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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언박싱 ①] ‘지속가능성’ 고민이 탄생시킨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

친환경 패키지에 대한 소비자 요구 높아…업사이클링 아이디어로 CES혁신상‧iF디자인어워드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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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5호 윤지원⁄ 2022.06.03 17:44:23

TV 배송용 패키지를 소형 가구 및 인테리어 소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 사진은 삼성전자 더 세리프 TV 패키지 및 패키지로 만든 고양이 집. (사진 = 삼성전자)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이커머스 거래가 급증하며 패키지와 언박싱의 위상이 달라졌다. 구매 결정 전에 실제 제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오프라인 시장 거래와 달리 이커머스에서 소비자는 제한된 온라인 정보에 기반해 구매를 먼저 하고, 이후 배송받은 패키지를 풀어보고 나서야 실물을 접할 수 있다. 패키지와 언박싱 과정의 소비자 경험은 실제 제품의 첫인상과 만족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데다 최근 관련 콘텐츠 또한 급증하고 있어 기업은 패키지와 언박싱의 마케팅 효과를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 팬데믹을 겪으면서 친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린슈머가 증가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패키지에 관한 고민도 깊어진다.

패키지와 언박싱, 일상이 되다

KPMG 글로벌이 전 세계 16개국 소비자 1만 86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은 ‘나, 나의 삶, 내 주머니’(Me, my life, my wallet)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76%는 이커머스를 통한 온라인 구매가 ‘매우 중요하다’ 또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실제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 규모는 185조 5600억 원 수준으로 2017년의 78조 2273억 원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20년 7월 22일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국내 유통사들의 과대포장과 재포장에 대한 입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포장 패키지 솔루션 스타트업인 패커티브(Packative)의 다닝거 도미닉 대표(CEO)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5위, 온라인 침투율은 세계2위 규모의 거대 시장”이라며 패키지 솔루션 서비스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거래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물류의 증가 및 패키지 산업 규모의 확대로 이어진다. 택배와 배달은 대중의 일상이 됐고,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트렌드도 변화하게 됐다. 특히 두 가지의 뚜렷한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문화 콘텐츠 측면에서 ‘언박싱’ 콘텐츠 및 패키지 리뷰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 등으로 대표되는 UGC(User generated content) 플랫폼에는 관심 있는 제품을 대신 언박싱해서 보여주는 콘텐츠가 크게 인기를 끌며 증가하고 있고, 이커머스 쇼핑몰 사이트의 구매자 리뷰 페이지에서는 사진 및 동영상 리뷰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이렇듯 수많은 사용자가 생산하는 수많은 ‘이미지’와 ‘동영상’을 통해 제품과 그 패키지가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므로, 기업 및 브랜드는 제품의 디자인 뿐 아니라 패키지의 디자인, 언박싱 경험에 대해서 더 신경을 써야만 한다.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 위에 제작에 필요한 도면을 그리는 모습. (사진 = 삼성전자)

 

‘지속가능한 패키지’ 고민 필요한 시대

둘째, 소비문화의 트렌드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친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 집단인 ‘그린슈머’(Greensumer)가 많아지면서 배송 폐기물과 관련한 패키지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중요해졌다.

환경부가 집계한 국내 일 평균 쓰레기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택배 상자, 완충제로 쓰는 스티로폼 등 발포수지 등등 배송 및 패키지와 관련한 쓰레기의 배출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당 통계에서 종이쓰레기는 지난 2019년 747톤에서 2020년 932톤으로 약 25%, 발포수지가 2019년 104톤에서 2020년 119톤으로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배송 서비스 이용자 1200명에 대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배송 서비스에서 가장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과대포장’을 꼽았다. 앞서 언급한 KPMG 글로벌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업에 친환경 포장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오늘날 ‘좋은 패키지’란 ①배송 과정에서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뿐 아니라 ②배송된 후 첫인상 및 언박싱 경험에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③패키지를 폐기하는 단계에서는 환경적인 문제로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패키지라 할 수 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조건들의 우선순위다. 언박싱 콘텐츠를 통한 마케팅 효과라는 측면에서 ②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지만, 코로나19를 겪은 2022년의 그린슈머들은 ③을 위해 ②를 기꺼이 포기한 패키지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며 이를 패키지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기업이 있다. 특히 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달리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전자의 ‘에코 패키지’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많은 TV 사용자들이 TV 주변기기 및 리모콘을 보관할 소형 가구를 구매하는 데서 착안해 에코 패키지를 개발했다. (사진 = 삼성전자)

 

TV 박스, 가구/인테리어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전 세계에 출고되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더 세리프(The Serif)’·‘더 세로(The Sero)’ 포장재를 시작으로 가전제품 포장재 디자인을 전면 변경하고 업사이클링(Up-cycling)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Eco package)’를 적용했다.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는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의 각 면에 도트(Dot)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반려동물용 물품, 소형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마련된 웹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TV 등 가전제품의 포장재는 제품을 보호해야 하는 특성상 두꺼운 골판지가 주로 사용되는데, 이를 업사이클링하는 문화를 정착시킨다면 종이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에코 패키지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TV 포장재를 가치 있게 사용할 순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고,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서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실천했다’는 만족감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개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포장재 재사용’이라는 핵심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던 디자인 팀은 많은 TV 소비자가 TV 주변 기기나 리모컨을 보관할 별도의 수납함이나 바구니를 구매하는 경우를 떠올렸고, TV 포장재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소형 가구로 재탄생하는 방법이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 웹사이트에 TV 패키지로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 제작 난이도, 예상 소요 시간 등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에코패키지 전용 웹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에코 패키지 웹사이트에서 사운드바 제품 패키지로 원형 테이블을 만드는 도안을 선택하니 박스 표면에 그릴 도안이 안내되었다. (사진 = 삼성전자 에코패키지 전용 웹페이지 캡처)

 

활용 가능한 도안, 계속 추가

삼성전자는 에코패키지 전용 웹사이트를 구축해 다양한 가구 및 소품을 제작할 수 있는 도면들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TV 포장 상자 겉에 일정 간격으로 빽빽하게 인쇄된 점들을 이용해 해당 도면을 쉽게 옮겨 그리고, 커터칼로 재단해 손으로 끼우는 등 간단한 방법으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해당 사이트는 다양한 제품의 도면과 조립 매뉴얼을 제공한다. 각 도면은 제작 가능한 제품 박스의 종류, 제작 난이도 및 예상 소요 시간도 잘 구분되어 안내되어 있다. 무엇보다 도면을 따로 책자로 인쇄해 제공하는 대신 QR코드로 연결되는 웹사이트로 제공하는 것 역시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포장재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면 아이디어를 더 많이 도입하기 위해 영국 라이플스타일 전문 매체 ‘디진’(Dezeen)과 협업한 디자인 공모전을 지난해까지 두 차례 진행했고, ‘축구’를 테마로 한 제품들도 추가했다.

특히, 공모전 수상 도안 중에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북극곰, 코뿔소, 바다거북의 모양을 본뜬 디자인으로 간이 의자나 테이블, 놀이 도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멸종위기 동물 및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적인 목적이 인정받아 대상을 받은 디자인이다.

 

삼성전자-디진의 에코 패키지 도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멸종위기 동물' 디자인.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에코 패키지는 지난 CES 2020에서 처음 소개됐고, 종이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더라도 한 번 더 환경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 독일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1(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 2021)’의 패키지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처음에는 TV 제품 일부 라인업에만 적용하던 에코 패키지를 지난해부터 TV 전 제품으로 확대했고, 현재는 TV 전 제품과 모니터, 사운드바 세트 및 사운드 타워 등의 홈 오디오 제품군, 비스포크 제트 및 청정스테이션 등 진공청소기 제품군, 비스포크 큐브 AIR 등 공기청정기 제품군, 비스포크 큐커에까지 적용하고 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가치 있고 뛰어난 기술력의 제품도 만들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에도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

 

(기획특집: 언박싱 관련 기사 보기)

② 디자인과 친환경이 만난 아모레퍼시픽의 '신세계 언박싱'
③ 식품·유통 업계, 패키징으로 환경·Z세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④ “애플 유저의 충성도, 언박싱에서 시작” 패키징 솔루션 스타트업 ‘패커티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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