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3.02.07 10:19:03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 원을 달성한 신세계백화점은 전 직원에게 특별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6일 밝혔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손영식 신세계 사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격려금 지급 계획을 알렸다. 이번 특별 격려금은 기존에 지급했던 하반기 성과급과 별개로, 전 직급에 400만 원씩 추가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 원 달성, 사상 최대 이익, 강남점 2년 연속 글로벌 매출 1위 예상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계획보다 초과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특별 격려금을 마련했다”며 “다만 임원들은 향후 불확실한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해 지급하지 않기로 사전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상이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1분기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데, 이에 비해 성과급이 적다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부문별 성과급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앞서 CJ올리브영은 본사 소속 MD 직군 100여 명을 대상으로 월급이 아닌 연봉의 80~160%에 달하는 금액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했다. MD(상품기획자) 직무의 경우 80~160%, 일반 직원은 20~40%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성과급 차이가 너무 커서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 “다 같이 열심히 했는데 박탈감 느껴진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관련해 성과주의적 임금체계에 대한 불만,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삼성전자·SDI 직원 4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삼성 고과 제도의 현황과 폐해 실태 연구’를 6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과평가가 개인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6.0%로 매우 높았고, ‘개인의 노력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개인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상한다’는 답도 30.8%에 그치며 성과주의적 임금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낮음을 보여줬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삼성의 임금체계를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70.4%)하며, ‘같은 직급이라도 급여 차이가 큰’(85.6%) 제도로 인식했다.
반면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도 있다. 일부 네티즌은 “요즘 경제가 어려운데 그 와중에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좋은 직장 아니냐”, “좋은 실적을 낸 곳에 더 많은 성과급이 지급돼야 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그룹이라도 엄연히 다른 회사니까 성과급이 다른 건 당연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한편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정유, 가스, 배터리 등 일부 업계의 성과급 수준은 기본금의 100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 계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 직원들은 지난해 말에 기본급 대비 150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현대오일뱅크 모든 임직원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GS칼텍스는 지난해 경영실적 달성에 대한 성과급으로 최근 임직원에게 기본연봉의 50%를 지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기본급의 870%(평균)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조직성과에 따라 일부 직원은 최대 900%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한 전장(VS) 사업본부에 전 사업 부문을 통틀어 가장 높은 기본급의 5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준급의 820%로 결정했다. 기준급 820%는 연봉의 41% 수준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