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홍성재 의학박사)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사랑의 결실로 임신을 하여 아기가 탄생하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임신한 엄마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서 정성을 다한다. 따라서, 남편이 탈모 치료를 위해 탈모 약인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다면 ‘혹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먹는 탈모 약인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같은 성분은 가임기 여성이 복용을 하거나 만져서도 안 된다. 그 이유는 탈모약 복용 중 임신을 할 경우에 남성 태아의 성기 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남성형 탈모인 안드로겐형 탈모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으로부터 전환된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의해 발생한다. DHT가 모유두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하면 모근세포 파괴물질이 분비되어 탈모가 발생한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는 5α 환원효소를 억제하여 DHT 호르몬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DHT는 남성 태아의 고환과 성기의 형성 및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 중에 DHT 호르몬이 적어지면 남성 태아의 음경과 고환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태어난 후에 여자아이로 오해받기도 한다. 따라서 여성이 탈모 약을 복용한 경우에는 6개월 동안 임신을 금지해야 하며, 절단된 약물을 손으로 만지거나 가루가 코에 흡입된 경우에는 한 달 동안 임신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남편이 탈모 약을 복용 중인 경우는 어떨까? 남편이 복용한 탈모 약이 임신 중인 남성 태아의 성기 발달에 영향을 미칠까?
임상시험을 통해 탈모 약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1mg)보다 5배 많은 피나스테리드 5mg을 매일 6~24주 동안 남성이 복용한 후에 정액을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태아 성기 발육에 미치는 용량의 기준보다 50~100배 낮은 용량으로 보고되었다. 즉, 피나스테리드 성분이 남편의 정액을 통해 아내에게 이동하는 것은 맞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따라서 남편이 탈모 약을 복용해도 괜찮다.
결론적으로 남편의 피나스테리드 복용은 임신과 관련이 없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위와 같은 사항을 설명하면 만약 복용해서 아기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선생님이 책임질 거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이런 분들에게 탈모 약을 임신하기 한 달 전에 복용을 중단하고, 성생활을 하지 않을 시기에 다시 복용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대답은 원칙적인 이야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임신이라는 게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탈모 약 복용을 중단하고 바로 임신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탈모 약 복용을 중단하고 2년 만에 임신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탈모 약을 복용하는 많은 남성들은 약 복용을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탈모 약을 복용하여 모발이 많이 회복되었다 할지라도 탈모 약 복용 중단 후 2~3개월이 지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된다. 임신을 준비하는 탈모인들이 계속 약물을 복용할지를 묻는다면 대답은, “의학적으로 복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복용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사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