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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육성에 진심인 기업들④] 현대차의 오픈이노베이션, ‘혼자 비밀리에’ 대신 스타트업에 문 활짝

스타트업 함께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완성… 정의선 표 리더십 핵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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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0호 김예은⁄ 2023.01.20 10:40:46

'오픈(Open) 더 도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체인저 (Game Changer)’로 도약하고자 하는 현대자동차는 2019년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관련 혁신 기술의 고도화 전략으로 ‘개방(Open)형 혁신’을 택했다.

현대자동차가 CES 2019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 고도화 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일환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인공지능 혁신 거점 구축'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오픈 플랫폼 기반의 오픈 이노베이션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은 혁신 산업 최일선에서 회사 외부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을 도모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기술 개발이 기업 내부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됐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식을 공유하며,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개방적인 형태로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이 촉발한 개방(Open)형 혁신 미래 혁신 과제를 현대자동차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외부로부터 다양한 기업들이 모여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시너지 효과로 효율도와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현대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인재의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해 지난 2017년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을 출범하고 이를 글로벌 단위로 확대했다. 미래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공존하는 혁신 산업 요충지에서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현대 크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을 발굴하고 적용해 현대차의 미래 사업에 근간을 제공하는 것에 기여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전세계 5개국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글로벌 5대 혁신 거점을 완성하고 미래 혁신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HYUNDAI CRADLE Silicon Valley)’를 설립하여 실리콘밸리에 모여든 다수의 스타트업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공지능(AI), 구독 서비스,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한국의 ‘제로원(ZER01NE)’에 이은 세 번째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현대 크래들 텔아비브(HYUNDAI CRADLE Tel Aviv)'를 2018년 10월 이스라엘에 오픈했으며 2019년에는 베를린(현대 크래들 베를린)과 베이징(현대 크래들 베이징)에도 각각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글로벌 5대 혁신 거점을 완성했다. 이러한 글로벌 거점을 통해 전 세계 스타트업과의 협업 및 공동 연구개발로 미래 핵심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고, 인공지능 전문 연구 조직의 연구개발 방향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5대 혁신 거점은 미래 혁신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동시에 이들과의 협업 및 공동 연구개발 업무를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혁신 기술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라이다(LiDAR) 센서 개발 업체인 옵시스(Opsys)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 또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인 미고(Migo) 등에 투자해 기술 협력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현지 대학, 전문 연구기관, 정부, 대기업 등 폭넓은 혁신 생태계 구성원들과 공동 연구활동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모색한다.

CES2019에서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네 다리로 걸어 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 콘셉트카’는 현대 크래들의 기술 개발로 완성한 신개념 모빌리티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CES2019에서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네 다리로 걸어 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 콘셉트카’ 역시 현대자동차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현대 크래들’에서 개발한 기술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엘리베이트’는 일반 도로는 물론 4개의 바퀴 달린 로봇 다리를 움직여 기존 이동 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 및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 모빌리티로서, '현대 크래들'과 미국 디자인 컨설팅 회사 선드벅 페라(Sundberg-Ferar)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모빌리티 산업 트렌드는 친환경 자동차의 발전, 모빌리티 서비스의 확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차량·사물 통신(V2X)과 같은 네트워크 통신과 데이터의 활용, 그리고 UAM(Urban Air Mobility)과 같은 에어 모빌리티의 대두, 온전히 개인화된 마이크로 모빌리티(자전거, 스쿠터, 킥보드 등) 등이 두드러지며 이 모든 미래 모빌리티 혁신이 현대 크래들이 집중하는 분야다.


실리콘밸리, 텔아비브, 베이징, 베를린, 서울 등 5대 혁신 거점을 둔 현대 크래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수행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거점별로 지역 특성과 역량에 따라 중점 분야와 수행 방식을 다르게 전개한다.

전 세계 현대 크래들, 스타트업 혁신 기술 발굴
특히 크래들의 시작점이 된 실리콘밸리의 핵심 역할은 북미 지역을 살피는 눈과 귀가 되어 혁신 기술 및 솔루션을 발굴하는 것이다. 북미 지역 가운데서도 미국 서부 지역은 정보통신(ICT),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술의 중심지라면, 동부 지역은 바이오테크나 로봇 등의 기술이 발달했다.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미국 내 다양한 산업 분야의 흐름을 살펴보며 전략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지역적 이점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주 지역 모빌리티 솔루션의 시험 운영을 지원하거나 현지에 맞는 모빌리티 전략을 수립하는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 크래들은 스타트업과 협력을 통해 회사 외부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을 도모하고 멘토링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1년에는 크래들 싱가포르도 설립되며 2022년까지 현대 크래들 명칭 하에 북미·유럽·중국·이스라엘·싱가포르와 국내의 제로원(ZER01NE)과 함께 1000여 개의 혁신적인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기술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일부를 실제 차량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스타트업과 협력해 발굴한 혁신 기술을 한 자리에 모아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는 2019년 시작된 개방형 혁신 상품개발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과 협업해 개발한 고객 관점의 혁신적인 미래 기술을 전시하고 신기술의 실증 시연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2022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Open Innovation Lounge)’는 ‘함께 미래를 만들다(Building Future Together)’라는 슬로건 아래 스타트업과 진행한 협업 결과물 13점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상상하는 150건의 미래 기술 시나리오가 전시됐다.


현대차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위해 약 20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상품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 ▲기술 구현 가능성(Feasibility) ▲기술 독창성(Innovativeness)을 기준으로 평가한 후 최종 한국 2팀, 북미 7팀, 유럽 3팀, 이스라엘 1팀 등 총 13팀을 선정했다. 그룹은 선정된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도록 비용과 차량 등을 지원하고, 각 스타트업은 현지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실제 차량이나 목업으로 제작해 행사에 참가했다.

 

사용자 감정 인식 AI 시스템 등 실질적 성과
2022년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이 구현한 기술은 ▲PoC(Proof of Concept)존 ▲파트너스(Partners)존 ▲선행개발(Advanced Development)존 등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 기획 전시됐다.

2022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Open Innovation Lounge)에 참가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관련 신기술을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PoC존’에서는 주변 소음을 제거해 운전자의 목소리만 인식하는 사운드 솔루션, 사용자의 표정이나 시선을 분석해 감정을 인식하는 AI 시스템, 바이오센서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냄새 유형을 분석할 수 있는 디지털 후각 솔루션, 탑승자의 심박과 호흡을 탐지해 바이오리듬을 측정하는 레이더 센서 등 자동차 내에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 전시됐다.


또 레진과 섬유를 배합해 목재와 같은 모양 및 재질의 친환경 소재 제작 기술, 특수 글라스와 센서로 공중에 홀로그램을 생성하는 기술, AI를 활용한 3D 입체음향 구현 기술, 이동 중인 차량에서의 드론 이륙 및 회수 시스템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이동 중인 차량에서의 드론 이륙 및 회수 시스템은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곳으로 물건 배송, 길이 막힐 때 전방 탐지를 통한 원인 파악 및 우회로 탐색, 긴급상황 발생 시 빠른 현장 정보 전달 등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중 홀로그램 기술은 차량 2열에 홀로그램을 생성해 몰입감 있는 미디어 콘텐츠 감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손동작만으로도 영상의 확대, 스크롤 조작 등 각종 제어가 가능하다.


신설된 ‘파트너스존’에서는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HATCI) 및 협력사 에스엘 등과 협업해 시제품 개발 이전에 검증을 거친 신기술들의 전시도 이루어졌다.


어떤 재질이든 터치 인식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초소형 초음파 센서, 신소재를 사용해 높은 정확도를 지닌 초소형 근접센서,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한 투명한 면 형태의 광원, 적은 양의 전류로도 발열 가능한 전도성 페인트 등이 전시되며 다양한 기술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선행개발존’에서는 차량 외부에 다양한 면적으로 적용 가능한 태양광 필름의 향상된 개발 결과를 공유해 주목받았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통해 임직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뒤 내부 협의를 거쳐 실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기술이다.

 

현대크래들이 개발한 미래 대중 교통 시스템 The Loop 콘셉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 전시된 기술 중 고객 관점의 선호도 및 필요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술들에 대해 신속하게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세스 절차를 거친 뒤, 실제 차량 적용 여부를 검토해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상품본부장 김제영 전무는 “지난 4년간의 노하우로 전문 기술업체와의 사전 검증 협업 체계를 새롭게 수립하는 등 선행단계 상품개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업을 목표로 글로벌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통해 새로운 방식에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개방형 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초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대중에 개방했다. 커넥티드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을 통해 기업과 개발자, 스타트업 등 다양한 구성 주체들이 상호 작용하며 자생하고 진화하는 개방형 R&D 생태계(오픈 에코 시스템, Open Ecosystem)를 구축한 것이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의 오픈 소스 생태계가 그러하 듯,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전 세계 개방된 생태계 내에 다양한 사람을 유입시켜 개방형 협업을 통해 창의적 사고작용을 도모하고 고객에게 보다 다양하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기 위함이다.


당시 서정식 현대자동차 ICT본부장은 “미래에 자동차 시장은 초연결성을 갖춘 자동차와 그렇지 않은 자동차로 나누어질 것이다”라며, “오픈 플랫폼을 바탕으로 ‘연결의 초월성’을 주도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부응하고 ICT 기업보다 더 ICT스러운 기업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원(ZER01NE)이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협업 중인 스타트업들의 혁신 기술을 전 세계에 알렸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한편, 현대차그룹은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사내 스타트업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부터 H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제로원 컴퍼니빌더’ 로 새롭게 명명된 이 제도는 일하면서 습득한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떠오른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컴퍼니빌더 지원을 위해 아이디어를 공모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선발된 업체에 1년간의 제품/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회와 함께 최대 3억 원의 개발비용을 지원한다.


1년 후에는 사업성, 재무계획, 창업 의지 등을 심의하고 분사 또는 사내 사업화 여부를 결정한다. 아울러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분사 후 3년까지 재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분사 후에도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당사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제로원을 통해 사업 개발 및 확장, 운용 자금 마련,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제도를 통해 그동안 미래 신사업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58개 팀을 선발·육성했으며 올해까지 모두 25개의 기업을 분사시켰다.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자동차부품, SW서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유관 분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분사한 기업은 햇빛 양을 사용자가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우 필름을 개발한 ‘디폰’, 성능과 크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자율주행용 고해상도 라이다 센서를 개발한 ‘오토엘’, 전동차 폐차 시 발생하는 고전압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한 ‘포엔(poen)’ 등이다. 

 

분사한 스타트업은 분사 후에도 현대자동차의 제로원(ZER01NE)과 연계하여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2023 CES에 참가하며 스타트업이 개발해 온 혁신 기술을 전 세계에 알렸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도 매년 10개 안팎의 사내벤처 기업을 육성해 분사시킬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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