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8호 김응구⁄ 2022.12.19 16:35:22
모든 공정과 공법에 때마다 신기술이 적용되고, 그로 인해 건설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물론, 그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꾸준히 세상과 소통해야 가능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어느새 건설산업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 규모가 무척 거대하고 세밀해 인간이 직접 눈과 손으로 보고 느낄 수 없는 부족함을 AI가 채워준다. 동반(同伴)의 개념을 넘어 고마움까지 느껴진다. 결과물 앞에선 칭찬마저도 부족하다.
국내 건설업계는 AI와의 ‘협업’에 한창이다. 업체별로 특화된 부분도 있다. 어느 기업이 어떤 분야의 AI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스마트 건설관리 선도하는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이미 2018년 기술연구원 내에 빅데이터·AI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건설 분야의 AI 기술을 선도하고자 여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AI 기술 가운데 발군은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무인 안전 로봇 ‘스팟’이다. 그동안 줄곧 미디어에서 봐왔던 네발 달린 동물 같은 4족(足) 보행 로봇이 바로 이 스팟이다.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은 험한 길이나 이동하기 힘든 계단, 그리고 좁은 공간이 많다. 쉽게 말해 위험 구간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스팟은 이처럼 작업자가 접근하기 힘든 사각지대까지 이곳저곳 누비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다.
그럼, 스팟은 어떤 임무를 맡을까. 중요한 건 대부분 업무에 AI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일단 스팟 몸체 상부에는 AI 기반의 여러 센서와 통신장비 등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 기술을 스팟에 탑재하고 공동주택이나 터널 등 여러 건설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이 데이터 수집 기술은 △현장 사진 촬영과 기록 자동화 △영상과 환경 센서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레이저 스캐너를 활용한 3D 형상 데이터 취득 △QR코드를 활용한 자재·장비 관리 자동화 △위험구역 출입 감지와 경고 송출 등을 말한다.
사무실에선 이 같은 영상과 데이터를 공유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통해 공사현장을 점검할 수 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스팟은 작업자의 숙련도나 컨디션에 영향받지 않아 현장점검 시 균일한 데이터를 보낸다. 공동주택 건설현장의 공정·품질관리를 위해선 하루 2만 번 넘게 사진 촬영하고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자동화된 로봇을 운영하면 품질의 균등성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투입 인력의 절감 효과까지 얻는다.
이와 함께 ‘로봇 관제 시스템’으로 사무실에서 로봇을 제어·관리할 수 있어, 로봇 작동 중 변수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AI 기반의 영상분석 시스템으로 건설현장의 안전·품질관리 수준도 상당 부분 높였다. 최근에는 공사현장의 다양한 영상 데이터로 건설업에 특화된 AI 학습 데이터를 구축한 ‘현장 CCTV 영상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대건설은 이 영상분석 시스템을 위해 여러 시공 현장의 영상을 수집해,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현실을 반영하는 데이터와 시나리오를 선별했다. 데이터·시나리오 선별 작업은 건설안전 관련 법규와 기준을 바탕으로 진행했으며, 실제로 구하기 어려운 건설현장 화재 영상 등은 3D 그래픽 같은 가상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장비, 작업자, 불꽃, 연기 등 200만 개 넘는 작업 객체를 포함한 학습 데이터를 구축했고, 이를 AI 전문기업의 기술과 접목해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영상분석 시스템은 AI가 실시간으로 작업자와 건설장비, 화재 위험요소의 위치를 감지해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기술이다. CCTV로 송출되는 이미지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건설장비, 신호수, 유도원을 동시에 인식해 장비와의 끼임(협착)사고 위험 거리를 감지함에 따라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한다.
아울러 건설현장 특성상 용접 작업으로 불꽃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를 정확히 탐지하며, 실제 화재 위험성이 있을 때는 알람을 울려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한다.
재밌는 건 ‘자세 추정 알고리즘’인데, 이를 바탕으로 작업자의 머리, 손, 목 등의 주요 관절과 이를 이용한 행위를 탐지해 위험 동작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건설현장 내에 좀 더 세밀하고 전문화된 안전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AI를 활용한 건설현장의 품질관리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레미콘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레미콘 품질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안해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레미콘 차량이 배출하는 레미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레미콘의 불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IT(정보기술) 전문업체와의 협업으로 상용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시스템 원리는 이렇다. 가장 먼저 카메라가 레미콘 차량이 배출하는 레미콘을 촬영하고, 이어 촬영 이미지와 기존 학습된 이미지를 AI가 비교 분석해 레미콘의 재료분리 여부를 판정한다. 만약 불량으로 판정할 경우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알람을 발생시켜 콘크리트 타설을 중단시킨다.
현대건설은 이 시스템을 이미 개발한 ‘콘크리트 균열진단 알고리즘’ 등 다양한 기술과 통합해 건설현장에서 쉽게 구조물의 품질을 관리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콘크리트 균열진단 알고리즘은 콘크리트 균열이 발생할 때 균열 부위와 위치, 균열 양상, 균열발생 시기, 콘크리트 타설 정보 등을 알고리즘이 질문하고 이에 대해 답하면 균열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건설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향후 건설현장에서의 중요성과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건설현장에 적합한 양질의 데이터를 계속해서 확보하고 활용해 건설 분야 AI 기술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 도입한 DL이앤씨
DL이앤씨는 지난여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D.Vision)’을 도입했다.
컴퓨터 비전은 AI의 한 분야로, 컴퓨터로 시각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를 만드는 기술 분야다. 그러니까 기계에 인간의 시각적인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이 ‘디비전’을 개발하고자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AI 건설기술회사 컨스트루(Constru)와 협력했다.
‘디비전’은 자율주행 등에 활용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사각(死角)이 없는 360도 카메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건설현장의 시공 품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공정 현황 관리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술 원리는 이렇다. 공동주택 건설현장에 투입된 360도 카메라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각 세대의 공정별 사진을 촬영한 후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360도 카메라가 한 세대를 촬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다. 이어 AI가 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기존 BIM(건축정보 모델링)과 비교 분석한 후 설계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설계 단계에서 만든 BIM 모델상의 배관 위치와 실제 사진상의 시공 위치 차이가 발생하면 AI가 이를 판별해 알려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오시공은 물론 미시공을 줄여 품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게 DL이앤씨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사람(작업자)이 일일이 확인했던 일을 AI가 대체함에 따라 각종 하자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작업의 진행 현황을 명확하게 추적할 수 있어 현장관리에 용이하다. 아울러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했던 공정부터 품질관리 업무 등을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해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DL이앤씨는 이 디비전을 올 하반기부터 국내 일부 공동주택 사업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DL이앤씨 주택BIM팀 이상영 팀장은 “최신 IT 기술 도입을 통한 건설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 그 중요성이 날로 부각하고 있다”면서, “DL이앤씨는 앞으로도 품질과 안전의 개선을 위해 디지털 혁신기술을 적극 개발·도입하며 업계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주민이 체감하는 AI 기술 선보인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아파트 주민 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AI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여름 서울 금천구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단지에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수돗물 수질 측정 시스템’을 적용해 시범 운영했다. 이 시스템은 입주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의 수질 상태를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수질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앞서 롯데건설은 ㈜엠에스텍과 연구 협약을 맺고 지난 3월 이 아파트 단지에 시스템을 설치하고 성능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7월부터는 실시간 수돗물 수질 모니터링 결과를 입주민 대표와 공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여섯 가지 수질 항목(잔류 염소, 탁도, 전기전도도, TDS, 수소이온 농도, 수온)을 측정하는 ‘지능형 수돗물 수질 측정기’와 수질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웹서버’, 그리고 사용자가 모바일로 수질 정보를 확인하는 ‘분석데이터 시각화 플랫폼’과 ‘긴급 상황 알림 서비스 플랫폼’으로 구성돼있다.
기존에는 지역 배수지가 제공하는 수질 정보나 환경부가 시행하는 ‘수돗물 안심 확인제’로 우리집 수돗물의 수질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지역 배수지에서 상수관로를 통해 아파트 단지 내부로 유입되는 수돗물의 수질 상태를 모바일 기기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또 실시간으로 수돗물 상태를 확인한 후 수질 기준을 초과하면(적합하지 않으면) 관리자·입주민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림을 보내는 ‘긴급 상황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상수관로에서 아파트 저수조에 유입되는 수질과 저수조에서 세대 내부로 보내는 수질을 이중으로 측정해 저수조 청소 시기도 알 수 있다.
한 가지 더. 롯데건설은 지난 9월 ‘위험성평가 AI’ 프로그램을 가동해 한 단계 수준 높은 AI 기반 안전관리를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성평가는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사전에 모든 작업의 위험요인을 도출해내고, 문제 발견 시 대책을 선정해 실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 위험성평가는 관련 종사자의 경험에 의존해 주관적으로 작성돼 위험요인이 누락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선제적 안전관리 프로그램인 ‘위험성평가 AI’는 해당 건설현장에서 발굴하지 못한 위험요인을 추가적으로 도출할 뿐만 아니라, 작업별 맞춤 추천으로 더욱 세밀하게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롯데건설은 이 프로그램을 롯데정보통신과 함께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롯데건설 안전관리 직원과 파트너사 직원이 현장별로 작업내용, 위험요인 등을 등록하면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요 기능으로는 △AI를 기반으로 한 모든 건설현장의 위험성평가 분석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작업별 맞춤 위험성평가 추천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필요한 데이터만 골라내는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과 컴퓨터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에 기반한 위험성평가 오류 탐색 및 적정성 검토 등이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기술 도입으로 전 건설현장의 위험성평가를 분석해 위험도 높은 사업장을 우선 지원하고 점검·관리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했다”며 “기존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안전관리 기술을 계속 연구·개발하고, 아울러 건설현장의 실질적인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세돌과 알파고(AI)의 바둑 대결. 2016년이었으니 그게 벌써 6년 전 일이다. 이제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로 발전했다. 어느덧 AI가 알아서 차를 운전하는 자율주행 시대까지 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최근 건설현장은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역시 AI가 그 중심에 있다. 현장의 시스템이나 품질관리에도 이제 AI가 함께한다. 그에 따른 최종 수혜자는 결국 인간이다. 그러니 건설업계의 AI 연구는 멈추려야 멈출 수 없다. 언제까지나 현재진행형이다.
AI를 더 연구·개발하고 설계해 그 가치를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건 결국 인간의 몫이다. AI 핵심 인재 양성, 더없이 중요한 때다. AI 인재가 많으면 미래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그게 곧 AI 강국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