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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ICT헬스케어 추진 … ‘원격의료’ 벽 허물까

대면진료 어려워지자 필요성 대두 … 의료계 반대, 병원협회 입장 선회로 분위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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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8호 이동근⁄ 2020.06.10 09:24:14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연이어 원격의료에 응용 가능한 ICT헬스케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능을 부리는 가운데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헬스케어에 대한 하드웨어 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 분위기 때문에 원격의료와 관련된 기기로 사용 가능한 기술들이 대부분 사장되는 분위기였지만, 대면진료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제한적이나마 원격진료가 허용되자 삼성, LG 등 대기업과 ICT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 ‘혈압·심전도 앱’ 허가가 주목받는 이유

 

삼성전자가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심전도(ECG) 측정 앱(오른쪽)과 연동해서 작동하는 스마트워치. 


지난달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삼성전자의 심전도 측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의료기기로 허용했다. 이 회사는 앞선 4월에는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앱도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바 있다. 이 앱은 ‘삼성 헬스 모니터’라는 이름으로 3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관련 센서가 내장된 ‘갤럭시 워치 액티브2’를 비롯한 혈압·심전도 측정 기능이 지원되는 스마트워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혈압·심전도 측정 앱이 특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현재도 상당수의 스마트워치들은 심전도와 혈압을 측정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허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모바일 앱이 의료기기로 허가받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허가를 두고 의료계는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원격의료를 위한 의료기기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물론 당장은 진단을 위한 의료기기로는 활용하지 못한다. 의료기관에 데이터를 보내는 부분에 대한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의 동의를 얻으면 의료기관으로 정보를 전송, 원격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의료법에서는 이 과정이 불법이다. 즉, 삼성의 스마트워치에서 얻은 데이터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원격의료에 대한 허들이 많이 낮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1월 모바일 앱 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한 뒤 규제개선 필요사항을 청취했으며, 2월에는 모바일 앱 단독으로 의료용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지침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원격의료 관련 앱은 연이어 발표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 참여한 사내벤처들은 두피 케어와 탈모 예방 홈케어 솔루션 ‘비컨’, 자외선의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주는 센서와 서비스 ‘울트라 브이’, 헬스케어 데이터 기반 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트’ 등 헬스케어 관련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식약처의 움직임에 대응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도 지난달 26일, 반지형 심장 모니터링 기기 카트의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손가락에 착용하기만 해도 불규칙한 맥박을 자동으로 측정해 심방세동 환자들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기다.

원격의료의 장벽을 이미 넘은 것으로 평가받는 업체도 나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이노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인 ‘메모워치’를 통해 얻은 일상생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 결과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의료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메모워치’에서 얻은 정보는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해졌다. 휴이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규제 샌드박스 1호 기기를 만든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원격의료 관련은 아니지만 LG그룹도 이 시장에 뛰어들 준비 중이다. 우선 LG상사가 의료·보건 분야 헬스케어 관련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LG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매각(약 3400억 원)과 지난해 자원사업 부문의 동광사업 등을 매각한 자금을 헬스케어 신사업에 투자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LG상사는 각 기관 및 협회,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과 상호 협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 회사 윤춘성 대표는 지난 3일, 경기도 판교 소재 한컴그룹 사옥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지능형 홈서비스 로봇, 스마트시티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컴그룹의 김상철 회장과 만나 신사업 발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관심 높아져

 

 

2016년 10월, 전남 장성군 장성보건소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개소식이 열려 보건소의 의사가 보건지소를 찾은 한 환자와 화상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처럼 IT 헬스케어 관련 사업에 업체들이 연이어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2일부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환자가 의료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곧 ‘원격의료’라고 연결 짓기는 무리가 없지 않지만 원격의료 허용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환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의 상태를 전달할 수 있는 의료기기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장비의 필요성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원격의료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원격진료 협회는 지난 2월에 코로나19에 대비해서 원격진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적용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국 정부는 이를 신속 승인했으며,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를 본격 확대 적용하고 있다.

다만 장벽은 견고하다. 의료인들이 원격의료 확대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의 주민을 대상으로 간호사가 방문해서 얻은 내용을 토대로 공중보건의가 진료하는 제한적인 원격의료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려 했으나, 전문의사협회의 반대로 이틀 만에 중단된 바 있다. 이 같은 시범사업은 처음이 아니며 이미 21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의사들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우려, 환자 데이터 노출로 인한 의료민영화 토대 마련, 원격의료를 통한 진단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 등을 들고 있다. 특히 급격한 환자 쏠림으로 인해 지역 의료계가 괴사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의사들 반대, 병협 ‘찬성’ 입장 표명으로 분위기 전환?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다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대한병원협회가 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국민보호와 편의 증진을 위한 세계적 추세와 사회적 이익증대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며 원격의료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병협 정영호 회장은 “향후 비대면 진료방식의 검토와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자을 취했지만 “사안에 따라 개방적이고 전향적인 논의, 비판적 검토를 병행해 바람직하고 균형 잡힌 제도로 정립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병협은 의사들이 속한 대한의사협회와는 다소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병협에서 찬성 목소리를 냈다고 해서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병협은 ‘병원의 운영자’ 입장을 대변하지만, 의료인 개개인의 의견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병협 내부에서는 원격의료에 찬성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공개적으로는 찬성 의견을 내비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원격의료에 대한 긍적적 입장 발표는 이례적이다.

정부도 병협의 입장 표명에 화답했다.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위기 상황시 보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환자·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밝힌 것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분명 조심스럽지만 업계에서는 원격의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며 “근시일 내 국내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허용된 경우가 많아 수출을 통해 물량을 소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당장 의료계가 반대하더라도 국민 여론이 원격의료에 찬성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때에 맞춰 추진하려는 분위기인 만큼 IT 업계에서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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