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21.11.26 12:19:32
일본에서 넷플릭스 인기순위 상위권을 한국 콘텐츠가 휩쓸고 있어 화제다.
26일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머니S 등은 보도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일본에서 넷플릭스 톱10 대부분을 휩쓸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순위 톱10 중 8개 자리가 한국 드라마로 채워졌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위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다. ‘지옥’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4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8위도 모두 한국 드라마다. KBS2 로맨스 사극 ‘연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tvN ‘진심이 닿다’, tvN ‘사랑의 불시착’, SBS 코믹 사극 ‘엽기적인 그녀’, JTBC ‘이태원 클라쓰’, tvN ‘갯마을 차차차’ 등의 순서다.
9위와 10위는 일본 관련 콘텐츠가 차지했다. 9위는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일본 침몰’이, 10위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해 실사화 한 ‘카우보이 비밥’이 차지했다.
순위를 확인하는 기준 시간에 따라 8~10위가 달라질 때가 있다. 다른 시간 기준 자료를 참고한 보도에는 8위 ‘일본 침몰’, 9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드 노티스’, 10위 ‘갯마을 차차차’ 순으로 나오기도 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일본 넷플릭스 순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25일 국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늘 자 일본 넷플릭스 근황’, ‘일본의 현 넷플릭스 탑10 상황’ 등의 제목으로 일본의 톱10 콘텐츠 리스트를 공유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왔고, 게시물마다 수십~수백 개씩의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 네티즌은 “처음 보는 광경”, “한국 넷플릭스 순위라고 해도 믿을 듯”이라며 감탄하고 있다. “저번에는 1개 빼고 9개가 다 한국 꺼였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리스트를 보고 “거짓말하지 마라. 저거 한국 넷플릭스 (순위)잖아?”라고 농담을 했는데 그럴만도 하다.
많은 네티즌이 “넷플릭스 아니고 코플릭스”, “한류 강점기 시대”, “문화 식민지”라며 일본 내 한국 문화의 막강한 영향력에 주목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은 “원래 일본에서 넷플릭스는 마이너다” “넷플릭스는 한류 감상용 플랫폼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일본 내 한국 콘텐츠의 실제 인기가 넷플릭스 순위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 네티즌은 대체로 일본 인구 대비 넷플릭스 가입자가 많지 않고, 일본에서 가장 대세인 OTT 서비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이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톱10 순위에서 한국 콘텐츠는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것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관련 자료를 보면 이 주장의 근거는 일부 맞기도 하고, 틀린 점도 있다.
지난 10월 26일 발행된 ‘KISDI Perspective’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SIDI)이 게재한 ‘[시장동향] 한국, 일본, 중국의 OTT 시장 매출액 및 가입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546만 8000여 명이다.
이는 가입자 수 1위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697만 2000여 명) 다음으로 많은 2위다. 3위인 애플TV+의 가입자 수는 넷플릭스 가입자의 절반 이하인 261만 6000여 명이다.
일본 전체 OTT 가입자 수 대비 서비스별 가입자 비중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약 19.5%, 넷플릭스가 약 15.3%, 애플TV+가 약 7.3%이다.
자료에서처럼 15% 정도의 가입자 비율만으로는 일본 OTT 업계에서 넷플릭스의 대표성을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동시에 가입되는 구조다. 따라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가입자 중 OTT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의 비중은 OTT 전용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비해 훨씬 적다.
그리고 일본 미디어 산업 전문 조사업체 GEM스탠다드 자료에 따르면 일본 OTT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19.5%로 1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12.6%로 2위이며, 1, 2위 간 격차는 6.9%P로 2019년의 2.9%P보다 큰 폭으로 벌어졌다. 플랫폼만으로 비교한다면 넷플릭스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보다 시장 영향력이 더 큰 플랫폼이다.
한편, 일본 내 OTT 사용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에 비해 서비스 중인 콘텐츠 수가 적고, 연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편수도 크게 차이가 난다.
게다가 서비스 되는 일본 콘텐츠는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고 방대한 반면 한국 드라마 라인업은 옛날 작품 위주로 그 수도 빈약하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일본 작품은 몇 편 제작됐지만,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없다.
즉, 일본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는 애초에 한국 드라마가 거의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인기순위에 한국 작품이 잘 포함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일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연간 톱10 순위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화 부문 2위에,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이 TV쇼 부문 3편 중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렇듯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넷플릭스의 가입자 및 실시간 순위를 단순히 비교하여 일본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인기가 의미 없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