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는 향수 음식이다. 맛있는 음식은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주꾸미도 그렇다. 몇 해 전에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괌에서 진행했다. 내 이름을 건 반찬 프로그램이다. 나와 스태프들은 교민과 시청자들의 감성 자극 음식으로 주꾸미 볶음을 선택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호감도가 아주 높았다. 주꾸미 볶음을 만드는 강의를 듣는 괌 교민들도, 시청자들도 관심이 많았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꾸미를 좋아하는 게 큰 이유다. 주꾸미는 야행성이다. 밤에 먹이활동을 한다. 근면한 우리나라 사람은 밤에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주꾸미 요리를 할 때면 너무나 일을 많이 해온 중년 세대, 노년 세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주꾸미에 감정이입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쌀과 비슷한 느낌 때문이다. 주꾸미의 알은 단백질이 풍부한데 볶으면 하얗게 변한다. 쌀이 귀하던 시절, 해안가 사람들에게 볶은 주꾸미 알은 귀한 쌀을 보는 느낌이기도 했다. 70년대까지는 봄이 되면 많은 집에서 쌀독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던 시기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주꾸미에서 알이 가장 맛있다. 몸통을 잘라 통째로 입에 넣으면 알이 씹히는 데 마치 쌀밥을 먹는 감각이다. 술을 좋아하는 몇몇 지인은 알을 포함한 주꾸미를 먹으면 속이 편안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주꾸미의 알은 봄이 무르익은 5월쯤에 많다.
주꾸미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난다. 회로 먹어도 좋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에서는 볶음과 구이 요리가 많다. 볶음은 삽겹살, 떡, 김치 등과 섞으면 맛이 더 좋아진다. 이밖에 해물전, 샤브샤브, 무침 요리를 찾는 이도 늘고 있다.
영양학자들은 주꾸미를 함량이 낮은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 지방산이 함유가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군산, 서천, 경남 등에서 주꾸미 축제를 열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축제로 만나는 자리였다. 맛과 멋 그리고 정이 있는 그리운 축제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