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4호 옥송이⁄ 2020.09.11 14:31:06
지속가능성을 아시는지. 현재의 생태계를 훗날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다. 기후나 국가정책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나 LG화학,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속속 친환경 인증을 받고 있다. 환경 문제에 둔감한 기업은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5편은 추석을 앞두고 친환경 소재의 선물세트를 늘리는 유통업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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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김영란법을 일시적으로 완화한다.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다. 기존 10만 원에 한정됐던 농축수산물 상한액이 2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추석 선물세트 구매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포장재 소모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에 위해가 가해질 것이 분명한 상황. 유통업계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까.
환경에 대한 자성 높아진 2020년 추석 “환경에 부담 덜 주는 소비 하고파”
하늘은 맑아졌는데, 땅과 바다는 아프다. 무슨 소리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달라진 자연환경 얘기다.
경계는 수평선 내지는 지평선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이동 감소, 공장 등의 산업생산이 저하되면서 미세먼지 배출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덕분에 하늘과 대기는 예년보다 깨끗해졌지만, 수평선 아래는 사정이 다르다. 그간 대대적으로 전개된 환경 관련 캠페인과 활동이 도루묵 되는 모양새다.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펼치던 정부도 전염병 앞에선 살짝 눈을 감았다. 카페 내에서 금지되던 일회용품이 다시 활성화됐고, 배달 및 택배가 늘어나면서 플라스틱·스티로폼 등의 포장재도 날개 돋친 듯 사용되고 있다. 질병으로부터 지켜주는 위생용품마저 해양·토양 등 다양한 생태계 파괴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생을 택하자 환경 오염이 뒤따른 셈이다.
소비자 A씨는 “언택트가 일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최근엔 배달도 음식부터 식재료까지 다양해졌다”며 “편리하긴 한데, 늘어나는 플라스틱·박스·스티로폼 등이 골칫덩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의지와 상관없이 일회용품을 소비해야 하니 죄책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소비자 B씨는 “1인 가구임에도 배달 주문 등으로 인한 쓰레기가 감당하기 힘들어서, 정말 필요할 때 한 번씩 몰아서 주문하는 편”이라며 “소비자들도 노력해야겠지만, 다양한 소비재를 공급하는 유통사들도 환경친화적인 포장재를 늘려줬으면 좋겠다. 친환경적인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脫플라스틱’ 물결 …올페이퍼(ALL PAPER)부터 부산물 재활용 선물 세트까지
코로나발 환경 문제 대두되면서 유통업계도 고심하고 있다. 해당 업계 제품들은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만큼, 지나친 플라스틱 사용은 폐기물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부터 친환경 재질로 교체하고 있다. 기존 명절 선물세트는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훼손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등이 사용됐다. 내부 역시 완충을 위해 플라스틱이 주로 이용됐다. 그러나 올해 추석 선물세트 키워드는 종이, 재활용, 재사용 세 가지로 축약된다.
현대백화점은 ‘올페이퍼(All Paper) 패키지’를 실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월 그룹 차원의 필(必)환경 프로젝트 ‘그린 패키지(Green Package)’를 가동하고, 포장재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전체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스티로폼 사용량을 각각 393톤, 66톤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부터 시범적으로 종이 포장을 적용했다. 올해 추석에는 올페이퍼 패키지를 전체 과일 선물세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과일 선물세트 외에도 총 80개 품목에 사용되던 플라스틱 고정틀·완충 패드를 종이 소재로 교체한다. 한우·굴비 등 냉장·냉동 식품 패키지로 사용되는 보냉용 ‘스티로폼 박스’도 전체 물량의 40%가량을 종이 상자로 교체한다. 이외에도 100% 사탕수수 섬유로 만들어진 친환경 종이박스를 지난 설(버섯 등 7개 품목) 대비 적용 품목을 두 배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분리수거 및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포장과 재사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포장한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과일 선물세트의 경우 100%종이 재질만 사용했고, 유기 화학물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콩기름 인쇄기법을 적용했다.
수산물과 축산물에 사용하는 아이스팩은 친환경 부자재를 사용한다. 내용물은 물로만 채웠으며, 포장재는 부직포 대신 크라프트 종이를 사용했다. 버섯·인삼 선물세트에도 플라스틱을 제거했다. 정육 선물세트는 보냉백을 적용해 장바구니 및 쿨링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단순 일회성이 아닌 다양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사 측의 설명.
롯데마트 민명기 브랜드전략 팀장은 “필(必)환경시대에 자연 친화적인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한 선물세트를 선보인다”며 “친환경 선물세트가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원F&B는 선물세트 구성품의 간격을 최대한 줄여 포장 공간 비율을 축소했다. 이를 통해 선물세트의 무게를 세트 하나당 평균 10%씩 줄였다. 연간 75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500㎖ 생수병으로 환산하면 460만 개에 달하는 양이다. 이 외에도 ‘올페이퍼(all-paper) 패키지’ 선물세트도 시범 운영하며, 선물세트용 가방을 코팅 처리하지 않은 종이 재질로 교체하고 합성수지로 만들었던 가방 손잡이도 종이로 교체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란 플라스틱 캡을 없앤 ‘스팸’으로 구성한 선물세트 2종을 도입했다. 식용유 선물세트는 트레이부터 겉 포장까지 종이만 사용하고, 인쇄 도수를 낮춰 잉크 사용량을 줄였다.
또 선물세트 규격을 최적화하고, 모든 선물세트 트레이는 햇반 생산 시 발생 되는 용기 부산물을 사용해 만들었다. 부직포 대신 종이 사용량도 늘렸다. 사 측은 “이번 추석에만 플라스틱 86톤, 이산화탄소 배출량 80톤과 부직포 100만 개 분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설 명절에는 감축 규모를 보다 확대해 친환경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