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2호 이윤수⁄ 2023.07.17 17:36:56
2003년 5월 첫 공식 진료를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스마트병원으로 변신 중이다.
2003년 개원 당시 484병상을 갖추고 하루에 1335명의 환자가 찾았던 분당서울대병원은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1335병상, 일평균 외래환자 7천여 명 규모의 글로벌 병원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헬스케어혁신파크’로 차세대 의학을 이끌어갈 혁신 기술들의 요람이 되고 있다.
‘환자 중심 의료’ 가치를 세운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 가치는 ‘환자 중심 의료’에 대한 열망과 이를 위한 혁신적인 도전이 있었다. 개원 당시 차트, 필름, 처방전, 종이 서류를 모두 전산화했던 혁신적인 시도 역시 당시 각종 서류와 영상 검사 결과물을 지참한 채로 병원에 오가야 했던 환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신속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자 했던 결과물이었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의 강점으로 꼽히는 복강경, 흉강경, 로봇 등 최소침습수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도 환자 중심적 사고의 산물이다.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점에 주목해 최소침습수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세계 최초 복강경 위암수술 500례 달성 및 복강경 위암수술 안전성 입증, 국내 최초(세계 두 번째) 단일공 복강경 위암수술 성공, 국내 최초 복강경 간절제술, 세계 최초 복강경 간절제술 1000례, 국내 최초 신장암 로봇수술 1000례 달성 등 대기록을 남겼다.
아울러 세계 의사들도 찾아오는 뇌신경 분야 역시 환자들이 후유장애 없이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개원 당시 국내 최초로 뇌와 신경에 관한 모든 질환을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가 통합 진료하는 ‘뇌신경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뇌신경계 전문 중환자치료센터나 개두술(머리를 여는 수술)과 뇌혈관 내 시술이 동시에 이뤄지는 하이브리드 수술장 등 선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연간 13만 명의 외래환자가 방문하고 3600건의 수술을 시행하며 국내 최대 수준으로 성장했고 세계적인 뇌졸중 데이터를 갖춘 연구기관으로서 국제 뇌졸중 지침서의 근거가 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송정한 원장은 “미래 의료에서도 과감한 혁신과 도전을 통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리더로서 앞서나갈 것”이라며 “첨단 기술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진료가 구현된 외래특화센터를 구축해 더욱 스마트한 최상의 ‘환자 중심 의료’를 구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흉부외과 정우현 교수, 늑간신경통 없는 폐암 로봇 수술법 개발
지난 2월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정우현 교수가 가장 대표적인 폐암 수술 후유증으로 꼽히는 ‘늑간신경통’이 없는 수술 기법을 개발했다.
정우현 교수에 따르면 폐암은 3기 초까지는 수술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갈비뼈 사이(늑간)에 2~3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흉강경을 삽입하여 폐를 절제하는 ‘늑간 흉강경 수술’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술법에도 단점이 있다는 것. 비록 2~3개의 작은 구멍에 불과하지만 갈비뼈 사이를 절개해야 한다. 이곳에는 척수로부터 갈라져 나온 늑간 신경(갈비뼈 사이 신경)이 자리 잡고 있어 수술 후 신경 손상 및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교수는 가장 아래쪽 늑골(갈비뼈) 밑에 절개창을 낸 후 흉강경 대신 수술 로봇을 이용해 폐를 절제하는 ‘늑간 보존 로봇 폐절제술’을 고안했다.
물론 기존에도 맨 아래 갈비뼈 밑으로 흉강경 기구들을 넣어 폐절제술을 시행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수술 기구의 한계로 폐를 안전하게 절제해 내는 데 필요한 각도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정 교수는 몸 안에서 자유롭게 회전하며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술 로봇이라면 늑간 보존 폐절제술을 시행하는 데 적절할 것으로 판단해 수술 로봇을 적용했다. 이후 지난 2년간 50여 건을 시행해 모두 성공했다.
정 교수는 “폐암 수술이 잘 되더라도 늑간 신경이 손상되면 숨 쉴 때마다 통증 혹은 불편감이 느껴져 긴 시간 동안 삶의 질 저하를 겪는 환자분들이 많다”며, “본 수술법의 경우 늑간 신경이 존재하지 않는 곳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관련된 신경통 및 후유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늑간 신경은 호흡근을 조절하는 역할도 하므로 수술 후 폐 재활에도 유리하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해당 수술법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 다빈치 로봇 수술 첫 사례 이후 로봇 수술 2000례 돌파
분당서울대병원은 ‘산부인과 로봇 수술 시행 건수 2000례’를 넘어섰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2007년 12월 다빈치 로봇 수술 첫 사례를 시작해 2021년 1000례를 돌파했으며, 이후 가파른 수술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불과 2년 만인 2023년 2월 2000례를 달성한 것이다.
로봇수술은 손 떨림 보정과 넓은 관절 가동 범위, 섬세한 관절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몸속 깊은 곳까지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 수술 시 출혈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특장점으로 인해 이전에는 개복 수술을 해야만 했던 거대 자궁 근종이나 심한 유착이 있는 어려운 사례도 개복 없이 수술이 가능해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2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부인과 질환의 유병률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로봇수술은 자궁 및 난소 보존을 통해 수술 후 환자들의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으며, 피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만큼 수술 후 흉터가 적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자궁근종절제술, 자궁절제술, 자궁질탈출증 환자 치료를 위한 자궁·질 고정술을 비롯해 거의 모든 양성 부인과 질환 수술에 로봇수술을 도입해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또 10,000례 이상의 복강경 수술 경험을 가진 부인종양분과 전문의들의 숙련도와 기반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궁내막암 및 초기 자궁경부암 수술에도 로봇 수술을 활발하게 시행하며 개복 수술에 의존했던 암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장 이정렬 교수는 “산부인과 교수진의 적극 지도하에 분기마다 시뮬레이션 교육 및 전임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산부인과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구축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며, “수술 결과뿐만 아니라 수술 이후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T와 5G 특화망 기반 자율주행 이송 로봇 서비스 구축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KT와 함께 첨단 정보통신기술인 5G 특화망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이송로봇, 3D 원격교육 시스템, 자동주행 전동휠체어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구축된 시스템은 ‘환자 안전 및 편의 강화’, ‘병원 업무 효율화’, ‘의료 역량 강화’ 등 세 가지 목표로 추진됐다. 분당서울대병원과 KT 컨소시엄은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융합 서비스 프로젝트 ‘공공의료’ 분야 사업자로 선정되어 이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자 선정 이후 약 1년간 5G 특화망을 구축했고 현재 융합 서비스를 의료 현장에 적용해 서비스 안정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KT는 5G 특화망과 이를 활용한 5G 융합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용을 맡고, 분당서울대병원은 구축된 5G 융합 서비스를 활용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먼저 ‘자율주행 이송 로봇(Autonomous Mobile Robot)’은 진료 재료, 약품, 환자 옷, 침대 시트, 이불 등 수술과 진료에 필요한 물품을 자동으로 이송한다. 물품은 분당서울대병원 본관에서 직선으로 약 300m 약 떨어진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온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두 건물을 연결하는 터널인 워킹갤러리에 AMR 6대를 활용한 무인 이송 체계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두 건물 간 1.5km 거리를 차량으로 다니며 물품을 이송했다. 하역장에서 병동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거운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은 당연히 사람의 몫이었다. 이제는 물품을 카트에 채워놓기만 하면 무거운 카트는 자율주행 이송 로봇이 옮긴다. 혼잡한 주간 시간을 피해 야간 배송으로 환자와 겹치는 동선을 최소화하여 환자 안전을 지키고 감염의 위험도 줄였다.
자율주행 이송 로봇은 병원 내 시설물이 다중으로 연동되어 엘리베이터, 자동문 등을 통과하고 사람이 있는 곳을 지나다녀도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5G 기반 ‘3D 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3D 원격교육 시스템’은 의료진 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 수술실과 연계한 비대면 의료교육 서비스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실제 병원과 동일한 환경에서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을 제공하는 ‘SMART 시뮬레이션센터’를 개소하고 의료진의 숙련도를 향상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 5G 특화망 스트리밍을 활용한 무안경 3D 수술 교육을 접목해 의료인력의 실습환경을 개선했다.
3D 원격교육은 집도의와 수련생 간 동일 시간, 동일 입체 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교육 효과를 제고했다. 실시간으로 수술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참관하면서도 더 쉽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감염 위험도 낮출 수 있게 됐다. 특히 현미경 접안경을 통한 관찰이 아닌 무안경 방식의 3D 디스플레이를 구현해 교육생의 피로감과 불편함을 감소시켰다.
아울러 자동주행 전동휠체어를 도입해 환자 안전을 높이고 업무 부담을 줄였다.
병원 휠체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타고 내릴 때 휠체어가 밀려서 발생하는 낙상사고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입된 전동휠체어는 자동 제동(auto hold) 기능이 탑재돼 있어 타고 내릴 때 휠체어가 자동으로 제동상태에 진입해 뒤로 밀리지 않아 낙상사고를 방지해 안전을 높였다.
자동주행 휠체어는 수거를 위한 관리 노력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5G 특화망을 이용하면 자동주행 휠체어의 위치와 상태, 배터리 잔량 등을 점검할 수 있어 사용을 마친 휠체어를 보관소로 자동 회수하는 기능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 회수 기능은 기술 안정화 단계를 거쳐 적용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송정한 원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전자의무기록을 자체 개발하여 스마트병원 시대를 선도해 온 분당서울대병원은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아 원격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KT와 컨소시엄을 통해 구축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환자가 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중심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
20주년을 맞이한 분당서울대병원이 지향하는 가치는 여전히 ‘환자 중심 의료’다.
원격 모니터링 케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차세대 의료 기술이 적용된 ‘첨단 외래센터’ 구축 등 패러다임을 앞서나가는 새로운 혁신을 통해 미래 의료에 맞는 환자 중심 의료를 구현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해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중심으로 산업-학교-연구-병원-지자체가 긴밀히 연계하는 헬스케어 융복합 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또 의료기기연구개발센터, 빅데이터센터,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헬스케어ICT연구센터, 의료인공지능센터, 정밀의료센터 등 차세대 의학 연구의 핵심 분야에서 각 센터를 설립 후 혁신적인 연구를 장려 역시 환자 맞춤형 정밀 의료와 같은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을 통해 더욱 환자 중심적 의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의료 본질은 환자 중심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치유하는 것”이라며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 20년간 이뤄온 성과 역시 환자들을 위한 열정과 노력에서 비롯된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아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는 만큼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원격 모니터링 케어,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진료 등이 구현된 첨단 외래센터를 구축해 환자들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