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0호 박유진⁄ 2022.03.14 10:33:10
아트테크는 2021년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와 함께 4대 투자처 중 하나로 떠올랐다. 감상의 목적과 수익의 목적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아트테크는 미술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양대 옥션사는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을 앞다투어 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온라인 기반 미술품 경매의 대중화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서울옥션은 관계사 서울옥션블루의 '소투'를, K옥션은 자회사 '아트투게더'를 차례로 선보였다.
분할 투자를 통한 공동구매 플랫폼에 이어 ‘투자 신세계’라 불리는 대체불가토큰(NFT)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NFT가 미술시장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거래 방식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개인화·지능화된 웹 3.0의 개념을 미술시장에 도입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NFT가 미래 디지털 경제로 이어지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긍정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로선 시장 규모는 추산이 불가능하다.
서울옥션블루 XXBLUE는 수많은 NFT 시장 중에서도 ‘아트테크’를 위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서울옥션이 근 30년 동안 국내 미술시장에서 쌓아왔던 신뢰와 경험을 기반으로 지식 재산권(IP)을 보유하고 아트에 특화된 디지털 콘텐츠와 NFT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XXBLUE의 탄생 과정을 서울옥션블루의 디지털팀 유나리 이사를 통해 들어봤다.
시작은 ‘컬렉터블 아이템’의 대중화
XXBLUE는 원래 스니커즈 역경매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디지털 아트와 NFT를 위한 플랫폼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미술 옥션 회사가 왜 ‘스니커즈’를 첫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 이사는 “컬렉터블 아이템을 다루는 것은 미술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빈티지나 오디오, 가구, 스니커즈 등과 같은 컬렉터블 아이템입니다. 미술품을 모으는 분들이 대부분 스니커즈, 가구, 빈티지 제품을 수집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스니커즈는 컬렉터블 아이템 중에서도 꾸준히 인기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첫 아이템으로 선정했습니다. 사업 진행 중에 NFT 시장이 생겼습니다. XXBLUE는 궁극적으로 컬렉터블 아이템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디지털 콘텐츠 제공사입니다. 이 새로운 시장이 저희 사업 목표를 더 빠르고 효율적이게 진행할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 이사는 디지털 아트와 NFT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2020년도 전 세계 실물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59조 원이다. NFT시장은 2021년도 약 45조의 매출을 냈다. NFT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실물 미술 시장에 가깝게 성장 한 것이다.
“NFT에 관심이 몰리면서 한 번씩은 소유해 보고 싶고 향유해 보고 싶은 욕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NFT는 결국 메타버스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와 합쳐졌을 때 그 잠재력과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XXBLUE는 최근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과 함께 NFT 프로젝트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비즈니스적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서울옥션블루와 XXBLUE에 각각 30억 원과 50억 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첫 협업은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블루홀스튜디오를 통해 진행된다.
XXBLUE는 가지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아티스트 IP로 NFT 아바타를 기획하고 IP가 메타버스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크래프톤의 블루홀스튜디오는 다년간 쌓아온 안정적인 대규모 MMORPG 서버 운영 기술과 차세대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아바타와 개인 공간에 대한 개발을 진행한다.이처럼 NFT는 영향력이 커질 메타버스 내부에서 소장·거래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고 유 이사는 설명했다.
특별한 디지털 아트·NFT가 되려면?
“XXBLUE는 기본적으로 미술시장에 경력이 있는 분들과, 디지털 아트에 특화된 분들이 함께 심사를 하고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컬렉팅합니다. 여러 방향 중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분석하고 ‘소장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물 작품과 유사하게 NFT 미술품 가치 판단의 첫 번째 요소는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유이사는 설명했다. “최근 디지털 아트 시장에는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할 수 있는 NFT가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프로필 사진에 NFT가 올라간다는 것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는 것이고 이것이 대중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팬심'이다. 스포츠 구단과 협력한 스포츠 NFT를 사면 투표 기능을 가진 팬토큰이 NFT와 함께 제공된다. 팬토큰은 각 구단에 유니폼을 정하고, 대표 문구를 정할 수 있는 투표 권한과 팬 중심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미술품 NFT에서도 스포츠 NFT와 같이 작가, 또는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팬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유 이사는 말했다.
'과시 욕구'도 빠질 수 없다. 유명인이 특정 NFT 샀다는 정보가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면 그 NFT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명품을 사는 것과 비슷한 과시 욕구이다.
마지막은 ‘투자 욕구’다. NFT 미술품을 좋아해서 수집하게 되고 그것이 희소성을 가진다면 기존의 컬렉터블 아이템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현재 디지털 아트, NFT 시장은 아직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기에는 너무 초기 단계이고, 규정이 없기 때문에 투자의 목적에 가깝게 컬렉팅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유 이사는 답했다.
“거래는 ‘경매’와 고정가로 판매하는 ‘드롭’,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XXBLUE가 제공하는 NFT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로 살 수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은 금융의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업비트(UPBIT)NFT라는 기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XXBLUE의 NFT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NFT 미술품, 중요한 것은 ’소통‘
XXBLUE에는 눈에 띄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유 이사는 이 이벤트를 ’챌린지‘라고 소개하며 ‘쇼핑몰에서 하는 프로모션 이벤트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XXBLUE의 디지털 아트와 NFT 소장 수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미션을 주기도 한다. 미션을 완료하면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쌓인 점수로 레벨이 정해진다. 레벨에는 ‘보겔스’, ‘거투루드’, ‘구겐하임’, 등 유명한 컬렉터들의 이름이 붙는다.
점수를 통해 TOP100이 선정되면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유 이사는 ‘NFT 미술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커뮤니케이션의 수단 중 하나로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XXBLUE만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은 메신저의 일종인 디스코드(Discord)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유 이사는 덧붙였다. XXBLUE의 NFT를 가지고 있는 ‘홀더’ 작가 방과,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아트, NFT를 선보이는 방이 따로 있다. 작가 방에 입장을 하게 되면 홀더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있는 방에 작가들이 방문해 온라인상에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XXBLUE의 운영진과도 직접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고객센터를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고객들이 운영진에게 제안하고 질문하는 등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XXBLUE가 신진작가 육성을 위해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심사를 하고 선정된 작품은 공모전 수상과 함께 상금이 수여된다. 선정된 작가의 몇 작품은 NFT로 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진 작가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작가 지원하기’ 버튼은 항시 열어 놓고 지원 자격은 없앴다.
“공모전에서 수상한 신진 작가 한 분은 실제로 드롭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존 미술 시장에서는 신진 작가들이 작품을 판매하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희는 신진 작가에게도 그 기회를 주고 싶어서 공모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적극적인 후원을 통해 선순환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경매에서 장칼 작가의 작품이 2억 5천에 낙찰됐다. 유 이사는 경매 결과에 대해 “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장칼 작가는 미술 시장에서는 신인에 속하는 작가입니다. 이러한 성과로 볼 때 NFT 미술 시장은 신진 작가들에게도 열려있는, 높은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 이사는 NFT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기에는 시장이 아직 너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쉽게 규정지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어떤 예술 작품이 NFT 작품으로 가치가 있냐 없냐는 것은 예술사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는 이슈입니다. 미술 시장 자체가 작품과 작가에 대한 꾸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여러 방향에서의 정보를 얻고 가치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NFT 미술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NFT 시장은 여전히 규제와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저작권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NFT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는 현시점에서 결국 어떤 회사가 또는, 누가 프로젝트를 하느냐는 중요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프로젝트 하에 있는 NFT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컨설팅 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경제 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