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라거가 전부는 아니다… 슬슬 존재감 드러내는 밀맥주

‘곰표밀맥주’ 크게 히트하며 알려져… 달콤한 향 덕분에 매콤한 요리와 잘 어울려… 벨기에 ‘호가든’ 대표주자… 오비맥주, 최근 밀맥주 ‘카스 화이트’ 선보여

  •  

cnbnews 제755호 김응구⁄ 2023.09.01 17:36:28

독일과 벨기에에서 시작한 밀맥주는 상면발효 방식으로 양조한다. 독일에선 ‘바이스비어’, 벨기에와 미국에선 ‘위트 비어’로 부른다. 사진=김응구 기자

출시 후 3년간 5800만 캔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한 ‘곰표밀맥주’는 확실한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수제맥주 전성시대’를 꽃 피웠다.

맥주회사와 밀가루회사의 협업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던 ‘곰표밀맥주’는 올해 3월 31일 상표권 계약이 종료됨과 동시에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한제분이 기존 파트너였던 세븐브로이와의 계약 연장 대신 제주맥주와 새로 계약을 맺고 ‘곰표밀맥주 시즌2’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캐릭터를 곰에서 호랑이로 바꾼 ‘대표밀맥주’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이런 와중에 소송전도 벌어졌다.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 시즌2’가 ‘곰표밀맥주’ 레시피와 유사하고 맛도 같다면서 지난 5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다. 이에 제주맥주는 ‘곰표밀맥주 시즌2’를 최소한으로 생산해 일부 편의점에서만 판매했다. 그러던 중 8월 4일 세븐브로이는 소송을 취하했다. 그 배경에 대해선 소문만 무성할 뿐 정확히 드러난 건 없다.

이쯤 되니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밀맥주가 뭐야? 뭔데 그래?’ ‘곰표밀맥주’에 열광한 소비자들은 기존 라거맥주와 다른 밀맥주의 맛에 정말로 매료된 걸까? 그렇다면 밀맥주의 매력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상면발효 방식은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맥주 표면 위로 뜬다. 이렇게 만든 맥주는 향이 풍부하고 쓴맛이 강하다. 사진은 강릉의 버드나무브루어리 모습. 사진=김응구 기자

독일은 ‘바이스비어’, 벨기에·미국은 ‘위트비어’로 불러

밀맥주를 들여다보려면 먼저 맥주의 발효방식을 알아야 한다. 맥주를 제조할 땐 거의 마지막 단계인 숙성 전에 발효 과정을 거친다. 발효는 크게 ‘상면발효(上面醱酵)’와 ‘하면발효(下面醱酵)’로 구분한다. 상면발효는 비교적 고온인 15~24℃에서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효모가 맥주 표면 위로 뜬다. 이렇게 만든 맥주는 향이 풍부하고 쓴맛이 강한 편으로 제품마다 맛, 향, 색은 제각각이다. 수제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귀에 익은 이름인 에일(ale) 맥주가 상면발효 맥주의 대표 주자다.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로 대표되는 스타우트 맥주 역시 상면발효 계열이다. 독일과 벨기에에서 시작한 밀맥주도 이러한 방식으로 양조된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마시는 라거(lager) 맥주는 하면발효 방식이다.

밀은 매운맛을 중화해주고 향긋한 과일맛을 더해준다. 하지만 보리와 달리 껍질이 거의 없어서 양조하기엔 까다롭다. 찐득찐득해져 양조통을 막아버리기 일쑤다. 이런 까닭에 보리와 함께 쓰인다. 보리 껍질이 양조통에 밀이 달라붙는 걸 막아준다.

맥주는 보리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이름부터가 ‘맥주(麥酒)’니 말이다. 밀맥주를 만들 땐 보리 맥아(麥芽) 외에 밀 맥아를 50% 넘게 사용한다. 그 덕에 거품이 풍부하고 흰색에 가까운 색을 내며 부드럽고 신맛이 난다.

독일식 밀맥주는 ‘헤페바이젠(Hefeweizen)’ 또는 ‘바이스비어(Weiβbier)’로 부른다. ‘헤페’는 효모, ‘바이젠’은 밀이라는 뜻이다. 또 ‘바이스’는 흰색, ‘비어’는 맥주라는 의미다. 독일은 1516년 빌헬름(Wilhelm) 4세가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을 공표한다. “맥주를 제조할 땐 맥아, 홉(hop), 물 이외에 어떤 재료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법령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밀로 맥주를 만드는 건 예외로 했다.

벨기에 밀맥주는 ‘위트 비어(Wit Bier)’로 부른다. 밀 외에도 고수 씨앗이나 오렌지껍질을 넣어 화사하고 복합적인 향을 낸다. 우리가 잘 아는 ‘호가든’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식 밀맥주도 ‘위트 비어(Wheat Beer)’다. 1978년 자가양조(自家釀造)가 허용되면서 실험적인 맥주 양조가 본격화됐고, 이후 꾸준히 다양화를 시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구스아일랜드 312’가 대표적인 예다.

보통 밀맥주는 달콤한 향이 강조되기 때문에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상큼하고 청량한 느낌의 밀맥주라면 기름진 음식이나 해산물과도 좋은 궁합을 이룬다.

밀맥주를 얘기할 때면 독일 바이에른을 빼놓을 수 없다. 바이에른공국 시절의 밀맥주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사진은 바이에른의 여러 모습. 사진=픽사베이

밀맥주에 진심이었던 독일 바이에른공국

 

독일의 밀맥주를 얘기할 땐 남부의 바이에른(Bayern)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로는 바바리아(Bavaria)라고 한다. 이곳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FC 바이에른 뮌헨’을 모를 리 없고, 자동차 BMW나 아우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등이 바이에른주(州)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BMW의 ‘B’가 바이에른(Bayerische)을 의미한다.

밀맥주 바이젠은 한때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보리로 만든 갈색 맥주가 평민을 대표한다면 흰색에 가까운 밀맥주는 귀족의 음료였다.

바이에른공국 시절 동쪽에 위치한 보헤미아 왕국(체코)에서 밀맥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뮌헨의 양조업자들은 인기가 높았던 보헤미아 밀맥주를 따라 만들었다. ‘맥주순수령’이 존재했어도 그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급기야 왕실은 1567년 공식적으로 밀맥주 제조를 금지했다. 금지령 이후 밀맥주는 왕실의 허락 없인 누구도 만들 수 없었다. 다만 15세기부터 밀맥주를 만들어온 데겐베르크(Degenberg) 가문만은 예외였다.

밀맥주 양조권은 1602년 왕실 소유가 됐다. 이후 바이에른공국은 200여 년간 밀맥주를 독점하며 뮌헨의 궁정 양조장(hofbrauhaus)을 중심으로 20여 곳의 양조장에서 밀맥주를 생산하고 판매했다.

평민들도 밀맥주를 자유롭게 마시기 시작한 건 1610년쯤의 일이다. 그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독일 왕이었던 막시밀리안 1세(Maximilian I)는 평민들에게 밀맥주를 팔도록 허가했다. 이후 1850년대 들어 밀맥주의 귀족적 이미지는 깨지고 만다. 사실 18세기 말부터 밀맥주 인기는 시들해졌다. 개인 양조업자에게 왕실 소유의 밀맥주 양조장들을 처분하거나 임대까지 줬다. 특히 왕실 독점을 고수해온 뮌헨에서조차 사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왕실은 뮌헨의 양조업자 게오르그 슈나이더(Georg Schneider)에게 궁정 양조장을 임대하고 밀맥주 양조 라이선스까지 줬다. 마침내 1872년 슈나이더가 밀맥주 양조권을 사들이면서 270년간 지속했던 왕실 독점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해 슈나이더는 뮌헨의 탈(Tal) 거리에 새 양조장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밀맥주 양산에 들어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3월 ‘카스 화이트(Cass White)’를 출시하며 국내 밀맥주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다음 달에는 출시 기념 이벤트로 유명 팝아트 작가 홍원표를 초대해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 ‘카스 화이트’ 출시하며 국내 밀맥주 시장 도전

 

호가든은 1445년 벨기에 호가든 마을의 수도원에서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 70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한국에는 2002년 첫선을 보였다. 호가든의 1인당 소비량은 원산지 벨기에를 제외하면 한국이 세계 1위다.

한국의 호가든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오비맥주 맥주공장에서 생산한다. AB인베브의 브루마스터(brew master)가 직접 관리 감독하며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이를 위해 매일 다섯 차례씩 맥주 샘플을 채취해 테이스팅한다. 한국만 이런 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호가든을 생산한다. 이렇듯 각 나라에서 생산한 맥주는 모두 벨기에로 보내 테이스트 패널(taste panel)의 평가를 받는다.

이예승 오비맥주 커머셜역량부문 맥주문화교육팀 부장은 “호가든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는데, 벨기에에선 이를 전부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평가한다”며 “그 많은 호가든 가운데 항상 1위를 차지하는 곳이 벨기에와 한국의 양조장이다. 원산지에서도 인정하는 맥주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오비맥주가 지난해 3월 28일 ‘카스 화이트(Cass White)’를 출시하며 밀맥주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알코올도수는 4.5도로 473㎖ 캔과 슬릭 형태의 330㎖ 캔 두 가지 형태로 출시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 화이트’를 “코리엔더 아로마가 가미된 부드러운 맛과 카스 특유의 상쾌함을 지닌 라거 스타일의 하이브리드 밀맥주”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카테고리의 맥주 소비가 늘고 있어 이들에게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하고자 밀맥주 신제품을 선보였다”면서 “‘카스 화이트’를 앞세워 가정시장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밀맥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환으로 오비맥주는 지난해 4월 유명 팝아트 작가 홍원표와 함께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홍 작가는 MZ세대가 열렬히 환호하는 팝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는 커다란 화이트 캔버스에 MZ세대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라이브 드로잉을 진행했고, 현장의 젊은 관객들은 이 캔버스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으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 4월 초에는 서울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함께한 팝업 전시회도 운영했다. ‘카스 화이트’를 오감(五感)으로 느껴보자는 취지의 이벤트다. 그러면서 MZ세대에 인기 있는 ‘조던1×디올’, ‘나이키×티파니 앤 코’ 시리즈 등 한정판 스니커즈 10족을 전시해놨다.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지올팍이나 키드밀리 같은 아티스트도 불러 이벤트를 더욱 화려하게 장식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관련태그
밀맥주  곰표밀맥주  카스 화이트  바이에른  호가든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