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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케팅⑤] 스포츠와 술은 찰떡궁합, 둘이 만나면 마케팅은 빛나고 팬들은 더 즐겁다

메이저리그 팀·홈구장 이름에 보이는 맥주 브랜드… 오비맥주는 월드컵 특수로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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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7호 김응구⁄ 2022.12.01 17:21:05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가 열렸던 11월 28일, 서울 강남의 ‘카스 플레이 펍’에 모인 고객들이 ‘넘버 카스’를 활용한 응원 이벤트에 참여하며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암만 생각해도 스포츠와 술은 참 잘 어울린다. 온 국민이 응원하는 경기에는 항상 국민 간식과 술이 따라 다닌다. 당장 월드컵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술집은 만원이고 ‘집관족’의 필수 아이템은 응원도구가 아닌 술이다. 애타게 기다리던 골이 터질 땐 외마디 함성으로 시작하고 건배로 마무리한다.

MLB 팀·홈구장 이름에 붙은 맥주 브랜드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즐기는 야구 마니아라면 ‘콜로라도 로키스(Colorado Rockies)’가 낯설지 않다. 김병현(2005~2007)과 김선우(2005~2006) 등 한국인 투수가 활약했던 팀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다섯 팀 중 하나인 로키스는 구장으로도 유명하다. 해발 1610미터 고지대인 탓에 타자에겐 유리하고 투수에겐 지옥 같은 곳이다.

구장 이름이 ‘쿠어스 필드(Coors Field)’다. 맥주맛 좀 본 사람이면 단번에 알아차린다. 그렇다. 미국 맥주 ‘쿠어스(Coors)’와 관련이 있다. 로키스가 창단한 건 1992년의 일. 그 당시 전용 구장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창단 초기에는 NFL(미식축구)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의 홈구장이었던 마일하이 스타디움(Mile High Stadium)을 함께 썼다.

로키스의 연고지인 덴버시(市)는 1992년 10월 야구 전용 구장 건설에 들어갔다. 그리고 구장 명명권(命名權)을 맥주회사인 쿠어스에 판매했다. 알려진 바로는 계약금액 1500만 달러의 영구계약이다. 이후 2년여의 공사 끝에 1995년 완공했고, 지금까지 로키스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밀워키 브루어스(Milwaukee Brewers)’도 맥주와 관련 있다. 연고지인 밀워키는 미국에서 첫째가는 맥주 양조 도시다. 그래서 ‘브루 시티(Brew City)’라고도 부른다. 자연스럽게 팀 이름은 ‘양조업자(Brewers)’가 됐다.

메이저리그는 1969년을 시작하며 팀 수를 네 개 더 늘렸고, 그중 하나가 브루어스의 전신인 ‘시애틀 파일러츠(Seattle Pilots)’였다. 그때까지는 아메리칸리그 소속이었지만 한 시즌만 치르고선 연고지를 밀워키로 옮겼고 팀명도 브루어스로 바꿨다.

브루어스의 홈구장 이름은 ‘밀러파크(Miller Park)’다. 2001년부터 유명 맥주 브랜드인 ‘밀러’로부터 네이밍 스폰서(명칭 후원)를 받고 있다. 1855년 설립된 밀러는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맥주 양조회사 가운데 하나다.

브루어스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2019년 11월 새롭게 디자인한 로고와 유니폼을 공개했다. 로고는 밀워키와 브루어스의 앞글자인 ‘M’과 ‘B’를 적절히 조합해 글로브 안에 야구공이 들어있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사실, 이 로고는 1994년까지 사용했던 건데, 색깔만 바꿔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니폼 왼쪽 어깨에는 맥주 주재료인 보리로 야구공 실밥을 형상화한 모습의 패치를 달았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aint Louis Cardinals)’도 있다. 월드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강호다. 우리에겐 오승환(2016~2017)과 김광현(2019~2021)이 몸담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의 홈구장은 ‘부시 스타디움(Busch Stadium)’이다.

이 팀은 1953년 구단 소유주가 앤호이저 부시(Anheuser-Busch)로 바뀌면서 홈구장 이름에 부시를 집어넣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유명 맥주·음료 회사로, 우리에겐 ‘버드와이저(Budweiser)’, ‘호가든(Hoegaarden)’,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등으로 유명하다.

구단 차원서 팬들 술값까지 내주는 브루어스

메이저리그의 팬서비스는 ‘모범’에 가깝다. 승패를 떠나 팬들 앞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인다. 팬이 없는 야구경기는 그저 ‘공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선수 개개인이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스포츠 마케팅은 진심이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마케팅에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앞서 소개한 밀워키 브루어스 구단은 지난 4월 ‘디스 원스 온 미(This One’s On Me)’라는 이벤트를 펼쳤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내가 산다’ 내지는 ‘내가 쏜다’는 뜻이다.

브루어스는 올 시즌 내내 원정경기가 열렸던 금요일 오후 5시부터 밤까지, 구단이 미리 지정한 밀워키 내 식당·술집에서 손님들이 마시거나 먹은 술값과 음식값을 대신 내줬다. 원정경기까지 따라가지 못해도 그곳에서 여전히 브루어스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한 배려다.

이 이벤트에 참여한 선수는 모두 열세 명. 당일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서를 확인할 때 비로소 브루어스의 특정 선수가 사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이벤트는 선수 몇 명이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라 구단 차원에서 진행했다. 공식 보도자료도 냈다. 당시 구단은 지역 내 소상공인을 돕고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선수 주도의 팬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팬서비스의 정점을 찍은 이 행사는 진심을 담아 기획한 스포츠 마케팅이 얼마나 팬들을 환호하게 하고 더욱 충성하도록 만드는지 잘 보여준다.

하이트진로는 메이저리그 시즌 중 LA 다저스 구장 외야 LED 펜스에 ‘과일리큐르 4총사’를 연일 노출하며 야구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사진=하이트진로

LA 다저스와 11년째 어깨동무 중인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스포츠 마케팅은 창의적이면서 공격적이며, 그와 함께 세계화를 위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하이트진로는 2022년을 시작하며 글로벌 소주 브랜드 ‘진로(Jinro)’의 인지도를 확대하고자 미국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미국 내 인기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면서 현지인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진로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젊고 건강한 이미지 역시 구축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 구단인 LA 다저스와 11년째 어깨동무 중이다. 2012년 아시아 주류업체로는 최초로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구장 내 13개 매점에선 과일리큐르(청포도에이슬·자몽에이슬·자두에이슬·딸기에이슬)와 ‘청정라거-테라’ 캔맥주를 판매한다. ‘하이트진로 바(bar)’에선 소주 칵테일 ‘소주 쏘 블루(Soju So Blue)’도 선보이고 있다. 이 칵테일은 지난해 1만5000여 잔을 팔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참이슬’과 ‘과일리큐르 4총사’는 구장 외야 LED(발광다이오드) 펜스 광고판에 연일 노출되며 야구팬들의 시선을 잡아끌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야구뿐만 아니라 복싱으로까지 스포츠 마케팅 활동 범위를 넓혔다. 현재 25승 무패를 기록 중인 국제복싱기구(IBO) 슈퍼라이트급 세계챔피언 브랜던 리(Brandun Lee)의 후원을 올해부터 맡는다. 이에 따라 브랜던 리는 경기복에 ‘Jinro’ 로고를 부착하고 활동한다. 관련 굿즈 역시 하이트진로샵과 브랜던 리 소속사 홈페이지에서 단독 판매한다.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황정호 전무는 “미국 시장 내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2024년까지 수출액 35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 주류기업으로 소주 세계화에 앞장서며 미국 현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드와이저’는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며 지난 9월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주니오르, 라힘 스털링을 내세운 월드컵 캠페인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오비맥주

월드컵 공식 스폰서 ‘카스’는 현장·숫자 마케팅 돋보여

12월 현재 가장 왕성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는 주류업체는 단연 오비맥주다. ‘2022 피파(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를 대표하는 ‘카스’는 카타르 월드컵 공식 스폰서 브랜드다.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2022년 월드컵에도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다. 올해에는 국내 맥주 브랜드 중에서 유일하게 후원 스폰서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오비맥주는 현재 재밌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카스 플레이 펍’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행사인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 서울과 전국 6개 광역시의 매장 9곳이 경기가 열리는 저녁 시간에 월드컵을 응원하는 카스 플레이 펍으로 변신한다. 이곳들은 카스와 제휴한 그 지역의 인기 식당이다. 이들 펍에선 현장 MC의 진행 아래 다양한 응원 이벤트도 펼쳐진다. 모두 월드컵 경기가 끝날쯤인 12월 18일까지 운영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한마음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며 월드컵을 즐기도록 지역 상권과 협업해 ‘카스 플레이 펍’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10월에 월드컵을 준비하며 한정판 ‘넘버 카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라벨에 0부터 9까지의 숫자가 크게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숫자로 경기 결과를 예측하거나 좋아하는 선수의 등번호를 조합해 응원하도록 한 것이다. 스포츠에 숫자를 적용한 독특한 마케팅이다.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도 마련했다. 제품 측면에 보이는 정보무늬(QR코드)를 이용하면 모바일 게임 여섯 가지와 예능 영상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오비맥주는 이에 그치지 않고 ‘넘버 카스 골드 캔’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며 특별히 황금색 캔으로 제작했다. 앞면에는 행운의 숫자 7이 크게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카타르 월드컵 공식 엠블럼을 새겨 넣었다. 아주 소량만 만들어 컬렉터들의 수집 경쟁이 치열하다.

오비맥주는 10월에 ‘우리의 월드컵이 진짜가 되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월드컵 캠페인 광고도 선보였다. 이 광고는 넘버 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점수 예측, 선수 등번호, 포메이션 등 다양한 상황에서 넘버 카스를 활용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영상은 “이번 월드컵도 2002년 같았으면 합니다”라는 중계진의 목소리에 이어 2022로 표기된 넘버 카스 캔이 등장하며 시작한다.

주목할 만한 영상 광고는 카스뿐만 아니다. 역시 카타르 월드컵 공식 후원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는 이에 앞서 지난 9월 ‘네임드’를 앞세운 월드컵 캠페인 광고를 공개했다. ‘더 월드 이즈 유어스 투 테이크(The world is yours to take)’, 즉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라’라는 주제의 이 광고에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주니오르, 라힘 스털링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은 이들과 월드컵 참가국의 국기를 든 축구팬들이 선수 입장 터널을 지나 경기장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버드와이저 측은 “터널은 선수들이 경기 전 느끼는 감정을 팬들과 연결하는 공간이자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로 나가는 선수들의 여정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의 배경음악은 영국의 듀오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가 1985년 발표한 ‘에브리바디 원츠 투 룰 더 월드(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다. 세계 최고 축구경기인 월드컵을 지배하고픈 선수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빼어난 곡 선정이다.

버드와이저는 또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서 월드컵 응원축제인 ‘버드엑스(BudX) FIFA 팬 페스티벌 서울’도 열고 있다. 월드컵 경기 생중계와 문화공연, 현장 이벤트를 결합한 복합문화행사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우루과이전(11월 24일), 가나전(11월 28일), 포르투갈전(12월 2일)에 맞춰 세 차례 열린다.

대형 스크린에선 월드컵 경기가 중계되고, 관람객들은 메인무대의 헤드라이너를 맡은 해외 유명 디제이의 디제잉 공연도 즐긴다. 전·후반 사이 하프타임 때는 현대무용, 국악과 비보잉, 이색 댄스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이 행사는 서울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다. 영국 런던, 멕시코 멕시코시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5개 도시에서도 열린다.

스포츠 마케팅의 장점은 분명하다. 팬과 소비자가 더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제품이 무엇이든 더욱 친숙해진다는 뜻이다. 허나, 주최하고 추진하는 쪽에선 그게 함정일 수 있다. 스포츠의 인기에만 묻어가려면 팬이 돌아서고,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면 소비자가 떨어져 나간다. 그 적정한 선을 지키는 일이 도통 쉽지 않다. 그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비자는 기다린다. 더욱 다양하게 퍼지길 기다린다. 야구, 축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사격, 요트, 펜싱, 씨름에도 스포츠 마케팅이 스며들길 간절히 기다린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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