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2.03.24 19:17:12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오늘) 삼성병원에서 퇴원해 대구 달성군 새 사저로 들어갔다. 새 사저로 들어가기까지 여러 이슈들이 있었다. 5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정리해 봤다.
#1. 오전 8시 32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퇴원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구속된 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 언론과 국민들은 그의 첫 마디에 주목했다. 박 전 대통령은 “많이 염려를 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 의료진,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간단한 인사말을 남겼다. 앞으로의 계획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수감생활을 해온 박 전 대통령은 신년 특별사면으로 지난해 12월 31일 석방됐다. 특별사면 이전인 지난해 11월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4개월간 지병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은 최근 통원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를 회복해 퇴원하게 됐다.
#2. 오전 9시 50분경 국립서울현충원 고(故) 박정희 대통령 내외 묘역 참배
퇴원 후 박 전 대통령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자신의 아버지·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앞뒤로 경호차와 사이드카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했고,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동작동 현충원까지 27분 만에 도착했다. 묘역 근처에는 70~8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경례와 짧은 묵념으로 참배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약 8분가량 묘역에 머물다 별다른 발언 없이 바로 승용차를 타고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를 향해 떠났다.
그사이 문제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퇴원을 축하하는 난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던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김한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보내 ‘늘 건강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난을 전달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 “(임기)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전해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3. 낮 12시 15분 달성군 사저 도착, 공식 인사
경찰이 통제하는 가운데 5천여 명의 인파가 달성군 사저 주변에 몰려 박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태극기나 풍선을 들고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길가에는 환영 현수막과 화환 수백 개, 사진 장식 등이 놓여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승용차가 사저 초입에 들어오자 지지자들은 손뼉을 치며 “박근혜”,“잘 오셨습니다”,“환영합니다” 등을 외쳤다.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사면이 결정된 후 달성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라며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있었다.
#4. 꽃 선물한 어린이와 포옹 vs 소주병 투척
달성군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남자 어린이가 준 꽃다발을 받았다. 어린이의 꽃 선물에 박 전 대통령은 고맙고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아이를 두어 번 포옹해 주기도 했다. 최근 5년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보였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대국민 인사말을 시작한 지 1분 여 만에 소주 병이 날아드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소주 병은 박 전 대통령 왼쪽 앞 3m 지점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순식간에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에워쌌으며 소주 병을 던진 40대 남성 A 씨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약 2분 후 박 전 대통령은 다시 발언을 이어간 뒤 사저로 들어갔다.
소주 병을 던진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경찰들이 설치해둔 취재진 대기 구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이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인민 혁명당에 가입해달라'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특수상해 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인혁당 사건은 1960~70년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이 한국의 국가변란을 기도했다고 발표된 사건으로 이후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이 고문을 통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2007년과 2008년 사법부 재심에서 이미 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꽃을 든 어린이와의 포옹과 인혁당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의 소주병 투척. 두 장면 모두 돌발 상황이었지만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서로 다른 두 시선이 우연히 겹치는 순간이었다.
※본 기사는 연합뉴스 24일 보도를 인용·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