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0호 박유진⁄ 2022.03.19 10:57:30
17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대를 기록했지만, 치명률은 계절 독감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엔데믹’(풍토병) 단계 전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해외여행을 꿈꾸기 시작했으며, BTS의 대면 콘서트를 찾았고, 영업시간 늘어난 식당에서는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가 드디어 ‘터널의 끝’을 보게 된 주요 산업의 ‘리오프닝’(활동 재개) 전망을 살펴봤다.
다시 열리는 하늘길, 허니문 수요 증가
얼어붙은 국제 관광이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가격리도 감수할 만큼 해외여행이 절실한 허니문 시장의 열망을 읽은 업체들은 하나둘씩 동남아 위주의 단거리 휴양지부터 유럽 장거리 여행지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인터파크투어 자료에 따르면 3월 11일부터 3월 13일까지 예약이 이루어진 해외 항공 노선별 점유율은 미주(39.1%), 유럽(31.5%), 동남아(18.9%), 대양주(6.9%), 일본(3.3%), 중국(0.3%) 순으로 집계됐다. 점유율이 높은 상위 4개 노선의 상승률은 전월 대비 각각 351%, 294%, 187%, 359%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강세를 보인 노선은 미주 노선의 하와이와 대양주 노선의 괌, 사이판 등의 휴양지다. 현재 양국 무격리 여행지인 사이판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3월 21일부터 해외입국자의 격리 의무가 완전히 없어지면 괌과 하와이가 그 인기를 뒤이을 전망이다.
여행업계는 지난 2년간 글로벌 팬데믹의 여파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추진하던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계획이 무산된 일부 업체들은 ‘조직 효율화’를 피할 수 없게 되자 결국 강한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길어짐에 따라 국내 숙박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격리 규정이 변경되는 혼란 속에 해외여행은 반복해서 좌절됐고 국내여행으로 수요가 몰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국내 숙박 플랫폼은 간편한 예약·결제 시스템과 교통·숙박·체험·구매를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폭발적인 국내 여행 수요에 대응해 2030의 대표 여행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탄탄한 국내 여행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 확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을 사로잡는 전략에 성공한 두 숙박 플랫폼의 해외 진출 선언에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기존 업체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야놀자, 국제 관광 선두 자리 노린다.
지난해 야놀자는 어려운 영업환경에 처해있는 인터파크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인터파크의 여행·항공·공연·쇼핑 사업 부분 중심 지분 70%를 2940억 원에 인수하며 향후 사업 간 시너지로 성장성을 더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항공권 발권량 1위인 인터파크의 높은 브랜드 로열티와 서비스 노하우는 야놀자의 항공 예약 서비스 구축에 탄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놀자는 인터파크 인수뿐만 아니라, 최근 3년간 10여 건의 인수합병(M&A)과 투자를 단행했다. 또한 지난해 7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2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10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야놀자는 투자금 사용처에 대해 ‘글로벌 사업 확대’와 ‘기술력 증진’을 꼽으며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비전펀드 투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여행업계의 상황에 매출은 2000억 원대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까지는 앞길이 먼 매출”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여기어때는 기존 여행사를 인수해 역량을 흡수하는 전략만으로는 단숨에 해외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안방’인 국내 숙박 플랫폼에 계속해서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국내 여행에 제공한 항공, 숙박을 포함한 서비스를 해외여행지까지 확장할 계획이지만, 우선 가까운 일본, 동남아 위주로 시작할 것”이라 밝히며 “여전히 코로나 상황이 유동적인 점을 고려해 정확한 일정은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늘길은 열렸는데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면 마주할 큰 딜레마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 역시 신개념 패키지를 구성하고 모바일앱을 전면 개편하며 증가할 국제 관광 수요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야놀자가 하나투어의 오랜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를 넘어설 혁신적인 IT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해외시장의 판세를 뒤엎을지,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화물로 최대 실적 올린 대형항공사,
여객 수송 전환 놓고 저울질
항공업계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2년간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LCC)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흑자를 냈다. 국가 간 격리 의무로 여객 수송이 불가능해지자 여객기를 개조해 빠르게 화물 수송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이 좋은 성과를 냈다. 화물 매출이 크게 늘어난 주요 원인은 화물 수요의 증가와 운임 상승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조 168억 원으로 전년(7조 6062억 원) 18.5%(1조 4106억 원) 매출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 4180억 원으로 1201.1%(1조 3091억 원) 급증했다. 이전 대한항공의 연간 최대 영업이익은 2010년 1조 1589억 원이었다. 순이익 5314억 원을 달성하며 1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4조 3323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2%(4370억 원) 크게 늘었고 영업이익은 916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흑자 전환 성공을 항공 화물로 해냈다. 화물 사업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3조 1485억 원으로, 이는 2020년 2조 1407억 원을 넘는 역대 최대 화물 매출 실적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올해도 항공 화물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객 사업은 코로나 팬데믹 종식의 가능성이 보이자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한 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두 대형 항공사는 “꾸준한 수요의 화물 운송을 유지하면서 탄력적인 노선 운영으로 여객 사업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한항공은 ‘여행’ 사업과 ‘화물’ 투트랙 전략을 발표했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지난달 화물 전용기 도입을 위한 화물기 개조작업에 돌입해 오는 6월경 개조작업을 완료한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화물 운송 사업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LCC(저비용항공사)들은 신규 LCC 면허를 취득하자마자 팬데믹을 맞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었다. 적자는 예견된 결과나 다름없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낸 LCC들은 재개되는 항공 여객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분주하다. 최근까지 국내선 운항에 주력했던 LCC들은 이달부터 무격리 휴양지를 중심으로 해외 재운항을 결정했다.
제주항공은 사이판, 오사카, 마닐라, 세부 등 7개의 노선을 운항한다. 진에어는 후쿠오카, 괌, 세부, 시안 등을 운항 중이며 티웨이 항공은 마나스, 사이판, 연길 등에 운항을 시작했다. 단거리 노선이 발달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권역이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면 LCC의 저렴한 항공권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입국자 격리 조치는 해제됐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국제 여객의 수요를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제선 여객 수요의 회복이 더뎌질수록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경제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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