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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육성에 진심인 기업들③] 스타트업과 손잡은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맥주 찌꺼기로 에너지바 만들고 팁스 운영사에도 선정

오비맥주·리하베스트,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맥주박 ‘리너지바’ 만들어... 하이트진로는 주류업계 최초 팁스 운영사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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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0호 김응구⁄ 2023.01.20 10:27:13

지난해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진행한 ‘카스 맥주박 업사이클링 쿠킹 클래스’에서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뒷줄 가운데)가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우리나라 벤처기업협회는 스타트업을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화하려는 신생 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 스타트업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선 길고 긴 ‘데스밸리(Death Vally)’를 지나야 한다. 견뎌 이겨야 한다. 그 핵심이 ‘혁신’이다. 그 혁신이 체화(體化)되는 순간, 그제야 실패가 아무렇지 않게 된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모험이 낯설지 않다.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스타트업은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잠을 쪼개고 아이디어를 부풀린다.

주류업계 최초 중기부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하이트진로

‘팁스(TIPS)’.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테크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포 스타트업(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up)’을 줄인 말이다.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창업팀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이트진로는 주류업계 최초로 지난해 5월 팁스 운영사로 선정됐다. 그간 여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 경험이 선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F&B(식음료), 라이프스타일,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을 꾸준히 발굴해 투자해왔다.


하이트진로 같은 팁스 운영사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중기부에 추천하면, 중기부는 심사를 거쳐 기술개발(R&D)와 사업화 자금을 스타트업에 지원한다.

지난해 9월 23일, 하이트진로는 스타트업 ‘데이터몬스터즈’가 팁스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팁스 운영사로 등록된 후 처음 이룬 성과다.

데이터몬스터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패션 특화 검색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전 세계 모든 패션 브랜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인공지능) 기반의 글로벌 패션 검색엔진 ‘YOIT’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몬스터즈는 이 YOIT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패션 분야의 구글’이 되도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류업계 최초의 팁스 운영사로서 추천 기업이 팁스에 처음 선정된 것은 매우 기쁘고 큰 의미가 있다”며 “계속해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역할을 하도록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오비맥주가 연 ‘카스 맥주박 업사이클링 푸드 페스티벌’에서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가 맥주박으로 만든 요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맥주박과 새활용이 만나니 에너지바가 만들어졌다

리하베스트라는 회사가 있다. 국내 최초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 전문기업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식품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새활용(업사이클링)하는 걸 말한다. 버려지거나 저부가가치로 이용되던 식품 부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활동이다.

오비맥주는 2019년 말 열린 ‘스타트업 밋업(Startup Meet-Up)’에서 그런 리하베스트를 눈여겨봤다. 그리곤 2020년 11월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왜 그랬을까.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 ESG 경영….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는 업사이클링을 친환경 비즈니스의 새로운 대안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답에 가깝다.

맥주를 만들 땐 부산물이 생긴다. 이른바 ‘맥주박(粕)’이다. 맥주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맥주회사는 해마다 수십 톤의 맥주박이 나온다. 오비맥주를 예로 들면 매년 60톤가량의 맥주박이 생긴다. 이를 처리하는데 들여야 하는 환경부담금만 해도 매년 수십억 원 규모다.

확실히 골칫거리다. 1차원적인 생각은 ‘이걸 어떻게 없앨까’다. 그러나 요즘 트렌드에 맞게 고치면 ‘이걸 어떻게 재탄생시킬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비맥주에게 리하베스트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맥주박을 가공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면 될 테니. 리하베스트는 “맥주 부산물도 잘 가공하면 대체 밀가루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고, 오비맥주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만든 제품이 에너지바(energy bar)인 ‘맥주박 리너지바(RE:nergy Bar)’다. 리너지는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에너지(energy)를 더해 만든 단어다. 맛은 기존 제품과 비슷해도 칼로리는 약 30% 낮추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각각 2배와 21배로 높였다.

급기야 2021년 초 두 회사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리너지바 펀딩을 성공리에 마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은 문구용품 마련에 쓰였다. 이후 리너지바와 함께 강남복지재단을 통해 강남구의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이 있을까?

이처럼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협력 모범 사례로 한껏 주목받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두 회사의 업무협약은 단순히 일회성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면서 ESG 전부를 아우르는 상생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카스’ 부산물을 활용한 피자를 만들어보는 ‘맥주박 업사이클링 쿠킹 클래스’를 열어 직접 업사이클링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6월 5일 ‘환경의 날’에는 ‘카스’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으로 만든 식품을 선보이는 ‘카스 맥주박 업사이클링 푸드 페스티벌’을 열었다. 맥주박 업사이클링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친환경 비즈니스임을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탄소배출 억제, 수자원 절감… 매년 나무 360그루 심는 효과

이쯤에서 오비맥주와의 일문일답으로 리너지바의 기획부터 개발까지 알아본다. 그 과정의 중심에 있는 스타트업에 집중해보자는 의도다.

- 맥주 부산물로 어떻게 에너지바를 만들 생각을 했나.
“맥주를 생산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맥주 부산물은 영양 성분이 충분함에도 그동안 버려졌다. 그러다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의 협업으로 고부가가치의 에너지바를 업사이클링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도 실천하고 있다.”

- 이에 따른 효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예를 들어, 연간 탄소 배출량 감축이나 이로 인한 비용 감소 같은 것 말이다.
“연간 맥주박 4.5톤가량을 업사이클링해 200㎏의 리너지 가루를 만든다. 맥주박을 활용하면 밀 경작과 부산물 매립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수자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수치화하면 연간 7.5톤가량의 탄소 발생을 예방하고 148만 리터의 수자원을 절감하는 셈이다. 이는 해마다 나무 36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 2022년과 비교해 2023년 리너지바 생산량은 얼마나 더 늘어날까.
“올해 역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리너지바는 리하베스트의 스테디셀러다.”

-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리너지바는 영양과 맛은 물론이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 더불어 장애인 고용 창출까지 가능해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특히 선호한다.”

- 또 다른 푸드 업사이클링 계획이 있나. 그밖에 개발이나 노력 중인 부분이 있는지.
“물론 있다. ‘카스’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해 베이커리와 밀키트를 개발·판매할 계획이다. 베이커리, 스낵, 장류, 한과류 등의 베이스로 카스 맥주박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는 푸드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문구 등으로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사업을 다각화하고 그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다양한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맥주박 업사이클링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비즈니스임을 알리고 ESG 경영도 강화할 계획이다.”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가 ‘맥주 부산물 업사이클링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스타트업과의 동반 성장 꿈꾸며 상생경영 실천

오비맥주는 올해에도 혁신성을 갖춘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에 동반 성장 기회를 제공하며 상생경영을 실천할 계획이다.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파트너로서 함께 상생하고 협력하려는 취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실천하고자 해마다 스타트업 밋업 프로그램, 동반 성장 다짐 대회, 이노베이션 박람회 등을 열고 있다.

이중 아이디어 공모전인 스타트업 밋업은 서울창업허브(SBA)와 함께 2019년부터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에 열린 건 지난해 11월 21일이다. 이날 행사에선 구자범 수석부사장 등 오비맥주 임원진 7명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사전심사로 선정한 스타트업 9개사가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들은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생활용품 키트, 자율주행 마케팅 로봇, 배차 업무 효율화 솔루션 등 최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 중 우선 선발된 스타트업은 6개월간의 시범사업화(PoC)를 거치며, 이후 데모데이에서 최종 우승 스타트업을 가린다.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에겐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의 우승상금과 오비맥주의 투자·협업 기회가 주어진다. 또 시장 출시 전 시제품 사전 검증을 위한 기술사업화 지원과 서울산업진흥원의 시범사업화 지원금, 글로벌 진출 지원금, ESG 컨설팅, 홍보 등 맞춤형 후속 지원이 잇따른다.

오비맥주는 이 스타트업 밋업을 통해 리하베스트는 물론 라피끄 등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라피끄는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 개발 솔루션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유니콘(Unicorn)’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큰 성공을 거둔 회사가 드물어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다는 의미다.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은 뿔이 10개 달린 상상 속 동물인 ‘데카콘(Decacorn)’이라고 부른다.

유니콘이든 데카콘이든 처음 시작은 미미하다. 자본도 충분치 않다. 그럼에도 그걸 알고 시작한다. 성공을 바라보고 뛰어들든 그 일에 미쳐 뛰어들든, 중요한 건 혁신이다. 얼마큼 창의적이고 뒤집어엎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쉽게 도전하기 힘든 분야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그걸 한다. 시작(start)도 쉽지 않고 성장(up)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스타트업이니까 도전하는 것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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