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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오비맥주의 환경 캠페인

내년까지 재생원료 25% 사용한 재활용 페트로 교체… 캔 찌그러트려서 버리기, 묶음 캔맥주에 노 트레이 적용 등 참신한 환경 캠페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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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9호 김응구⁄ 2023.06.02 17:09:24

오비맥주는 ‘세계 환경의 날’에 맞춰 지난 5월 31일 플라스틱 사용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구자범 수석부사장, 배하준 대표, 김석환 부사장. 사진=오비맥주

같은 캠페인이어도 전달력이 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전자(前者)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후자는 늘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술적으로 효과를 평가할 순 없다. 그러나 돋보이는 캠페인은 사람의 이목을 붙잡고, 생각을 바꾸게 한다.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 캠페인의 좋은 예다.

오비맥주는 그런 면에서 항상 진화한다. 여러 캠페인 중에서도 톡톡 튀는 환경 캠페인이 돋보인다. 평범해 보여도 누구보다 먼저 손을 대고, 때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슬쩍 내민다. 그러니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내년까지 재생원료 25% 사용한 재활용 페트로 교체

5월의 마지막 날, 오비맥주는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염두에 두고 한 발표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2024년까지 기존 페트병 제품을 재생 플라스틱이 25% 들어간 재활용 페트(rPET)로 교체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맥주 페트병에 재생 플라스틱 25%를 활용할 경우, 신재플라스틱 사용량을 연간 1000톤까지 줄일 수 있다.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을 이겨내자(Beat Plastic Pollution)’다. 다들 아는 얘기지만, 환경 문제의 주범은 바로 플라스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플라스틱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한국에서 맥주병과 맥주캔 소재는 재활용 원료 사용 비중이 높지만 페트 소재 재활용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런 상황에서 오비맥주가 모기업인 AB인베브와 함께 내년까지 페트병의 재활용 플라스틱 비중을 25%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리병과 알루미늄 캔의 재활용 비율도 높일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현재 맥주병과 맥주캔의 70% 이상을 재활용하고 있다. 빈 병 반환율 역시 98%로 매우 높다. 2025년까지 빈 병 반환율을 100%로 높이고 맥주캔의 재활용률은 8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 페트는 유리병, 알루미늄 캔보다 재활용하기 쉽지 않지만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화학적 재활용 페트는 단순히 폐플라스틱을 녹여서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화학적 분해로 순수 원료를 추출한 다음 이를 활용해 제조하는 것으로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비율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페트병의 재활용성을 개선하고, 아울러 라벨, 병뚜껑, 종이 재질 겉포장재 등의 재활용 방안도 계속해서 강구할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4월 21일부터 한 달간 ‘빈 캔, 밟아서 분리배출하세요’라는 슬로건의 ‘캔크러시’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오비맥주

재밌고 참신한 캠페인 ‘캔 찌그러트리기’ 한껏 주목받아

오비맥주가 4월 21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빈 캔, 밟아서 분리배출하세요’라는 슬로건의 ‘캔 크러시(can crush)’ 챌린지는 참신했다. 소비자는 다 마신 알루미늄 맥주캔을 완전히 밟거나 찌그러트린다. 그리곤 이 모습을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한다. 이 미션을 인증하면 소비자는 건당 3000마일리지를 받는다. 참여자 가운데 10명은 논알코올 음료 ‘카스 0.0’ 한 박스도 받았다. 이 참여형 이벤트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좋다’는 호응까지 얻었다.

그럼, 캔을 왜 찌그러트릴까. 부피를 작게 하기 위해서? 내용물이 남은 것처럼 보일까 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오비맥주는 ‘이물질’에 주목했다. 캔의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주원인이 바로 이물질이다. 이것이 캔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최대한 밟거나 찌그러트려 분리배출하도록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알루미늄 압연·재활용 기업 노벨리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알루미늄 캔을 수거한 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비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알루미늄 캔 수거율 80%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알루미늄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면 품질 손실이 없어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더구나 천연자원에서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필요한 에너지의 5%만으로도 알루미늄을 만들 수 있어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95%까지 줄일 수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는 기업으로서 캔이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을 높이고 또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알리기 위해 이 캠페인을 준비했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원의 선순환으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실현하도록 소비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5월 23일 서울패션허브 배움뜰, 한국패션디자인학회와 함께 ‘친환경 업사이클링 패션쇼·전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오비맥주

맥주 부산물이 패션 아이템이 되는 마법

지난 5월 중순에는 의미 있는 업무협약 하나가 이뤄졌다. 오비맥주가 서울패션허브 배움뜰, 한국패션디자인학회와 함께 ‘친환경 업사이클링 패션쇼·전시’를 열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23일 서울 강남구 오비맥주 본사에선 오비맥주 구자범 법무정책홍보부문 수석부사장, 서울패션허브 배움뜰 김신우 센터장, 한국패션디자인학회 하지수 회장이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 내용은 맥주 부산물 등을 업사이클링해 이를 의상이나 액세서리 같은 패션 아이템과 패션 아트로 만들고, 그 결과물을 9월 예정인 패션쇼와 전시에서 선보이겠다는 것. 협업 타이틀인 ‘Passion for Beer, Fashion for Beer’(맥주에 대한 열정, 맥주를 위한 패션)가 아주 잘 들어맞는 기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패션디자인학회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셔츠 디자인’이라는 이름의 공모전을 열고, 학회 소속 작가들을 참여시켜 전시 작품을 만든다. 서울패션허브 배움뜰은 소속 신진 디자이너와 패션 전공 대학생들, 그리고 패션 스타트업과 함께 패션쇼에서 선보일 의상·소품·액세서리 등을 제작한다.

구자범 수석부사장은 “맥주를 제조·유통·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포장 패키지를 지속가능한 패션 소재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이번 협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ESG 경영을 선도하는 주류기업과 패션 학계의 이색적인 산학협력으로 소비자들의 환경의식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각오도 내비쳤다.

사실, 맥주 부산물을 이용한 ‘무언가’ 만들기는 오비맥주의 단골 아이템이다.

지난 4월에는 맥주박(Barley Spent Grain)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랄라베어 맥주박 핸드크림’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공개했다. 이 제품은 그린 바이오 벤처기업 라피끄와 손잡고 만들었다. 맥주박에는 단백질이 27%가량 함유돼 있다. 섬유질이나 비타민 같은 영양소가 풍부함에도 대부분 폐기되거나 가축 사료로 사용한다. 라피끄에 따르면 맥주박의 브라이트닝(brightening) 효능과 보습 성분을 이 핸드크림에 담았다.

라피끄는 2020년 스타트업 밋업(meet-up)을 거쳐 2021년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우승하며 오비맥주와 협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오비맥주의 맥주 부산물을 공급받아, 맥주박에서 분리한 효모와 추출물을 원료로 화장품을 만든다. 지난해 6월 열린 오비맥주의 ‘업사이클링 페스티벌’에선 ‘카스’의 맥주박으로 만든 샴푸, 보디클렌저, 헤어 미스트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핸드크림은 처음으로 정식 출시한 상품이다.

핸드크림 패키지 상자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았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인증한 친환경 종이 소재를 사용해 42%가량의 플라스틱 절감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편의점용 ‘카스 프레시’ 캔맥주 전 상품에 노 트레이 패키지를 적용했다. 사진=오비맥주

주류업계 최초 캔맥주 전 제품에 ‘노 트레이’ 적용

오비맥주는 2020년 11월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노 트레이(no tray)’ 패키지를 적용했다. 트레이는 묶음 맥주를 포장할 때 밑을 받치는 종이 받침대를 말한다. 이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종이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종이 트레이를 전면 제거한 것이다.

처음에는 편의점에 납품하는 ‘카스 프레시’ 355㎖ 6캔 패키지의 종이 트레이를 제거했다. 그러다 올해 3월 말부터는 편의점용 카스 프레시 500㎖ 4캔 패키지에도 적용했다. 이로써 편의점 카스 프레시 캔맥주 전 상품에 노 트레이 패키지를 적용하게 됐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로 종이 사용량이 연간 687톤가량 감축되고, 탄소배출량 역시 662톤 정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비맥주는 앞으로 편의점 외에 대형마트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의 카스 제품에도 노 트레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 등 수입맥주 브랜드의 편의점용 330㎖ 캔맥주로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25년까지 맥주 제조·공급망 전반에서 탄소배출량을 25% 감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패키지 개선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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