 작업한 작품들은 동물의 움직임, 표정, 털 한 올 한 올까지 되살려 사실성을 강화하고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동물의 몸에 그려진 하트다. 마음, 심장, 사랑, 희생, 생명을 상징하는 하트는 생명의 원천이며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작가는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몸에 하트를 새겨 그들도 인간처럼 영혼을 가진 사랑스런 존재라는 점을 인식 시킨다.
러스 로넷은 전 세계를 이동하면서 각 나라 건물 외벽에 멸종위기 동물이 주제인 영상을 비춰 동물이 처한 위험의 심각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촉구하는 영상설치 프로젝트 홀로세(Project Holocene)’를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프로젝트 홀로세 기록물을 담은 영상을 포함해 멸종위기 동물을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유화, 드로잉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동물의 영혼을 포착해 표현하는 러스 화풍의 동물초상화에는 인간 중심의 환경권 틀을 뛰어 넘어 지구생태계 전체를 전일적(Holistic)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하는 실천가로서의 예술철학이 담겼다.
3D 애니메이션과 영상, 오브젝트를 결합해 생태계 에너지를 표현하는 김창겸은 이번 전시에서 전통문양의 꽃 형상과 꽃을 도상화한 만다라 우주를 창조해 인간과 멸종위기동물이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를 받아드리는 치유의 미술을 선보인다. 그는 만다라가 내면의 조화와 치유, 행복을 찾아가는 미술치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첨단 3D 기술로 탄생한 다채로운 꽃문양의 플라워 만다라는 돌봄을 통해 성숙해지는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적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전시장 3층에 마련된 허그 플러스(HUG PLUS)는 AR(증강현실)을 통한 지구 생태계의 파괴를 경험할 수 있는 융복합적 작품과, 환경에 대한 인식의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등 국립생태원에서 제공한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를 활용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아카이브 전시 존을 선보인다. 허그 플러스에 참여한 뉴미디어 작가 방은영, 리즈닝미디어는 공감각적인 형태로 환경 문제를 느끼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7월 31일~8월 2일 사비나미술관 외벽에 엡손의 협찬을 받아 프로젝션 매핑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인다. 전시 참여 작가 김창겸의 영상작업과 함께 라이브 현장 프로젝션을 접목한 비디오 쟈키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