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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③] 자금 투자에 ‘친환경·ESG’ 개입시키는 금융사…직간접 투자로 환경 문제 개선에 동참

ESG 채권, 기업 직접 투자, 친환경 투자용 상품 개발로 친환경 자금의 향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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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9호 김예은⁄ 2023.06.02 16:04:13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주간의 협상 끝에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됐다.사진=COP21 홈페이지

2015년 12월,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국제적 합의문서인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된 이래,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억제하고, 1.5℃ 이상 기온 상승을 제한하도록 노력하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채택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어 왔으며, 국내에서도 구체적 목표와 타임라인이 확정됐다.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비전이 채택되면서, 대한민국은 2050년을 목표로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배출되는 탄소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같게 만들어 탄소의 순 배출을 ‘0’으로 맞추는 것)을 향한 국가 비전을 선포했다. 또한 2021년 8월 31일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한 이상적 가치는 기업이 목표로 하는 이익 추구의 가치와는 상충하는 지점이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전략적 목표로 구체화하는 시발점에는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자본'이 있었다.

 

기업에 있어 자본과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이윤 추구를 위한 근본적 재원이 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1월 투자자들과 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적을 기업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 경영진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ESG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그의 편지는 ESG 경영을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로 만들었고, 그에게는 ‘ESG 경영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블랙록 사이트 캡쳐

기후 변화가 촉발한 사회적 위기를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리스크로 본 그가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 요인으로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곧 지속가능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 서한이 신호탄이 되어 지속가능성은 기업 가치 평가의 주요 요소로 떠올랐다.


이 서한을 필두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은 기업의 주요 질적 경영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제 기업들은 ‘이윤 추구’와 더불어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경영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자금 운용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 기관들은 채권 발행, 자금 투자, 금융상품 개발 등 자금의 향방을 결정하는 금융사의 권한을 기반으로, 수익 도모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SG 채권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개선과 같은 사회책임투자와 관련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ESG채권은 발행 목적에 따라 녹색 채권(Green Bond, 그린본드), 사회적채권(Social Bond, 소셜 본드),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등으로 분류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ESG 채권 발행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의 상승을 도모하며, 발행 채권의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조달 비용을 낮추는 목적에 따라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녹색금융의 대표적 수단인 녹색 채권은 수출입 은행이 2013년에 최초로 해외물을 발행하였고, 국내물은 산업은행이 2018년에 처음으로 발행·상장하였다. 이후 녹색 채권의 발행 규모는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2020년 11월 말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에 31개 종목이 상장된 것이 2023년 5월 말 기준으로는 231개로 7배 넘게 성장했다.

이 밖에도 사회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사회적 채권(Social Bond, 소셜 본드)과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인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을 포함한 ESG 채권의 상장 규모는 2023년 5월 말 기준 1724개로 운용 자금 규모는 216조(215조 9450억 원)에 달한다. 발행 주체는 공기업이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기업은행,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산업은행 등 ESG 채권 운용

 

금융사 가운데에는 기업은행이 31개 종목을 상장해 11조 50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그 뒤로 현대캐피탈(36개 종목, 2200억 원), 우리카드(29개 종목, 1650억 원), 우리은행(5개 종목, 1600억 원), 산업은행(7개 종목, 1480억 원) 등이 ESG 채권을 운용하고 있다.

ESG 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의 경우 발행자의 주요 사업 부문에 환경 및 사회적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은행은 주로 조건부자본증권 형태의 지속가능채권과 환경이나 친환경 에너지 관련 투자의 확대를 위한 녹색 채권 그리고 사회 분야의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신전문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중소가맹점 지원을 위한 사회적 채권과 환경 및 사회분야 대출을 위한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시에 위치한 어센드 엘리먼츠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베이스 1(Base 1)' 모습. 사진=어센드 엘리먼츠

신한투자증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에 투자


금융사들은 친환경 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 형태로 ESG 투자를 실행함으로써 친환경 기업 가치 향상과 기술 고도화에 간접적으로 개입한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5월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에 약 1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30년까지 30조 원 규모의 친환경 금융을 목표로 글로벌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하에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고성능 자율주행 비전 솔루션 개발사 팬텀AI, 음극재 제조사 넥시온 등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신한투자증권의 어센드 엘리먼츠 100억 최초 투자에 이은 후속 투자로 14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자금은 폐배터리 재활용과 친환경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공장 건설에 투입된다. 어센드 엘리먼츠는 미국 대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으로 성장하는 회사로,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에 필수적이나, 원재료 생산이나 소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탄소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배터리에 대한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을 거쳐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희유금속을 회수하고 더 나아가 특허 기반의 원천 기술 Hydro-to-Cathode 공정(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금속 추출과 전구체/양극재 생산을 하나의 공정으로 진행하는 기법)을 통해 친환경 재활용 전구체/양극재를 생산하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탄소 중립은 전기차 확대만으로 달성할 수 없으며, 한정적인 광산 자원으로 인한 공급 불안정성 역시 전기차 대중화와 탄소중립 생태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어센드 엘리먼츠가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과 순환 경제를 구축할 경우, 고부가가치 자원과 소재를 지속적으로 재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 역시 대폭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투자로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대표적인 글로벌 에쿼티 하우스로의 성장과 함께 친환경 금융사로의 양자 목표 달성을 꾀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생물다양성 보전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정책 수립 및 투자 확대 등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은행, 생물다양성 보존 분야에 투자 확대

 

하나금융그룹은 생물다양성 보존 분야에 주목하고 관련 분야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생물다양성이란 담수, 토양, 해수, 자원 등 자연자본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하나금융그룹은 생물다양성 리스크가 기후변화보다 더 방대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리스크로 판단했다. 세계경제포럼 ‘The Future of Nature And Business’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 분야를 연간 10조 달러의 잠재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그룹은 생물다양성 정책 수립과 함께 2007년 유엔 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가입을 통한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UNEP FI는 금융회사의 경영활동이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유엔 환경계획과 전 세계 450개 이상의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적인 이니셔티브다.

지난달 24일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된 UNEP FI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팬데믹과 자원고갈 등의 이슈로 생물다양성 영역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올해 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NFD), 생물다양성 회계금융연합(PBAF)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며,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생물다양성 보전 분야에 대한 정책 수립 및 투자 확대를 통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Sh수협은행은 ESG경영을 실천하는 착한기업을 위한 해양환경보전 공익상품 ‘Sh해양플라스틱Zero! 법인MMDA’을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사진=sh수협은행 제공

수협은행 해양환경 공익상품 내놔


자사 금융 상품에 환경 보전 가치를 결합해 투자자의 환경보전 가치에 대한 동참을 유도하는 전략도 활용된다.

 

수협은행은 지난 2020년 ‘Sh해양플라스틱Zero! 예‧적금’ 상품을 시작으로, ‘Sh해양플라스틱Zero! 법인예금’, ‘Sh해양플라스틱Zero! 법인입출금통장’ 등 법인전용 공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해양환경보전 공익상품 ‘Sh해양플라스틱Zero! 법인MMDA’을 출시하고, 이 법인 통장에 ESG 가치를 결합하여 법인이나 단체가 가입 시, 상품 가입만으로도 해양환경보전사업 간접 지원 등 친환경 실천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다.

Sh해양플라스틱Zero! 법인MMDA는 법인 전용 수시입출금식 통장으로 판매 금액의 일정액을 전액 수협은행 부담으로 해양환경보전과 ESG 사업 지원기금으로 출연하는 공익상품이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수협은행은 ESG 측면에서 해양환경 공익상품 고유 브랜드 구축을 목표로 기업 고객의 가치 제고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주거래 기업과의 ESG 협약과 상호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경영활동에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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