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5호 김민주⁄ 2022.06.07 16:37:59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이커머스 거래가 급증하며 패키지와 언박싱의 위상이 달라졌다. 구매 결정 전에 실제 제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오프라인 시장 거래와 달리 이커머스에서 소비자는 제한된 온라인 정보에 기반해 구매를 먼저 하고, 이후 배송받은 패키지를 풀어보고 나서야 실물을 접할 수 있다. 패키지와 언박싱 과정의 소비자 경험은 실제 제품의 첫인상과 만족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데다 최근 관련 콘텐츠 또한 급증하고 있어 기업은 패키지와 언박싱의 마케팅 효과를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 팬데믹을 겪으면서 친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린슈머가 증가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패키지에 관한 고민도 깊어진다.
포장을 뜯는 행위 자체를 고유한 경험으로 여기는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의 ‘포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도 있듯, 예쁜 포장만으로도 대접받는 기분을 함께 얻는다.
패키지에 집중하는 경향은 특히 뷰티 업계에서 두드러진다. 화장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파는 만큼 제품 성격에 맞는 고급스럽고 예쁜 패키지로 눈길을 사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MZ 세대 취향’과 ‘지속 가능한 친환경 패키지’라는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MZ세대 취향 맞춤 … 가상 공간과 몰입형 전시로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언박싱
뷰티 업계의 주요 타겟층인 1020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화장품 모델로 등장하면 그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입하곤 한다.
이니스프리는 소비자들의 그러한 니즈와 성향을 파악해 홍보 모델로 걸그룹 아이브 멤버인 ‘장원영’을 내세웠다. 장원영은 Mnet ‘프로듀스 48’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아이즈원을 거쳐 아이브로 데뷔했다. 현재 장원영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MZ 세대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5월 MZ세대를 대표하는 장원영을 홍보 모델로 선택하고, ‘그린티 씨드 세럼’ 제품 캠페인을 진행하며 장원영 ‘포토카드 패키지’ 증정 이벤트를 실시했다.
포토 카드 패키지 증정 이벤트는 그린티 씨드 세럼 구매 고객에게 ‘원영 포토카드 패키지’를 증정하는 일종의 프로모션이다. 한정 수량만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해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포토 카드 패키지는 총 2종으로 구성됐으며 패키지 구성품으로 ‘원영 포토 카드 2종’, ‘버추얼 포토 카드/시크릿 코드’, ‘투명 포카 프레임 1장’, ‘그린티 씨드 세럼 1ml 3개입’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이니스프리는 신세대 눈높이에 맞는 특별한 언박싱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버추얼 쇼룸(Virtual Showroom)’을 마련했다. 버추얼 쇼룸은 온라인 가상 쇼룸으로, 원영 포토카드 패키지 리플릿에 포함된 QR 코드를 통해 입장 가능한 가상 공간이다.
쇼룸에 입장할 때 등장하는 캐릭터를 소비자가 직접 움직여 쇼룸 내 펼쳐진 캠페인 메인 영상은 물론 장원영 이미지와 영상 등을 관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구성품 중 하나인 ‘버추얼 포토 카드’는 쇼룸 내 위치한 포토카드 부스를 통해 시크릿 코드를 입력한 뒤에만 수령할 수 있게 했다. 버추얼 포토 카드는 미공개 원영 이미지로, 2종 중 1종을 랜덤 증정하며 희소성을 높였다. 또한 발급받은 버추얼 포토 카드는 ‘내 컬렉션’ 탭에서 가상 영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단지 포장지를 뜯고 포토 카드를 얻는 기존의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메타버스 등을 연계해 제품을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접근한 것이다. 이런 경험은 소비자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제품 중 패키지 디자인이 돋보이는 또 다른 제품으로 ‘라네즈 워터뱅크’ 라인이 있다.
‘라네즈 워터뱅크’ 라인은 하늘색에 동글동글한 큐브형 디자인으로, 한 손에 잡기 쉬운 콤팩트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라네즈는 워터뱅크 라인 디자인에 대해 “어떤 환경에서도 조화롭게 어울리며 사용 편의의 본질까지 함께 담았다”고 밝혔다. 또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MZ 소비자들의 모든 일상과 공간에 밸런스를 만들어 주는 라네즈만의 새로운 디자인”이라고 덧붙였다.
라네즈는 새롭게 선보이는 워터뱅크 라인을 출시를 기념해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약 한 달 동안 서울 성수동에서 몰입형 인터렉티브 전시회 ‘라이프 오아시스(Life Oasis) 2.0’를 개최한 바 있다. 전시는 ‘회복’을 주제로 전시 공간마다 관련 메시지를 담았다.
워터뱅크 라인의 색감과 같은 하늘색으로 조성된 전시장에는 곳곳에 워터뱅크 라인을 닮은 조형물들이 자리했다. 전시 공간은 △회복의 감각을 깨우는 ‘회복의 시작’ △내면 속 깊은 감정을 마주 하는 ‘회복의 주체’ △회복의 에너지를 깨우는 ‘회복의 큰 물결’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회복의 균형’ 등 총 8개의 콘셉트로 이루어졌다. 또한 오감을 깨우는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내면의 긍정적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회복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관람객은 AI로 구현된 자신의 웃는 얼굴, 슬픈 얼굴 등을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공간과 사운드를 맞이하며 공간을 이동할수록 편안해지는 회복을 경험한다. 특히 라이프 오아시스 전시는 트렌디하고 재치 있는 감각으로 MZ세대에게 호평받고 있는 아티스트 NOVO와 협업을 진행해 더욱 주목받았다. 전시 마지막 공간인 ‘회복의 영감’ 존에는 작가가 라네즈와 고객에게 받은 영감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무엇보다 전시 끝에 워터뱅크 라인 ‘블루 히알루로닉 크림’을 증정해 전시를 통한 언박싱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이 색다르다. 관람형 전시와 달리 독특한 콘셉트의 체험형 무료 전시다 보니 그야말로 인증샷 성지로 떠올랐다.
한편 라네즈는 이 ‘라네즈 워터뱅크’ 디자인으로 ‘iF 디자인 어워드 2022(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 2022)’에서 ’패키지 디자인 부문’ 본상까지 수상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국제포럼디자인’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꼽힌다.
감각적인 제로 웨이스트 패키지로 디자인·환경 모두 챙겨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즘 트렌드로 ‘친환경’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일어나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친환경’ 포장이 대세가 됐다. 소비자들도 이제 제품을 구입하고 포장을 뜯을 때, 이 포장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재질인지 아닌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 역시 그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속 가능한 친환경 패키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Recycle, Reduce, Reuse, Reverse’의 ‘4R 전략’을 내걸었다.
Recycle 단계에서는 다 쓴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메탈프리(Metal-Free) 펌프를 적용하거나 쉽게 탈착할 수 있는 라벨을 부착한 제품들을 점차 늘렸다. 내용물의 토출을 위해 사용해 온 금속 스프링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제품을 다 사용한 뒤 별도의 분리 작업 없이 그대로 분리 배출할 수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해피바스 자몽 에센스 바디워시가 있다.
Reduce 단계에서는 Beyond PCR(Post-consumer recycled) 방식을 도입해 고갈 자원인 석유 원료 대신 재생 플라스틱의 사용을 확대했다. 이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 유래 원료나 폐플라스틱 원료로 제작한 용기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플라스틱 중 PET 재질의 경우 재활용 원료를 깨끗하게 원료화하는 기술이 부족해 최대 30% 정도밖에 쓰지 못했으나, 아모레퍼시픽은 재활용 원료 사용 비중을 높이기 위해 메쉬망 필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했다. 이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 재활용 원료 사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렸다.
그 예로 해피바스 퍼퓸 바디워시는 식물 유래 플라스틱을 26.5% 함유한 무색 투명 재생 플라스틱 용기로 출시됐다. 유색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재활용 분류가 어려워 소각되거나 매립되기 쉬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정되는 수축 라벨을 적용, 고객이 절취선을 따라 비닐을 뜯기 쉽도록 제작돼 소비자들이 친환경 재활용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은 나무를 베지 않고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을 원료로 한 친환경 식물 유래 플라스틱 적용 비율을 늘리고, 폐플라스틱 원료를 활용해 제작한 용기의 비율도 늘렸다. 바이오패트 원료의 경우, 기존 패트에 비해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20% 이상 적다.
Reuse는 ‘리필 스테이션’을 통한 아모레 리필 활성화 활동이다. 아모레스토어 광교에 위치한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의 내용물을 원하는 만큼 소분해 판매한다. 작년 10월 말 오픈 이래 천 명이 넘는 소비자가 리필 제품을 구매했다.
Reverse 단계에서는 다 쓴 화장품 공병을 회수해 소각하지 않고, 용기 원료로 다시 활용하는 ‘물질 재활용’ 비율을 높여 가고 있다. 매년 약 200톤가량의 화장품 용기를 수거하는데, 글로벌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 및 최근 MOU를 체결한 GS칼텍스 등과 함께 플라스틱 용기를 최소 100톤 이상 재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2005년부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환경성을 고려하는 에코 디자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2006년부터 신제품 포장재에 대해 개발 단계에서 환경성을 체크하도록 하는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해피바스는 2009년 업계 최초로 국가 공인 환경 마크를 획득했다. 더불어 해피바스는 바디워시 에센스 라인 3종에 생산-수송-사용-폐기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탄소성적표지(탄소라벨링)'도 부여받았다.
이니스프리도 마찬가지다. 이니스프리는 지속 가능한 패키지를 개발을 위해 “제품 용기에 재생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2030년까지 재생 플라스틱 적용 제품을 7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플라스틱 대체 소재 및 경량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니스프리는 전체 850개 제품 중 129여 개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을 적용한 상태다.
이니스프리는 리필형 제품인 ‘리스테인 라인’과 같이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는 대용량 및 리필 타입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 예로 녹차지와 소이잉크 인쇄 패키지가 있다.
대부분의 제품 단상자에 사용 중인 녹차지는 버려지는 녹차 부산물과 재생 펄프로 만든 FSC 인증
지류다. 이 지류에 사용되는 녹차 부산물은 그린티 라인의 제품 제조 시 사용하고 남은 녹차 부스러기를 원료로 재활용한 것이다. 또한 단상자의 문구는 생분해성이 우수하고, 재생에 용이한 소이잉크로 인쇄했다.
이니스프리는 공식 온라인 몰 배송 시 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한 박스, 완충재, 테이프를 사용한다. 또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일절 없앤 ‘고체 샴푸바’를 제작해 330mL의 샴푸 용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28g의 플라스틱 양 절감 효과를 냈다.
디자인도 놓치지 않았다. 앞서 살펴본 이니스프리의 ‘리스테이’ 라인은 깨끗한 흰색에 견고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깨끗한 인상과 신뢰감을 준다.
또한 이니스프리는 그동안 ‘그린티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시대 트렌드에 맞는 브랜드 철학을 담고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친환경 행보를 보였는데, 이를 더욱 적극 반영하고자 그린티 라인을 2022년 새롭게 리뉴얼해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직선과 곡선, 챔퍼(Chamfer) 디테일이 조화를 이룬 실루엣 용기에 미니멀한 그래픽을 적용해 현대적인 자연주의를 표현했다. 제품 용기는 재활용 소재(재생 PP, 재생 유리), 메탈프리(Metal-Free) 펌프를 사용했으며, 단상자에는 FSC 인증을 받은 재생지를 적용하여 재활용성을 높이고 환경에 주는 영향력을 최소화했다. 이니스프리는 이 그린티 라인 용기 디자인을 통해 ‘2022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dot Design Award)’ 제품 디자인 부분 본상을 수상했다.
뷰티 업계의 맏언니 격인 아모레퍼시픽과 계열사들은 환경 문제에 공감하며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앞장서 줄여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소비자들은 제품을 뜯을 때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죄책감 대신, 자연 친화적인 언박싱 경험을 선물 받는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
■ '기획특집 언박싱' 다른 기사 보기
① ‘지속가능성’ 고민이 탄생시킨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
③ 식품·유통 업계, 패키징으로 환경·Z세대 두 마리 토끼를 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