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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캐시카우③] 금산분리 완화, 시중은행의 비금융 캐시카우 확장 신호탄 되나

3분기 금산분리 완화 예정, 조직 개편과 비금융 서비스 강화로 미래 캐시카우 준비하는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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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3호 김예은⁄ 2023.08.02 14:14:33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이했으나, 은행이 여전히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는 배경에는 금산분리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산업자본인 기업과 금융자본인 금융사가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양방향으로 규제함으로써 기업과 금융사의 결합을 방지하는 제도다.
양방향 규제에 따라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는 비금융사 지분을 5%, 은행은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으며, 비금융사는 은행 주식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분투자 15% 한도는 은행업의 재무적 ‘투자’ 행위를 허용하는 대신,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경영권 확보 및 사업 영위 권한을 부여하는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로 인해 금융업 진출을 꾀하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의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은행업의 이종 산업 진출은 쉽지 않았다. 금융사들은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구도에서 발목을 잡는 이 같은 금융 규제를 바로 잡아달라고 지속적으로 금융 당국에 요청해 왔다.

 

27년간의 금산분리 빗장 3분기 완화 예정
20여 년 전 이미 금산분리를 완화해 온 미국과 일본 등의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학국은 1961년에 만들어진 구시대적 규제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이것이 국내 금융 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금융 당국은 올해 3분기 중으로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비금융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금산분리 완화를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맞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 1년 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사로 “금융사의 혁신을 지연시키는 규제가 무엇인지, 해외 및 빅테크 등과 불합리한 규제 차이는 없는지 살피겠다”며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전통적 틀에 얽매여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간의 융합ᆞ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세부적으로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완화 방안은 금융안정 유지 등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금융산업이 디지털화와 빅블러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논의된 금산분리 완화 방식으로는 첫째로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positive 방식)을 차용하되, 기존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및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대두됐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출자를 전면 허용하되, 위험총량 한도(자회사 출자 한도 등)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네거티브(negative) 전환으로의 방안이 거론됐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훼손하거나 금융사와 시너지를 내기 힘든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투자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재강조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을 통해 새롭고 혁신적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정비해 3분기 중 발표하겠다”며 구체적 시점을 못 박았다.

 

배달앱, 통신 제휴부터 SI사업 진출 도모하는 시중 은행


27년 만에 금산분리라는 빗장이 풀리는 것은 금융업계의 비금융 사업 확대의 길이 열리는 기회의 장이자, 업계 지형도를 재편성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공한다. 은행들은 앞다투어 신규 사업을 위한 부서를 재정비하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 전략 방향은 고객 밀착형 디지털 플랫폼의 진화와 더불어 산업 공급망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신한은행은 7월 6일 서초구청과 ‘서초형 공공배달앱’ 운영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 사업 등으로 비금융 사업에 먼저 첫발을 뗀 신한은행은 KT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통신업에도 발을 내디뎠다. KT는 신한은행 모회사인 신한지주 지분 2.08%를 4375억 원에 취득하고, 신한은행이 KT 주식 5.48%를 취득하는 지분 맞교환 방식을 활용했다. 신한은행은 금융과 통신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소비자 관련 서비스뿐만 아니라 공급망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올해 초 신한은행은 미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BaaS 사업모델을 연결 및 확장해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Everywhere Bank를 목표로 디지털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전략을 구체화한 신한은행은 7월 19일 한국SMC과 손잡고 ‘Digital 공급망금융 활성화’를 위한 ‘BaaS(Banking as a Service)형 B2B 공급망금융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이 제공하는 ‘BaaS형 B2B 공급망금융 서비스’는 공급망 전체 과정에 디지털금융을 접목해 기업간 결제, 정산 등의 업무를 최적화하고 비즈니스와 자금흐름의 효율적 관리를 돕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통해 신한은행은 판매기업과 구매기업에게 다양한 전자결제 솔루션, 영업활동 필요 자금에 대한 금융 지원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신한은행 ‘BaaS형 B2B 공급망금융 서비스’는 일반적인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제공하는 기업 간 자금 결제·정산은 물론이고 자금 예치, 수수료 지급 대행, 결제자금 대출 등 자금흐름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출시하는 공급망금융 서비스는 신한은행의 ‘Digital Transformation’의 성과 중 하나임과 동시에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B2B 시장에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 Payment Gateway)로서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B2B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공급망금융 서비스 제공 사례를 만들고 향후 다양한 산업 및 업종별로 서비스 적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며 “이와 함께 판매기업과 구매기업 모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솔루션 기능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신한·우리·국민·하나, 비이자 이익 강화

 

우리은행은 지난 7월 7일 조병규 은행장 취임 3일 만에 실시된 조직 개편에서 비금융, 플랫폼 기업들과 디지털 생태계 확장 및 비금융 부문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디지털신사업팀’을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모빌리티 분야 진출을 우선 검토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부문으로 비금융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공급망 관리와 금융 서비스가 연계된 디지털 공급망 플랫폼 ‘원비즈플라자’을 출시하며 디지털 기반 기업 전자구매 서비스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섰다. 원비즈플라자는 구매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이 별도의 비용 없이 가입해 구매업무를 수행하고 협력사와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로써 수작업 및 정보 탐색에 의존한 구매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 전자구매 서비스를 활용해 편리하고 투명한 구매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원비즈플라자를 통해 확보된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기업의 니즈에 부합하는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시대의 초혁신 플랫폼으로 기업 금융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등 그룹사의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가 제공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의 첫걸음이 될 수 있게 긴밀히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Liiv M은 금융과 통신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앱 플랫폼 ‘KB리브모바일 앱’ 을 출시했다고 4월 20일 밝혔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2019년 말 금융 당국의 규제 특례(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다. KB국민은행은 통신 서비스 리브엠(Liiv M·리브모바일)을 개시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가입자가 30만 명을 넘는 등 고객 기반이 확대된 리브엠 서비스는 올해 정식 서비스 인가를 신청했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2일 정례회의에서 리브엠의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 업무로 정식 승인했다. 리브엠 관계자는 "통신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과 함께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2000억 원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 지분 8.3%를 인수하며,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형 금융사의 첫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이 티맵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금융서비스와 모빌리티 서비스 간에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1400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내비게이션, 전기차 충전, 대리운전, 주차, 킥보드, 렌터카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특정 고객군을 겨냥한 특화 금융상품이나 오프라인 영업점에 대한 스마트 주차 서비스, 중고차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계 전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 위치한 폴란드개발은행 본점을 방문해 폴란드개발은행(BGK)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IB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올해 3월 미술품 동산관리처분신탁을 출시하며 미술품 신탁으로 자산관리 영역을 확대해왔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금융투자(CIB)그룹 산하에 있던 IB사업본부를 그룹으로 승격하고 지분투자부를 신설했다. 금융지주 비금융회사 투자 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은행 차원에서 지분투자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지분투자부는 앞으로 하나은행의 전략적투자(SI)를 담당한다. 전략적 투자란 투자 대상 기업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으로 자금 투자에 그치는 재무적 투자(FI)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은 은행의 이자 이익이 전 분기 대비 1.4%(278억 원)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8.6%(4,431억 원) 증가한 5,740억 원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거뒀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3.0%(5,103억 원) 증가한 4조 4,373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탁·퇴직연금·방카슈랑스를 포함한 자산관리 수수료와 여신·외환 관련 수수료 증대 등 비이자이익 증대가 실적 상승을 견인한 만큼, 하나은행은 향후 전략적 지분 투자를 비롯해 다각적인 비이자 이익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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