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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업 공간이 변한다③> 문화 삼킨 은행의 변신, '공간 변주'에 고객 만족

‘그야말로 트랜스포머’, 독서와 음악 감상은 기본...4차 산업 변화까지 담은 은행점포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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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1호 유재기⁄ 2022.04.05 14:27:16

하나은행의 컬쳐뱅크는 주변 장소와의 이질감을 없애고 대중이 선호하는 문화 콘텐츠를 은행점포에 녹여 공간의 혁신을 이루고 있다. 사진 = 하나은행

 

공간은 인간이 존재하는 세계를 인식하는 근거이다. 예를 들어 나지막한 우리의 전통 돌담은 외부 세계와의 경계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집안과 밖의 소통을 상징하는 공간이 된다. 기업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재화나 서비스 판매를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 브랜드 가치, 고객과의 소통 방식을 상징한다. 그래서 고객을 위한 공간, 임직원을 위한 기업 내부의 공간에 문화를 심는 것에는 기업의 의도와 코드가 담겨 있다. 기업 공간의 트렌드를 엿보는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상의 경제생활과 직결된 '금융'은 언제나 트렌드에 민감하다. 특히 시중은행은 매일 수많은 고객이 찾는 은행권의 얼굴이다. 직원의 환한 미소와 친절한 서비스는 모든 지점의 공통사항이다. 자연스레 차이는 공간으로 넘어간다.

도넛 매장과 결합한 우리은행 ‘베이커리 앤 브랜치’

시중은행들은 일찍부터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일부 점포에 브랜드 정체성을 투영하기 시작했다. 가장 발 빠른 변화는 우리은행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6년, 서울 잠실에 자리한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베이커리 앤 브랜치'는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과 결합한 매장이다. 인지도 높은 카페 중 하나인 크리스피크림 도넛에서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며 우리은행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어 평일 오전에도 수많은 고객이 방문한다.

우리은행의 베이커리 앤 브랜치는 향긋한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도넛을 즐기며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고객들을 유도한다. 사진 = 우리은행

매장 바로 앞엔 1층(지상)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롯데월드몰 방문 고객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베이커리 앤 브랜치의 이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진다.

이곳을 자주 방문하는 A씨는 "집이 근처라 롯데월드몰에 자주 오는데 이곳 우리은행 ATM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인파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라고 말했다. 여타 은행 매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칸막이 설치를 통해 은행창구, 고객 휴식공간을 나눠 카페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달콤한 베이커리 내음과 커피향을 즐기면서, 동시에 은행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금융과 독서의 우아한 만남, 하나은행 ‘컬쳐뱅크’

하나은행의 '컬쳐뱅크'는 수도권에 국한된 은행 공간 변화를 전국적으로 전파하며 고객과의 스킨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를 비롯 충청남도 천안까지 하나은행의 컬쳐뱅크가 높은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광화문역 컬쳐뱅크는 오프라인 은행권 변화의 모범답안으로 급변하는 사회에 아날로그적인 쉼표를 얹었다.

이곳은 책과 힐링을 주제로 구성하여, 은행 서비스를 누리며 동시에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은행을 찾는 대부분 고객이 신문이나 잡지대신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지만 이곳은 서점, '문화공간'으로서의 이점을 고객에게 각인시킨다. 공간 디자인도 한몫한다. 따스한 원목 가구와 계단식 원목 의자가 선사하는 공간 무드는 책과 종이라는 콘텐츠를 손에 쥐게 유도한다. 짧은 대기 시간동안 고객은 그동안 잊고 지낸 독서라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광주 컬쳐뱅크는 독립서점의 무드에 레트로 감성 콘텐츠를 믹스한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 하나은행

광주 컬쳐뱅크(7호점)는 시니어에겐 추억을, MZ세대에겐 경험 못한 과거를 만나보는 장소다. '라운지 1968'로 불리는 이곳은 지역사회를 위한 개방형 문화 공간으로 공예와 힐링 서점, 가드닝,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가 즐비하다. 아늑함이 전해지는 버건디 컬러 원목이 주는 편안함과 개방감이 전해지는 가드닝 모티브의 독서 공간은 유럽의 서점을 연상시킨다. 마치 영화 <노팅힐>의 휴 그렌트가 카운터를 보며 손님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느낌이랄까….

 

금융과 독서의 만남은 기업 이미지 재고에도 효과적이지만 고객 역시 삶의 풍요로움을 채울 수 있다. 이외에도 스폐셜 티와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강남역점, 심신에 평온을 안겨주는 식물 카페 스타일의 방배서래점 등 전국에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

신구의 조화를 입힌 서울 서소문에 위치한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는 디지털과 기술,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차세대 미래 영업점이다. 마치 작은 DDP(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연상시키는 곡선형 인테리어가 특징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항공사 라운지 느낌을 주는 원형 테이블과 의자다. 일반적인 은행 점포에서 느낄 수 없는 트렌디한 럭셔리다. 디지로그 브랜치의 방향성이 담긴 원형 테이블도 주목할 만 하다. 이곳은 CX(Customer Experience)존으로 테이블에 비친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금융유형 검사’, ‘보통사람 금융생활’, ‘지식창고’등의 유익한 콘텐츠를 단순 터치만으로 즐길 수 있다.

볼펜이 필요 없는 금융 유형 검사는 자신의 MBTI만 입력하면 유형에 맞춘 금융 상품을 추천해준다. 혁신적인 내용은 아닐지라도 아날로그 원목에 디지털 스크린으로 정보를 보여주는 디지로그 브랜치의 기술은 타 은행 점포에선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

신한은행은 근사한 공항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공간에 신기술을 접목,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가 다가올 미래에 한 층 더 가까워지도록 유도한다. 사진 = 신한은행

변화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곳은 오는 4월 8일까지 ‘골프존 비전홈(가정용 골프 시뮬레이터로 자이로센서가 탑재돼 있고 볼 없이도 실제 볼을 치는 리얼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임팩트볼)’을 선보인다. 고객들이 점심시간이나 등을 활용해 이곳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골프존과 함께 기획했다.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스포츠 중 하나인 골프를 은행에서 즐길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놀랍다.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은행원 1도 없는 오직 청춘을 위한 공간 'KB락스타 청춘마루'

KB국민은행의 청춘마루는 마치 미국 하이틴 영화에 나올 법한 세련된 건물로 KB국민은행을 젊은 층에게 트렌디한 금융권 회사로 인식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홍대 'KB락스타 청춘마루'는 내부에 영업점이 없는 파격적인 혁신을 담은 공간으로 시중은행권의 오프라인 변화 중 가장 자신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1층에 자동화기기 6대를 설치했지만, 은행원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 이 공간은 오롯이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깨워주는 콘텐츠로 구성됐다.

또한 수도권 드라이브 코스에 자리한 근사한 카페를 연상시키는 건물은 마치 해외 유수 벤처기업 건물처럼 보인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1층 카페의 편의성과 두 개의 층을 관통하는 계단식 의자가 주는 개방감만으로 충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우아한 휴식을 선사하는 LP청음 시설은 MP3와 스트리밍 뮤직 서비스에 친숙한 MZ세대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지하 1층의 뮤직라운지 내 오디오 기기 이용이 어려워진 건 아쉽다. 그러나 짐 보관 서비스를 비롯, 그림 그리기를 해볼 수 있는 청춘마루 아뜰리에 등 문화 콘텐츠 등을 통해 복잡한 홍대거리가 주는 피로감을 문화로 달랠 수 있다.

오는 5월 14일까지 'ME=LOVE, PLANET'이라는 봄과 사랑을 주제로 한 미디어 무료 전시도 진행 중이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KB국민은행 앱을 통해 발급받은 바코드가 있어야 입장할 수 있다.

 

따스한 봄, 개별 은행들의 정체성을 투영한 공간들을 돌아보며 ‘경험과 휴식’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문화경제 유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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