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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캐시카우②] MZ세대가 불붙이고 팬데믹이 기름 부으니 위스키가 새로운 먹거리로 뜬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차별화 브랜드·행사로 위스키에 집중 또 집중… 주류 특화 매장도 경쟁적으로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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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3호 김응구⁄ 2023.08.01 17:32:41

GS25에서 모델이 ‘김창수위스키’ 4호 캐스크를 들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대한민국 주류기업의 핵심 주요수익원은 소주임을 부인할 수 없다. 확실한 ‘먹거리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슬슬 위스키나 와인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주류문화, 특히 주류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이같이 만들었다. 불을 붙였다. 거기에 팬데믹이 기름을 부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위스키는 더 이상 아저씨가 마시는 술이 아니다. 비싸고 독한 술? ‘가치’를 마시는 것이니 독주(毒酒)여도 상관없다. 내 ‘취향’이 존중받아야 하니 비싸도 괜찮다. 당장 일주일을 ‘김밥천국’에서 끼니를 때워도 내가 마시고 싶은 위스키를 살 수 있다면 충분히 감당할 일이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량은 1만6900t이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반기(半期) 기준 사상 최대다. 지난해 상반기 1만1200t보다 50.9% 급증했으며, 지난해 하반기의 1만5800t 기록마저 경신했다. 위스키 수입액도 2021년 상반기 7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상반기 1억2000만 달러, 올해 상반기 1억3000만 달러로 계속 증가 추세다.


위스키에 맛을 들인 젊은 층이 활발히 소비한 덕분이지만, MZ세대가 주 소비층인 하이볼(위스키에 탄산수를 넣은 음료)의 인기도 단단히 한몫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지홍(26) 씨는 “재작년에 위스키를 하이볼로 처음 접했는데 꽤 맛있었다”며 “이런 경험 때문인지 위스키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새로운 걸 찾으니 만들거나 수입하거나 파는 자는 새로운 걸 들여놓는다. 글로벌화 된 세상, 소비자가 이만큼 알고 원하니 그 정도쯤은 알고서 채워 넣어야 한다.

새로운 캐시카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젊은 감각을 내세우며, 특히 MZ세대에 맞춘 마케팅으로 위스키 소비를 이끌고 있다. 편의점별로 주류 특화 매장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이제 위스키·와인은 미래 캐시카우로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최신 주류 트렌드는 편의점이 선도한다는 게 결코 넘치는 말이 아니다.

이마트24가 지난 5월 새롭게 선보인 플레이버 위스키 ‘에반윌리엄스 애플’(오른쪽). 사진=이마트24

미래 주요수익원으로 우뚝 선 ‘위스키’

폭우가 내린 다음 날인 7월 5일. 이날 아침부터 서울 신림동 ‘GS25 더관악점’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 ‘김창수 위스키’ 4호 캐스크를 사러 온 사람들이다. 1호 구매자는 전날 새벽 4시부터 줄을 섰다고 했다. 알코올도수 53.2도의 고도주(高度酒)에 25만 원을 넘는 고가임에도 ‘선택받은 자’들은 세상 다 가진 표정을 지었다.

지난 2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25 DX LAB점’에서도 지난 5일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아니, 이때는 추운 날씨임에도 대기자 수와 줄이 더 많고 길었다. 이날 출시한 ‘김창수 위스키’는 3호 캐스크로, 모두 283병을 생산했다. 이 가운데 GS25는 편의점 중 가장 많은 38병을 확보했다. 다른 편의점은 대개 10병 내외를 확보했다.

GS25는 올해 상반기 위스키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70% 가까이 늘었다. GS25가 때마다 진행하는 ‘위-런’(WHI-RUN·위스키+오픈런) 행사는 그 같은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이벤트다. 지난해 6월 시작한 이 행사는 지금까지 네 번 열렸다. 지난 3월 10일 GS25 주류 강화형(특화) 매장과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 등 72곳에서 진행된 ‘위-런’ 행사에는 ‘완판제조기’로 불리는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2000병, ‘글렌피딕 15년’ 240병, ‘맥캘란 더블 캐스크 12년’ 등 싱글몰트위스키 12종 등 총 5000병이 준비됐다. 평소 위스키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GS더프레시 도곡렉슬점·광진화양점·관악점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역대급 물량이 확보됐다.

현재 이마트24가 취급하는 위스키는 120종에 이른다. 모두 95종으로 100종을 넘기지 못했던 지난해보다 26% 증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귀에 익숙한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 유명 위스키가 전부였지만, 최근엔 세계 4대 산지(스코틀랜드·아일랜드·미국·캐나다)에 일본까지 5대 산지 위스키를 고루 갖추고 있다. 소비자에게 더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며 위스키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24는 올 하반기에도 이색적인 브랜드를 계속해서 선보인다. 그와 함께 ‘이달의 위스키’ 같은 행사를 열면서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이나 할인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24 김경선 위스키 담당 MD(상품기획자)는 “위스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그에 따라 견문도 넓어졌다”며 “그런 만큼 우리 역시 더욱 다양한 위스키를 접하도록 품질 좋은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김경선 MD는 또 “편의점에선 다양한 위스키를 접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뒤집고 폭넓은 라인업을 완성해,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 위스키 트렌드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븐일레븐은 7월 5일 호주 와인 브랜드 ‘몰리두커’ 시리즈 6종을 편의점 업계 단독으로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반피 엑셀수스(Banfi Excelsus)’라는 와인이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지역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와인이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백화점이나 호텔, 와인 전문 숍에서 판매한다. 지난 5월, 국내 편의점 시장에선 이마트24가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이달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같은 달, 이마트24는 미국 워싱턴주의 스테디셀러 와인으로 잘 알려진 ‘스팀슨 에스테이트 셀라즈(Stimson Estate Cellars)’를 ‘이달의 와인’으로 소개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이마트24에서만 살 수 있다. 이마트24가 밀고 있는 콘셉트 중 하나인 ‘차별화 상품’이다.

이마트24는 이처럼 매달 프리미엄 와인과 ‘이달의 와인’을 선보인다. 라인업, 차별화, 트렌디에 자신 있으니 와인 초심자부터 애호가의 취향을 모두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이마트24 김지웅 일반식품팀장은 “다양한 향과 맛의 주류를 찾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희소성 있는 와인이나 플레이버 위스키 등 트렌디한 주류 소싱(sourcing)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주류 특화 매장 인프라와 강화된 MD 인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주류 소싱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한편, ‘이달의 와인’이나 ‘와인 & 비어 위크’ 같은 프로모션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CU는 지난 6월 30일과 7월 1일에 서울 ‘CU올림픽광장점’, 제주 ‘CU제주탑동광장점’, 수원 ‘CU우만타운점’ 세 곳에서 ‘렛酒고 in 제주도’ 행사를 열었다. 지난 4월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열린 주류 특화 행사다. 두 번 모두 오픈런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4월의 경우 판매 시작 두 시간 전부터 200m의 긴 줄이 이어졌으며, 이틀 동안 800여 명이 찾았다. 두 번째 렛주고에선 행사 시작과 함께 한정 수량으로 준비했던 모든 위스키가 그 즉시 완판됐다. 이날 행사에선 한정 수량 제품은 1인 1병으로 구매 제한이 있었다.

CU는 주택가 등을 중심으로 100㎡(30평) 넘는 대형 매장을 선정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주류 특화 매장을 운영한다. 재작년 3개였던 것이 지난해 18개로 늘었고, 올 상반기에만 41개에 달한다.

세븐일레븐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 편의점은 올해 2월부터 품귀현상을 보이는 한정판 위스키를 모아놓고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위스키 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열린 이 행사는 희소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2030세대에 전폭적인 관심을 받았다. 세븐일레븐 측은 이 같은 주목도 높은 행사에 힘입어 올해 위스키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특히 2021년 KT강남점에 ‘와인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약 100㎡(30평) 공간에 350종 넘는 와인을 갖추고 있으며, 가격대는 5000원에서 70만 원까지 다양하다.

CU의 주류 특화 매장은 해마다 증가세다. 올 상반기에만 41개에 달한다. 사진=CU

편의점 주류 특화 매장 역시 경쟁 또 경쟁

편의점들은 주류 특화 매장 늘리기에 한창이다.

먼저, GS25는 주류 강화(특화) 매장만 100여 점을 운영하고 있다. 주류 강화 매장은 GS25가 2021년 시작한 △주류 강화형 △지역 특화형 △첨단 테크형 △카페 강화형 콘셉트의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주력 매장)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GS25 합정프리미엄점’은 카페 강화형, ‘GS25 수원행리단길점’은 지역 특화형이다.

GS25가 지난해 3월 전북 전주시에 문을 연 ‘GS25 전주본점’은 주류 강화형이다. 전체 면적의 ⅓이 주류 전용 공간이다. 전체 200㎡(60평) 중 66㎡(20평) 정도는 주류 전용 공간, 나머지는 일반 매장으로 꾸몄다. 주류 공간에는 와인 600여 종과 위스키·보드카 등 양주 300여 종 등 주류 1000여 종을 갖추고 있다.

이곳을 오픈한 데는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smart order) 서비스인 ‘와인25플러스’의 고객 데이터에서 비롯됐다. 2021년 지역별 주문 비중을 살펴본 결과, 서울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의 주류 구매 비중이 70%를 넘은 점에 착안했다.

GS25는 주류 특화 매장을 전국에 걸쳐 더 많이 확대하고 와인25플러스의 주문 서비스를 활성화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최고의 주류 채널로 만들 방침이다.

GS25의 주류 강화 매장인 ‘GS25전주본점’ 모습. 사진=GS리테일

이마트24는 2019년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주류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당시 매장 내에 와인과 위스키 등 100~200여 종을 들여놔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주류 MD 조직을 확대하고 트렌디한 주류를 소싱하며 차별화된 주류 마케팅을 펼치는 등으로 주류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 같은 성과로 지난 4월 현재 이마트24의 주류 특화 매장은 4600개를 넘었다. 아울러 이마트24의 주류 매출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에 ‘이마트24 R광안리센터점’의 문을 열었다. 이곳은 이마트24의 주류 특화 매장과 성수동 치즈 맛집 ‘유어네이키드치즈’의 협업이 돋보인다. 내부의 ‘주류 전문존’ 벽 선반에는 500여 종에 달하는 주류로 가득하다.

재밌는 건, 이마트24의 경우 안주 브랜드까지 덩달아 실적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근거리 주류창고’와 더불어 ‘근거리 포장마차’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혼술·홈술족 증가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안주 맛집’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4월 부산 광안리 해변가에 오픈한 ‘이마트24 R광안리센터점’ 모습.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는 지난 5월 안주 브랜드 ‘요즘돼세’를 론칭하고 냉장 안주류를 선보였다. 요즘돼세는 ‘요즘 돼지런하게 먹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돼지런’은 돼지와 부지런하다를 합친 말로, 먹을 것에 굉장히 부지런하다는 의미다. 양념막곱창, 참나무훈제삼겹살, 통마늘닭근위 등 집이나 회사 근처 포장마차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안주들로 구성했다. 모두 종이패키지만 벗기고 전자레인지에서 2분 정도만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특히, 각 상품 패키지에는 잘 어울리는 주종을 표시해 고객이 구매할 때 도움 되도록 했다. 양념막곱창은 하이볼, 참나무훈제삼겹살은 와인, 이런 식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내부에서 여러 의견을 교환하던 중 업계 최초로 주류 특화 매장을 선보이고 위스키, 와인, 맥주, 하이볼, 전통주까지 다양한 주종을 갖춘 이마트24의 강점을 살려 여러 술에 어울릴 만한 요리형 냉장 안주를 만들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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