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7호 윤지원⁄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변화는 없다. 그리고 책 속에는 이러한 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다. 책은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차원 높은 지식과 경험의 경로이다. 2022년 경제경영서 4권을 통해 그 길을 먼저 걸어가 본다.
“일찍이 2018년 〈포브스〉는 인구의 고령화가 ‘기업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나이든 소비자들이 경영의 지평을 바꿀 것’이라는 예언 섞인 주장을 내놓았다. 단언컨대 시장과 기업의 기회는 60세 이상 세대에게 있다.” (본문 14쪽)
‘단언컨대’ 고령사회는 기회라고?
대한민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출산율은 감소하고 기대수명은 증가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UN 등 국제기구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배로 늘어나는 데 불과 17년. 그리고 2025년에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정적이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2005년), 이탈리아(2008), 독일(2009) 등을 포함해 다른 고령사회 국가들과 비교해도 이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가 없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에 관해 여러 소식이 전해진다. 대부분은 회의적인 얘기다. 그럴 만도 하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현재 추세대로 시니어 인구 비율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 현상을 누군가는 회의적인 것으로 해석하지만, 이 책은 ‘기회’라고 ‘단언’했다.
돈을 가진 세대는 MZ가 아니라 시니어
기업들은 언제나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로 소비 시장에 진입하게 된 뒤 수십 년간 고객이 되어줄 세대이기 때문이며, 소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의 기업들이 주목하는 젊은 세대는 MZ세대이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이들 MZ세대는 그 수가 세계적으로 23억 명이나 된다. 숫자만 봐도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다.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비즈니스북스)는 이러한 관점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MZ세대는 사실 인류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이며,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탄탄한 경제력을 실제로 갖추고 있으면서 앞으로도 시장을 계속해서 주도해 나갈 소비자는 MZ가 아니라 시니어 세대라고 이 책은 말한다.
책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는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고, 강한 소비력을 보유했다.
또한, 위 대한민국의 고령화 속도에서도 봤듯 이들 세대는 무섭게 팽창하고 있다. UN의 보고서는 2050년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가 15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고, 와튼스쿨의 한 교수는 2030년 전 세계 60세 이상이 35억 명이 된다고 예상했다.
결국, 앞으로의 소비재·서비스·금융 시장은 전적으로 시니어 세대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를 이 책은 “단언컨대”라는 표현을 써 가며 단언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들 세대를 주목한 적이 없고, 실버 시장에 대한 파악은커녕 접근조차 어렵다. 준비하고 있는 기업 역시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이 진짜 기회다. 막대한 시니어 시장이 무주공산(無主空山). 누구든 나서서 선점하면 된다. 이 책이 나온 이유다.
에이지 프렌들리. 그들의 눈높이를 파악하라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는 일찌감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1970년대에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뒤로 시니어가 살기 좋은 사회를 추구해온 북유럽, 고령사회를 기민하게 준비 중인 중국 등등 전 세계의 다양한 시니어 타깃 비즈니스 사례들을 통해 고령화 트렌드와 시장과 기업의 기회를 담은 책을 펴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제대로 된 시니어 트렌드 보고서다.
2022년 보고서의 테마는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이다. 해당 세대의 관심사와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이나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철학이다. ‘에이지 프렌들리 인증’ 제도를 도입한 나라들도 있다.
책은 이러한 대전제 아래 앞으로 우리 사회를 강타할 시니어 트렌드들을 추려 9개 장으로 책을 꾸몄다.
책이 소개하는 트렌드는 ▲시니어 맞춤형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시니어를 위한 금융서비스 ▲시니어 취미 및 운동 시장과 산업 아이디어 ▲급증하는 시니어 1인 가구를 겨냥한 주택 형태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 관련 사업 아이템 ▲적극성에서 틴에이저 팬덤에 뒤지지 않는 시니어 팬덤의 특성 소개 및 기업 전략 조언 ▲요양시설 아닌 집에서 늙고자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 제안 ▲에이징 테크(aging tech) 산업 소개 ▲웰빙(well-being) 이상으로 중요한 웰다잉(well-dying)을 위한 서비스 및 금융 소개 등이며, 마지막 장에서 에이지 프렌들리에 주목해야 할 이유 및 에이지 프렌들리 정착을 위해 필요한 사회와 기업의 노력 등을 소개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 만큼 확고한 불변의 진리다. 요절(夭折) 말고는 예외도 없다. 지금의 MZ세대도 불과 20~30년 뒤면 60대가 된다. 그래서 시니어 시장의 미래는 굳건하다. 이 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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