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0호 김금영⁄ 2023.01.16 10:27:52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새 아이디어 발굴에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이라는 오아시스를 판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문을 두드리는 시대다. 삼성, 롯데, CJ, 포스코 등 대기업은 각각의 사업적 특성에 맞춰 사내에 벤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외부 업체와 손을 잡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 협업하고 있다.
삼성, ‘C랩 인사이드·아웃사이드’로 해외 시장까지 겨냥
1월 5~8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의 주역 중 하나는 스타트업이었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약 1019평 규모로 전시관을 마련했는데, 참가업체 중 가장 넓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에 ‘C랩(C-Lab)’ 전시장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이 전시장에서 ‘C랩 인사이드’의 우수 과제 4개와, 외부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로 육성한 스타트업 8개를 함께 선보였다.
C랩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2020년 C랩에 참여 중인 임직원과 간담회를 가진 이 회장은 “미래는 꿈에서 시작된다. 지치지 말고 도전해 가자.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자. 오직 미래만 보고 새로운 것만 생각하자”고 독려하며 성과물을 체험하고, 개선 제안을 하기도 했다.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는 우수 사내벤처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하는 ‘스핀오프’ 제도도 실행하고 있다.
C랩 인사이드 과제로 선정되면 1년 동안 현업을 떠나 아이디어 구현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독립된 연구 공간과 함께 연구비, 과제 운영 자율권 등을 지원받는다. 과제 결과에 따라 인사평가를 받고, 실패 시 불이익은 없다. 과제 결과물이 사내에서 각종 사업에 활용될 경우 인센티브를 받는다. 현재까지 갤럭시 업사이클링, 에코패키지,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를 포함해 휴대폰 카메라, 삼성페이 등에 C랩 과제 기술이 적용됐다.
C랩 아웃사이드는 C랩 인사이드의 운영 노하우를 사외로 확대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2018년 신설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스타트업들에게는 사업 지원금, 디지털 마케팅, 재무 컨설팅 등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의 사업 협력 방안 모색, 투자 유치, CES·KES(한국전자전)와 같은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기회 제공 등도 지원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첫 CES 참가를 시작으로 8회 연속 C랩 인사이드의 우수 사내벤처 과제를 선정해 선보여 왔다. 올해엔 ▲부상 없는 러닝을 위한 메타버스 러닝 자세 코칭 플랫폼 ‘메타러닝’ ▲실시간으로 호응하며 현장감 있게 즐기는 메타버스 콘서트 플랫폼 ‘폴카믹스’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측정하고 피드백을 주는 명상 솔루션 ‘숨’ ▲홈패브릭 제품을 3D로 미리 보고 구매하는 인테리어 서비스 ‘팔레트’ 등 메타버스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혁신성과 높은 시장성, 완성도를 평가받은 과제 4개를 선보였다.
지난 1년 동안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전자가 직접 육성한 스타트업 6개, 그리고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육성한 스타트업 2개도 함께 전시했다. 대표적으로 ▲웹 기반 3D 디자인 솔루션 ‘엔닷라이트’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도심형 배달 서비스 ‘뉴빌리티’ ▲개인 맞춤형 온라인 멘탈케어 서비스 ‘포티파이’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위한 감성 대화 AI 인형 ‘카티어스’ 등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은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C랩 전시관에 참여한 스타트업 8개사 중에서 뉴빌리티, 포티파이, 엔닷라이트, 셀리코, 플라스크, 뤼튼테크놀로지스, 카티어스 등 7개사가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C랩 인사이드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및 C랩 아웃사이드를 졸업한 스타트업 18개사도 최고혁신상 2개와 혁신상 20개를 수상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용 촉각 디스플레이 ‘닷’은 최고혁신상과 혁신상 2개를 수상했고, 메타 뮤직 시스템 ‘버시스’도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향후 5년 동안 외부 스타트업 300개, 사내벤처 과제 200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현재까지 총 506개(외부 304개, 사내 202개)를 선발해 꾸준히 지원하며 이와 같은 성과를 이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아웃사이드 460개, 스핀오프 61개 등 총 521개 C랩 스타트업들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 3400억 원, 창출한 일자리는 8700여 개에 달한다. 20개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에 선정됐고, 3개사는 ‘예비유니콘(기업 가치가 1000억 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발굴, 지원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C랩 스타트업들이 C랩 아웃사이드 졸업 및 스핀오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C랩 패밀리 체계를 2022년 구축했다. C랩 패밀리 대상으로 ‘C랩 스케일업 커미티’를 신설해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과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C랩 패밀리가 실질적으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향으로 C랩 운영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 시작한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도 이어간다. 스타트업의 육성 성과를 알리고 사업 협력 및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로, 2022년 11월에도 열렸다. 이밖에 취업 준비생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 수료생이 C랩 아웃사이드 출신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꾸준히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망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 가진 기업 찾아라” 특명
롯데그룹은 스타트업 보육·투자를 위한 법인 롯데벤처스(전 롯데액셀러레이터)를 2016년 별도로 설립, 운영할 정도로 스타트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롯데벤처스 출범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초기 자본금 150억 원 가운데 50억 원을 사재로 출연하면서 “롯데를 망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찾아내라”고 주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온갖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롯데라는 그룹의 시초를 닦은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정신을 기리기 위함이다. 2021년 11월 3일 신격호 탄생 100주기를 맞아 창업주의 청년창업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롯데 청년창업 시상식’을 만들기도 했다.
무대는 해외로 뻗어나갔다. 롯데는 ‘리틀 신격호’를 꿈꾸는 국내 청년 창업가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를 2021년 만들어 운영 중이다. 2022년 11월 기준으로, 롯데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13개사 중 10개사가 미국 현지에 법인, 지사를 설립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개발자를 위한 자동화 솔루션 업체 ‘베쓸에이아이’와 비대면 관절 재활 운동 치료 솔루션 업체 ‘에버엑스’ 등이 미국에 회사를 세웠다.
롯데는 이 중 3개 업체에 직접 투자를 하기도 했다. 중고자전거 거래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는 롯데에서 총 38억 원을 투자받았고, 이후 기업가치가 3배가량 뛰었다. 6억 5000만 원을 투자받은 AI테스팅 플랫폼 ‘바비디’는 2022년 7월 기준 누적 매출 11만 달러를 달성했고, 개인 맞춤형 미국 이민 신청 지원 플랫폼 ‘로플리’는 롯데에서 6억 원을 투자받아 기업 가치가 2배가량 높아졌다.
롯데 계열사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라이트브라더스는 2022년 롯데마트와 재생 자전거 팝업 매장을 열었고, 롯데호텔과는 인바운드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롯데는 스타트업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11월 국내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다. 2022년 11월엔 베트남에서 국내 우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계열사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2022 글로벌마켓 익스펜션 프로그램 데모데이(2022 GMEP DEMO DAY)’를 진행했다. 롯데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데모데이를 진행한 첫 사례였다.
데모데이에는 6.3:1의 경쟁률을 뚫은 국내 스타트업 총 14개사가 참가해 베트남 정부 관계자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IR(투자설명회) 피칭 세션을 가지고, 후속 투자 유치 활동을 펼쳤다. 이날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17층 공유 오피스에 새롭게 오픈한 ‘롯데 스타트업 허브’ 개소식도 동시에 진행됐다.
약 50평 공간으로 조성된 롯데 스타트업 허브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강좌/피칭/네트워킹 행사)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올해엔 같은 공간에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을 돕는 Korea Startup Center(K-스타트업센터)도 설치한다.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올해 개시해 베트남 내 스타트업 생태계 확대에도 나설 예정이다.
더 많은 스타트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22년 12월 11일까지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 참가 기업도 별도로 모집했다.
이번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에 최종 선발된 기업에게는 ▲항공권, 현지숙박 등 실리콘 밸리 연수비용 일체 ▲미국 현지의 유니콘 창업자 및 투자자와의 네트워킹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 본사 방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올해는 실리콘밸리 연수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성과공유회 등을 거쳐 우수 스타트업을 선발해 ▲총 1억 5000만 원 상당의 사업화지원금도 시상한다. 프로그램은 1월 말까지 모집 및 선발 과정을 거쳐 2월 12~19일 미국 실리콘밸리로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이사는 “국내의 우수한 스타트업이 작은 규모의 한국 시장에 머무는 것보다는 미국, 베트남 등 진출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롯데벤처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스타트업들에게는 롯데벤처스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날개를 달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베트남 등 해외 스타트업에게는 신격호 회장의 청년 창업 정신을 이어 받아 창업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 ‘씨앗’ 싹틔워 미래 성장 동력으로
CJ는 자사의 기술, 아이디어를 스타트업과 공유하고, CJ 또한 외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오벤터스(오픈+벤처+어스, O!VentUs)’와 ‘씨앗(CIAT, CJ Innovated and Advanced Tech)’을 운영하고 있다. CJ가 과제를 제시하면,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데모데이 등을 거쳐 기술을 검증해주면서 서로 발전하는 형태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오벤터스는 2019년 시작됐으며, 식품(푸드테크)과 물류(로지스틱스), 엔터테인먼트 3개 영역 약 30개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한다. 씨앗에는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CJ 그룹의 주요 계열사 8곳이 참여해 도약기(창업 3~7년)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2021년 9월부터 식품·바이오, 물류·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3개 분야의 혁신적인 스타트업 20여 곳을 발굴해 맞춤형 멘토링을 제공해오고 있다.
이는 이재현 CJ 회장이 제시한 4대 미래 성장엔진(문화·플랫폼·건강·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CJ는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통해 그룹의 4대 미래성장엔진인 문화·플랫폼·건강·지속가능성 분야의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2022년 글로벌 팬덤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에 224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같은 해 4월, 12월엔 씨앗 1, 2기가 CJ와의 협업 성과와 비즈니스 모델을 외부에 소개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씨앗 데모데이’를 열며 신사업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했다. 10월엔 ‘오벤터스 플러스’ 데모데이가 열렸다.
각 데모데이엔 투자사인 CJ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사 크립톤의 경영진 등 전문가가 참석했고, 현장에 참석한 투자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벤처캐피털(VC)사와 스타트업이 업계 동향 및 비즈니스에 관해 자유롭게 논의하며 협업의 기회를 모색하는 장이었다.
CJ는 씨앗·오벤터스 데모데이에 참여한 스타트업에게 기업 홍보, 글로벌 진출 지원, 투자 유치 기회 제공 등 후속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씨앗 데모데이는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외부에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오벤터스는 유망한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며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 기회를 얻어 미래 혁신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 발굴
2022년 11월 열린 24회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이하 포스코 IMP)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 박대준 쿠팡 대표, 투자사 및 창업 유관기관, 벤처기업 대표, 포스코그룹 임직원 등을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스코 IMP는 스타트업 발굴·육성프로그램이다. 포스코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1년부터 올해까지 420개의 우수 벤처기업을 선발하고, 142개 기업에 234억 원을 투자했다. 이중 61여 개 기업은 TIPS프로그램(중소벤처기업부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계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주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2022년 8월 포스코 IMP를 통해 발굴·육성된 ‘에이아이포펫’, ‘페이히어’가 포브스아시아 선정 ‘100대 유망 스타트업’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24회 포스코 IMP에서는 바이오·IT 분야에서 선발된 ‘니어브레인’, ‘쇼퍼하우스’, ‘온코인’, ‘1인치’ 등 4개 벤처기업과 IMP 과정을 마치고 추가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스페바이오’, ‘넵튠클라우드’, ‘에이치엠이스퀘어’, ‘별따러가자’ 등 총 8개 벤처기업들이 전시부스를 마련해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선발된 벤처기업에는 1억 원에서 최대 5억 원까지 투자를 진행하며, 서울창업진흥원에서도 사업화 자금 1000만 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포스코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인 체인지업 그라운드 입주 자격과 제품개발 및 판로개척 등 사업화 지원, 후속 투자를 위한 포스코 벤처펀드 및 TIPS 프로그램 연계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 인큐베이팅을 제공한다.
김학동 부회장은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는 벤처기업 성장에 밑거름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는 이차전지소재, 수소 등 포스코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역량 있는 벤처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며 “벤처기업들이 크고 담대한 꿈을 꾸고, 포스코는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고 응원하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변화 많은 시장에 대처 유연한 스타트업의 혁신적 아이디어에 주목
이처럼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발굴, 지원에 집중하는 건 대기업에서 구조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 2022’에 참석한 한인국 삼성전자 C랩 센터장,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김지현 CJ ENM 경영리더는 “향후 스타트업과의 협업 정도에 따라 대기업의 생존이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C랩 또한 이런 발상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 측은 “2012년 당시 밀레니얼 세대 임직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창구가 없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 등 창의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때 경영진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목격한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빠르고 유연한 도전 문화를 삼성 고유의 강점에 접목하기로 결정하고 C랩을 본격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구체화하기 힘들었던 아이디어를 스타트업을 통해 살리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자사에서 사업화하기 어려워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일부 우수 아이디어를 2015년 신설한 C랩 스핀오프에 맡겼다. 분사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초기 사업자금을 투자하고, 퇴직금을 비롯해 창업 초기 안정적 정착을 위한 창업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했다. 스핀오프 후에도 본인이 희망 시 5년 내 재입사가 가능하게 해 아이디어 실현에 오롯이 힘을 쏟을 수 있게 했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C랩 스핀오프를 도입한 이래 총 61개 C랩 과제의 스타트업 분사를 지원해 기술 창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청년 일자리 540여 개도 창출했다.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자사의 협업 관계를 늘리기도 한다. CJ는 씨앗과 오벤터스를 통해 2022년 기준으로 지원 기업 중 테크 앤 비즈(Tech & Biz) 우수 기업과 사업 연계 10건, 투자 연계 2건 등 후속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또, CJ와의 협업 레퍼런스 통한 스타트업 기업 가치는 약 5배 성장했고, 후속 투자 유치에 19개사가 성공했다.
스타트업의 전망도 밝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7조 6802억 원으로, 2020년 대비 무려 78.4% 증가했다. 이 기조는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2022년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2조 211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7.7% 상승한 수치다. 2022년 2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1조 9111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유니콘(거대 신생기업)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올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시스템 반도체, 차세대 원전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5년 동안 유망 스타트업을 1000개 이상 발굴해 육성하고, 글로벌 펀드를 8조 원 규모로 확대 조성해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 또한 세계 5대 행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2022년 12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올해 경제위기를 돌파할 두 가지 기치 중 하나로 스타트업 코리아를 실현해 달라는 대통령의 강력한 당부가 있었다”며 “스타트업 코리아를 내년부터 원년으로 생각하고 모든 정책적 역량을 한곳에 모아 대기업, 글로벌 기업들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