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6호 옥송이⁄ 2021.08.26 09:30:30
메달로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4등도 빛났고, 선수 개인이 국가를 대변하지도 않았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100여 년이 지나서야 한국에도 실현된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면서, 인기 종목에만 쏠리던 관심이 비인기 종목까지 확대되고 있다. 덩달아 비인기 종목을 지원해온 기업들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4강 신화’ 여자배구 뒤에 신한금융
막은 내렸으나 화제는 계속된다. 16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2020도쿄올림픽 이야기다.
이전 올림픽과 달리 선수들의 메달 색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개개인의 열정과 성취가 화두. 덩달아 포상금도 주목받고 있다. 아쉽게 금·은·동 메달을 걸지 못했더라도, 성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선수에게는 특별 포상금이 주어지고 있어서다.
4강 신화를 쓴 여자배구 역시 메달권에 머무르진 못했지만, 빛나는 4위로 남았다. 이른바 ‘김연경 리더십’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이 국민의 지지와 감동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포상금도 늘어났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으로 총 6억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각각 2억 원, 신한금융그룹이 격려금 2억 원을 전달했다. 신한금융이 여자배구 격려 행렬에 동참한 이유는 배구대표팀의 메인 후원사라서 그렇다.
신한금융은 2018년 대한민국 배구협회와 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 4년간 남녀 배구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 지원, 해외 코치진 영입,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 타이틀 공식 후원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왔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매 경기 투혼을 펼치며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춤꾼에 날개 달아줘
신한금융이 후원하는 국가대표팀은 총 6개 종목이다.
사 측 관계자는 “2015년 스키국가대표팀 후원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남녀 및 주니어 탁구 국가대표팀을, 2018년부터는 대한민국배구협회를 통해 배구 국가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한해에만 3개 비인기 종목 후원을 늘리며 후원 포트폴리오를 크게 확대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새롭게 후원 목록을 올린 종목은 하키, 클라이밍, 브레이킹 대표팀이다. 하키의 경우 국내 비인기 스포츠지만,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앞서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은메달,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여자 은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은메달 등 꾸준히 메달을 획득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반면, 클라이밍과 브레이크댄스는 이례적이다. 국제대회에 등장한 것조차 얼마 되지 않았을 정도로 신생 종목이라서 그렇다. 인공 암벽을 오르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첫선을 보인 뒤 이번 2020도쿄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브레이킹 종목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도 않았다. 오는 2024년 파리올림픽이 공식 데뷔인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기대하는 분야 중 하나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댄스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개최국 프랑스가 강국이라는 점이 채택에서 주효했으나, 비보이 강국인 한국도 새로운 메달 효자 종목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 종목의 공식 후원사로 신한금융이 나서게 된 데는 조용병 회장의 관심이 컸다. 조 회장은 “브레이킹 종목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후원을 검토하게 됐다”며 “이번 후원을 통해 대한민국의 브레이킹 선수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6월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과 후원 계약을 체결한 뒤, 공식 후원사로서 즉각 행동을 실행하고 있다.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지난 7월 개최한 ‘Breaking K 시리즈’의 프리젠팅 스폰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 측 관계자는 “대한민국 브레이킹 선수들은 2018년 유스올림픽, 2019년 브레이킹 세계 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며 “신한금융은 브레이킹 메인 후원사로서 향후 4년간 국내대회 및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비인기 종목 유망주부터 키운다
비인기 종목 스포츠지원은 국가대표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2011년부터 비인기 종목 스포츠 유망주 육성을 위해 ‘신한 루키 스폰서십’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적 선수로 성장할 기량을 갖추고 있으나, 훈련 여건이 열악한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해당 목적에 따라 루키 스폰서십을 지원한 첫 선수가 기계체조 국가대표팀 양학선이다. 양학선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체조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자 탁구의 신유빈도 한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점찍었던 선수다. 신유빈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개인전 32강 진출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활약했다. 신한금융은 향후에도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