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 시간 개편 안이 현재의 ‘주 52시간 한도’를 ‘주 69시간까지’로 늘리는 게 골자로 알려져 온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16일에는 안상훈 사회수석이 나서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상한을 지정하고 나섬에 따라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안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노동 시장에서는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고, 고용노동부는 연장 근로 시간의 단위 기간을 월・분기・반기・년 중 노사 합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 시간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정부안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대통령께서는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수석은 “대통령은 입법예고된 정부안이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하셨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급속도로 대처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노인층을 제외한 20~40대 근로층에서 이러한 근로 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립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 꽃’이 지난 10~11일(금~토)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 69시간 근로 개편안’에 대한 찬성은 국민의힘 지지자와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강한 반대(반대 59.4% 대 찬성 31.7%)에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안은 ‘몰아서 일하고 휴가를 몰아서 장기간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74.9%가 ‘장기 휴가가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데서도 반대의 정도를 알 수 있다.
특히 20-30-40대 근로 연령층에서는 장기 휴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10% 수준에 불과했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반대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동부 안이 ‘주 69시간까지 가능’이라고 명시적으로 숫자를 제시한 적은 없었지만, 정부안을 토대로 계산하면 주 최장 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69시간제 개편’으로 그간 불려왔는데, 대통령실이 “69시간이 아니라 최장 60시간”이라고 정정함으로써 앞으로 근로 시간 개편안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