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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속 소비자 ‘이중고’ 부추기는 상품들

운전면허 학원비‧결혼식 비용‧반려견 용품비 등 ‘울며 겨자 먹기’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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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5호 한원석⁄ 2023.09.07 16:01:25

운전면허 학원비가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속도로 올라 운전면허를 따려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운전면허 시험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소비자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한동안 2%로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은 8월 들어 폭염·폭우 등 영향으로 과일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달 보다 1.1%p 상승해 약 2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품목에서 ‘바가지 요금’이 횡행해 소비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면허 학원비, 결혼식 비용, 반려견 진료비 등 우리 주변에서 비싸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품목들을 살펴본다.

초보자, 운전면허 따려면 사실상 ‘학원’ 외길… 수강료, 물가상승률보다 약 10배 ↑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선 우선 간단한 신체검사를 거친 이후 필기, 장내 기능, 도로주행 등의 시험을 순서대로 합격해야 가능하다. 운전면허 취득 방법은 모든 절차를 도로교통공단 시험장에서 밟는 것과 운전전문학원 등을 거쳐 교육·시험을 치르는 경우의 크게 두 가지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시험장에선 운전전문학원과는 달리 면허 취득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나 강의를 진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단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루는 응시자는 주로 운전 경력이 있는 면허 취소자 등이다.

초보자들은 거의 대부분 수업과 시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운전전문학원을 선택한다. 생애 처음으로 면허 취득에 도전하는 응시자들은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어 비용을 지불하고 학원에 가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면허 소지자는 모두 3413만여 명이다. △2016년 3119만 명 △2017년 3167만 명 △2018년 3216만 명 △2019년 3265만 명 △2020년 3319만 명 △2021년 3373만 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운전전문학원의 수강료는 날로 높아져 응시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운전면허 소지자가 늘어남에 따라 운전전문학원 수요도 늘어나면서 수강료 역시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운전전문학원의 전국 평균 수강료는 2015년 39만5000원 수준이었으나 2017년 54만3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2016년 말 면허 취득 절차가 개편되면서 수강료도 상승한 것이다. 2017년 이후에도 수강료 상승은 계속돼 2021년 1분기의 경우 64만 원까지 치솟았다.

‘모바일 신분증’ 도입 1주년을 맞아 8월 9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출국장에서 시민들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도 운전전문학원의 수강료 인상 폭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21년 1분기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총지수는 106.88(2015=100)로 6.88% 오른데 비해, 같은 기간 운전전문학원 수강료는 65.72%나 급등했다. 이는 소비자물가 인상률과 비교하면 운전전문학원의 수강료가 약 10배 가까이 올랐다는 의미다.

운전전문학원의 수강료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이 71만1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대구의 경우 46만6000원으로 가장 낮아 지역별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종업계 대비 영업이익율도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서 최신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는 운전전문학원 10개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동종업계인 교육서비스업 영업이익율이 4.2% 수준인 반면 운전전문학원 10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21.1%로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스크린 운전학원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한 스크린 운전학원 프랜차이즈는 전국에 70여 개 연습장이 있을 만큼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전문 운전면허학원과 달리 이곳에서 시험은 볼 수 없지만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2종 보통’ 기준으로 기능·주행 연습 무제한은 44만 원. 대학생이거나 등록 동반 할인 등을 적용하면 40만 원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스크린 운전면허학원이 많아지고 시뮬레이션 연습만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사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는 ‘운전학원 등과 유사한 명칭으로 실내 운전연습장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게임과 같이 시뮬레이션으로 운전을 연습하기 때문에 실제 운전 감각을 습득하지 못하고 사고를 내는 일이 많다고 주장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시뮬레이션 학원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나라 운전면허가 하루 반나절이면 딸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제도이기 때문”이라며 “학원들의 문제가 아닌 시험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직격타에 예식장 폐업… 공급 줄고 수요 늘며 ‘바가지’

 

서울시와 NGO(비정부기구)인 그린웨딩포럼이 운영하는 한 결혼식장 모습. 사진=서울시, 그린웨딩포럼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품목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결혼 비용’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신혼집을 구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결혼식 관련 비용을 말한다.

예비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을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결혼식에 드는 비용이라 ‘바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싼데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어 예비부부들의 원성을 받고 있다. 여기에 엔데믹 이후 결혼식 수요가 급증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 예식장이 폐업하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예식장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예식장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을 상대로 예식비뿐만 아니라 과도한 부대비용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결혼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은 평균 약 2억9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 401명, 여 5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결혼에 쓴 비용이 평균 2억8739만 원이라고 답변했다.

항목별로는 주택 구입 내지 전세 비용이 2억4019만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혼수 1471만 원 △예식홀 971만 원 △예단 789만 원 △예물 717만 원 △신혼여행 379만 원 △결혼패키지(스‧드‧메) 307만 원 △이바지 86만 원으로 나타났다. 신혼집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 결혼식을 위한 비용만 약 4700여만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문 닫은 예식장이 많아 수요가 몰리면서 웨딩 업계에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4월 전국 933곳에 달했던 예식장 수는 올해 4월 736곳으로 약 2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는 5만3964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9%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분기(5만8280건) 이후 3년 만에 5만 건 이상을 회복한 수치다.

여기에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예식장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관료는 평균 100여만 원, 식대도 1인당 5000원~1만 원 가량 올랐다는 게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기본 식사 인원도 최소 100명 이상을 요구하는 등의 조건도 붙었다. 호텔 예식 비용의 경우 식대는 최소 1인당 1만 원 이상, 꽃장식 등 비용도 200만 원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웨딩 업체들이 예비부부에게 계산서에 포함돼 있지 않은 드레스를 입어보는 ‘피팅비’, 예식 진행 때 신랑 신부의 옷매무새를 고쳐주며 진행을 돕는 ‘헬퍼비’ 등을 따로 요구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이어서 화가 나지만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게 최근 결혼식을 겪은 예비부부들의 말이다.

반려동물 관련 지출 월평균 15만원… “공적 기관 가격 모니터링 필요”
 

서울 뚝섬한강공원에 개장한 반려견 수영장에서 강아지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료부터 각종 용품 등 구비해야 할 것이 많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올해 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5000명 가운데 반려동물 양육자는 1272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월 평균 반려동물 양육비용에 대해 물어본 결과, 병원비를 포함해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약 15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1년 조사보다 약 3만 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처음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병원이며 애견샵이며 다니다 보면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한다. 간식이나 사료는 물론, 입는 것, 자는 곳을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반려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반려동물 관련 물품의 가격은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 관련 용품에 낀 가격 거품을 의미하는 ‘펫택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펫택스는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펫(Pet)’과 세금을 의미하는 ‘택스(Tax)’를 합한 말로 같은 제품이라도 반려동물용은 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런 반려동물 관련 물품의 높은 가격은 취약계층에겐 부담이 된다. 서울시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 604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애로사항 1·2 순위가 모두 병원비, 사료 및 간식비 등 비용 지출과 관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반려동물 양육 비용을 위해 생활비를 줄인다는 양육자들이 37.7%에 달했다. 이어 △신용카드로 앞당겨 처리한다(22.7%) △돈을 빌린다(7.8%) 순이었다. 심지어 치료를 포기했었다는 응답도 4.5%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8월 낸 ‘반려동물 관련 용품 시장의 소비자 지향성이 소비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려동물 관련 용품은 식품, 의류, 장난감 등 그 종류와 범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가격을 비교하기 쉽지 않고, 구매 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면서 “반려동물 관련 용품의 필수 정보 등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지속해서 관측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서도 가격 적정성에 관한 공적 기관의 상시 모니터링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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