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불안 등 대외 환경 악화 속에서도 선전했다. 하지만 주요 사업인 스마트폰·가전 매출이 꺾였고, 반도체도 영향을 받으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7조 2036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것이자, 지난 1분기(77조 780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14조 971억원을 실현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2분기 실적 중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2분기(14조 87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보다 실적이 성장했지만 신기록 행진은 멈췄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3분기(73조 9800억원)와 4분기(76조 5700억원), 올해 1분기(77조 7800억원)까지 세 분기 연속으로 매출 신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2분기에는 77조 2036억원으로 기록 경신을 멈췄다.
이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중국 도시 봉쇄 등으로 제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가전·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매출이 둔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비용의 상승도 이익률을 더욱 낮췄다는 분석이다. 반면 고환율은 전체적으로 실적 방어에 한몫했다.
사업 부문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계속되면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스마트폰 등을 총괄하는 MX(모바일 경험)부문과 TV와 생활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CE(생활가전)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올해 28조 5000억원, 영업이익 9조 98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5.3%, 영업이익 44% 늘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선제적인 시장 예측을 통한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한 상황에서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유지하면서 판매 가격을 유지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 시스템 반도체는 대량판매, 시스템온칩(So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의 판매가 늘었다. 글로벌 고객사에 대한 공급을 늘리면서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정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이 정상궤도에 진입하면서 분기 최고 영업이익을 거뒀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올해 2분기 매출 7조 7100억원, 영업이익 1조 600억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1% 감소했다.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프리미엄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계속되면서 매출은 2분기 기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퀀텀닷(QD)-OLED 초기 비용과 철수를 결정한 액정표시장치(LCD)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둔화됐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MX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29조 3400억원, 영업이익 2조 6200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1% 감소했다. 스마트폰은 고물가 우려로 교체 수요가 줄어들면서 출하량이 감소했다.
TV와 생활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CE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 3800억원, 3600억원을 올렸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10.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6% 급감했다. 글로벌 TV 수요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판매 비용 증가에 따른 부진이다.
다만 네오 QLED와 라이프스타일 TV 등 프리미엄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생활가전은 공급망 이슈에 따른 제품 원가 부담이 계속되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맞춤형 생활가전 비스포크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또, 계절 영향에 따른 에어컨 성수기가 맞물리면서 생활가전 사업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최고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는 거시경제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수요 상황 등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DS 부문은 ▲고부가·고용량 중심 포트폴리오 운영 ▲첨단 공정과 신규 응용처 확대에 주력한다. DX 부문은 ▲프리미엄 리더십과 라인업 지속 강화 ▲글로벌 2억 3000만명 규모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사용자 기반 멀티 디바이스 경험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메모리는 서버 수요는 지속되는 반면, 거시경제 영향에 따른 모바일·PC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의 모바일 신제품 출시 등 수요 영향을 모니터링 하면서 고부가가치·고용량 중심의 포트폴리오 운영에 주력할 예정이다.
시스템LSI는 대량판매 SoC 사업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2억 화소 이미지센서 고객 확대를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파운드리는 GAA 2세대 공정 개발에 집중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또 신규 글로벌 고객사 확대를 통해 시장 대비 초과 성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SDC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와 전장, 게임 등 신규 응용처 확대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대형 패널은 LCD 생산 종료와 QD 디스플레이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MX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통해 갤럭시 노트 이상의 판매를 창출해 폴더블폰을 본격적으로 대중화할 방침이다. 웨어러블 신제품을 출시해 갤럭시 생태계를 확대하고 전반적인 운영 효율화도 강화할 계획이다.
네트워크는 주요 해외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5G망 증설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예정이다. 5G 핵심칩, vRAN(가상화 기지국) 기술 리더십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영상디스플레이는 수요 불확실성은 있지만, Neo QLED·초대형·라이프스타일 전략 제품 판매를 확대해 성수기 프리미엄 시장 선점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B2B·온라인 채널 강화와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달러 강세에 따라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에서 1조 3000억원 환차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2분기 시설투자는 12조 3000억원으로 DS부문 10조 9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 8000억원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평택 3기 인프라 투자와 화성·평택·시안 증설과 공정 전환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 파운드리는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공정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지속가능경영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 감독기능 강화 ▲사업부별 지속가능경영 활동 확대 ▲지속균형발전 분야 글로벌 주요 이니셔티브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가입 등 최근 1년간 주요 활동 결과를 반영한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5월엔 미국 환경청이 주관하는 ‘2022 에너지스타상’에서 제조사 부문 정기 어워드 최고 등급인 ‘지속가능 최우수상’을 9회째 수상했다. 에너지 관리 부문에서도 본상인 '올해의 파트너상'을 수상했다.
또 ‘Neo QLED 8K’를 포함해 올해 TV 신제품 11개 모델에 대해 영국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가 수여하는 ‘탄소 발자국-탄소저감인증(Reducing CO2)’을 받았다.
DS 부문의 경우, 다각적인 폐기물 재활용 전환 노력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률 97.5%를 달성했고, 폐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방진복 개발로 미국 재생 표준 인증을 획득했다.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플래티넘 등급 사업장도 2개 늘어났다.
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정가스 처리시설을 국내 사업장에 추가로 설치해 매월 온실가스 19만톤을 추가 저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포괄적인 중장기 환경경영 전략을 수립 중이며 조만간 세부적인 계획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지속가능경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