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0호 김민주⁄ 2022.03.21 15:15:40
17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대를 기록했지만, 치명률은 계절 독감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엔데믹’(풍토병) 단계 전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해외여행을 꿈꾸기 시작했으며, BTS의 대면 콘서트를 찾았고, 영업시간 늘어난 식당에서는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가 드디어 ‘터널의 끝’을 보게 된 주요 산업의 ‘리오프닝’(활동 재개) 전망을 살펴봤다.
이젠 마스크 벗고 화장...색조화장품 수요 증가·뷰티업계 1주 빨리 봄신상 내놔
엔데믹에 가장 미소 짓는 곳은 단연 뷰티(화장품), 면세, 유통 업계일 것이다. 해당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던 만큼 엔데믹과 관련해 다른 분야보다 더 큰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뷰티 업계의 최근 도드라진 동향은 가격 인상이다. 고급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도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미샤는 26개 제품 가격에 대해 평균 11.5%가량 가격을 인상했으며 아모레퍼시픽의 저가 로드샵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주력 제품 가격을 3~36% 인상했다.
화장품 업계는 마스크 착용 때문에 매출에 타격을 입은 케이스다. 게다가 세계적인 물류 마비와 수입· 수출 상황이 녹록치 않자 원자재 가격마저 올랐다.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 원가 부담까지 커진 첩첩산중의 시련이 지속되다 보니 업계는 이익률을 올리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종식 움직임이 가장 반가운 업계는 바로 뷰티이다. 업계는 이미 엔데믹이 도래하는 속도에 발맞춰 리오프닝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뷰티 매장에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상 빨리 봄 신상품들이 진열됐다.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 헤라와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등은 엔데믹과 봄을 맞아 기초 제품부터 색조 제품까지 신상 화장품들을 출시했다. 각각 기존 모델에서 9가지 컬러를 추가한 ‘NEW 센슈얼 파우더 매트 리퀴드(립 제품)’와 남성 타깃의 스킨케어 제품, 컬러 립밤 등 색조 제품으로 구성된 ‘스피프코드’(Spiff Code)가 있다.
일상 회복 움직임에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 2월 1일부터 23일까지 색조 화장품 매출 신장률은 39.5%로, 기초 화장품(15.8%)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간에 기초 화장품 매출 신장률(8.6%)이 색조(2.7%) 제품보다 3배가량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색조화장품 주문물량(매출 기준)이 전년 대비 10%대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현재도 추이는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색조 주문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봄 시즌에는 색조 매출이 두드러지는 시기인 만큼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아이 메이크업 제품,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 부문 수요가 증가한 것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엔데믹과 관련해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스크를 벗으면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이 입술이기 때문에 립 제품 판매율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커머스 뷰티 카테고리에도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SSG닷컴과 클리오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클리오는 ‘클리오’, ‘페리페라’ 등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색조 화장품 전문 기업이다. 양사는 이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해 2030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대형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단독 제품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 가능한 1:1 라이프 뷰티 맞춤 브랜드인 ‘커스텀미’를 출시했다. 커스텀미는 피부 분석, 맞춤 제품 추천, 전담 매니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1:1 뷰티 맞춤 브랜드다. 이용자들은 고품질 임상 데이터를 통해 피부 고민에 따른 보다 정확한 분석과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22년 계획에 대해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사업 모델 혁신을 이뤄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위드코로나라는 새 시대에 발맞춰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 소비 정상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도 크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 축소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중국 시장 매출이 높았던 업계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중국 소비와 면세 활동이 정상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면세점, 비대면에서 다시 대면으로 간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수요 급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면세업계도 회복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4조 8586억 원 대비 2020년 15조 원, 지난해 17조 8333억 원으로 약 30% 가까이 줄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9월까지 매출 2조 565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동기간 대비 42.7% 감소한 수치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3조 3439억 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마찬가지로 2019년 대비 35.7% 감소했다.
하지만 절망에 이은 희망은 정책을 통해 구체화됐다. 우선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3월 21일부터 면제된다. 이에 따라 여행객의 증가와 면세점 방문 고객의 증가가 기대된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5000달러로 규정되어있던 면세점 구매 한도를 3월 18일부터 폐지했다. 코로나19로 불황을 맞은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국내에서 돈을 쓰게 하려는 취지다.
업체들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며 리오프닝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이달 뷰티 브랜드를 200여 개에서 240여 개로 늘리고, 이 중 K뷰티 브랜드를 106개로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시행했다. 기존 10층에 운영하던 뷰티 매장을 11층까지 확대하고 K뷰티와 향수 팝업 체험존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세계면세점은 가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비건 및 클린 뷰티 브랜드를 선보였으며, 신세계백화점과 연계해 VIP 혜택을 강화하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전략도 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호주 시드니와 베트남 다낭·하노이 시내점을 4∼5월 경 열고, 부분 영업 중인 싱가포르 창이 공항점을 연내 확대 개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에는 구매 한도 폐지 시점에 맞춰 내국인 대상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해외 인기 브랜드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한편, 코로나19 이전 국내 면세점 매출 실적은 중국인 큰손 보부상, 일명 ‘따이궁’(代工)들이 견인하는 추세였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 합계는 약 1조 1619억 원, 이 중 외국인 매출액이 1조 771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월보다 2200억 원가량 감소한 액수인데, 중국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따이궁의 이동을 제한한 영향이다. 그만큼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따이궁이 차지하는 역할이 큰 것을 알 수 있으며, 올림픽이 끝난 만큼 따이궁의 반가운 귀환도 전망할 수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이동 및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면세업계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며 중국인 유입으로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리오프닝 관련주 현황과 전망은?
신영증권은 리오프닝 보고서에서 “미국, 유럽은 실질적인 엔데믹을 논의하는 상황이라 한국 역시 사태가 진정되면 2분기 이후 본격적인 리오프닝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 2월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0일부터 2월 28일까지 두 달간 신세계는 12.28%, 호텔신라는 8.19%, 현대백화점은 6.58% 상승률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은 2주 전 대비 3%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가 33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6% 성장한 백화점 업계는 올해도 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기간(1월 10일~2월 28일) 아모레퍼시픽은 21.05%, 한국콜마 19.27% 등 화장품주가 상승했다.
한국콜마는 “특정 기간 상승을 기록했지만 최근 러시아 이슈로 주가 예측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단기간에 매출이 오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1분기까지는 중국 현지 물류와 면세점 위축 영향이 실적에 반영돼 2분기 이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 이후 소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지만 종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하지만 피로감이 누적됨에 따라 지금 같은 폐쇄적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엔데믹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패션, 외식, 화장품을 시작으로 공연, 여행 등 관련 주식에 수혜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리오프닝주들이 같은 폭과 같은 속도로 회복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데믹을 맞이해 어떤 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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