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9.12 10:35:08
2021년 9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던 기준금리의 인상폭이 둔화되고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며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거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부동산 시장 저점 찍어… 부동산 거래 점차 회복세
NH투자증권은 최근 펴낸 ‘2023 상업용 부동산 시장동향 및 전망: 위기와 기회의 동상이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약세장이었지만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과 서울 상업용 부동산의 매매 거래규모는 전국 13조762억 원, 서울 5조705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약 40%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 또한 감소해 상반기 거래량은 전국 6310건, 서울 66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0%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전국과 서울의 토지 평당 매매단가도 전년 동기(2100만 원, 8600만 원) 및 전반기(1800만 원, 9300만 원) 대비 하락한 각각 1700만 원과 8400만 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지난 1월 최저점을 찍은 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국 상업용 부동산 총 매매금액과 매매거래량이 올해 1월 최저수치(매매거래량 686건, 총 매매금액 1조2110억 원)를 기록한 이후 점차 증가세를 보이며, 3월 거래량과 4월 거래액이 각각 1210건, 3조3417억 원으로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며 올해 6월 거래량은 최고치를 기록한 3월에 조금 못 미치는 1190건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상업용 부동산 총 매매금액과 매매거래량도 전국과 마찬가지로 올해 1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부동산 거래량은 5월 148건, 매매금액은 4월 1조4510억 원으로 상반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구별 거래량과 총 매매금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강남구가 거래량 90건, 총 매매금액 1조318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구가 거래량 69건, 총 매매금액 9780억 원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거래량은 종로구와 마포구가, 총 매매금액 기준으로는 서초구와 송파구가 각각 3, 4위로 집계됐다.
한편 서울시 상업용 부동산의 토지 평단가를 구별로 살펴봤을 때 강남구가 1억5770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구(1억1590만 원)와 성동구(1억580만 원) 순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1억80만 원)는 4순위에 올랐고 송파구는 용산구(9180만 원)과 마포구(8940만 원), 종로구(8350만 원)의 뒤를 이은 7320만 원의 평단가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시 상업용 부동산은 부동산 규모(매매금액)가 커질수록 평당 매매단가 또한 커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가장 많이 선호되는 50억~100억 미만 건물은 평당 1억4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용적률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용도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돼 중심 상업지는 2억1000만 원 수준, 일반적으로 많이 선호되는 일반상업지역의 평당 매매단가는 1억2000만 원, 그리고 3종 일반주거지역은 평당 9100만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임대수익률 측면에서 서울시 상업용 부동산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1년) 합계 수익률은 각각 오피스가 3.74%, 중대형 상가는 2.46%, 소규모 상가는 1.7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분기별 공실률은 점차 감소해 올해 2분기 공실률은 오피스가 8.4%, 중대형 상가 6.2%, 소규모 상가는 5.8%로 소규모 상가의 경우 자연공실률인 5%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위기와 기회 상존
올해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해 NH투자증권은 위기와 기회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이 위기 요인으로 보고 있는 2가지 요소로 불확실성이 높은 기준금리 및 오피스매매지표와 국내총생산(GDP) 간의 갭을 꼽았다.
먼저 현재의 한은 기준 금리가 정점에 올랐다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으나, 금리의 인하 시점과 관련해 시장 컨센서스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체율이 급등하며 야기된 역레버리지의 발생, 실질 수익률 하락 등이 투자와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금리 인하 시그널 이후에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오피스매매지표와 GDP간의 간극 측면에서 경기 대비 자산 가격 격차가 큰 차이로 벌어진 것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라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오피스 매매가격지수는 GDP와 함께 우상향 하는 모습을 그리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매매가격지수 상승폭이 GDP 상승폭을 뛰어넘었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가 시작된 2019년 이후 매매가격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GDP와의 격차가 극대화됐다. 2022년 2분기 이후 매매가격지수가 하락국면을 맞으며 GDP와의 간격을 좁히는 듯 했지만 금리 인상 추이에도 현재까지 양자의 갭 감소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NH투자증권은 2020년 이후 서울시 오피스 임대료의 지속적 상승과 전국 상업용 부동산의 인허가와 착공 감소를 긍정적 기회 요인으로 보았다.
2020년 이후 서울시 오피스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강남권역(GBD)과 여의도권역(YBD)은 코로나 19로 인한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오피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기준 m²당 임대료는 도심권역(CBD)는 3만1000원, 강남권역(GBD) 2만9000원, 여의도권역(YBD)은 2만7000원으로 모두 2020년 1분기 대비 상승했다.
또한 전국 상업용 부동산의 인허가와 착공은 2021년 상반기 이후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공급 부족은 매매가격 상승의 신호탄으로 작용한다. 올해 상반기 인허가 연면적은 1752만m²로 가장 면적이 컸던 2021년 하반기의 69% 수준이고, 인허가 물량 역시 3만 동으로 2021년 상반기 물량의 71% 수준에 그쳤다.
또한 착공 연면적은 973만m²로 2021년 하반기의 54% 수준에 불과하며, 착공 물량 역시 2만 동으로 2021년 하반기 대비 8000동이 감소했다.
한남동·성수동·신용산·신당동 상권 성장성 기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2024년 상반기 이후부터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NH투자증권은 봤다. 현재는 금리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데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희망 매매가격 온도차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매가격의 급격한 상승기와 달리 현재는 가격 하락 심리가 우위에 있는 만큼 현 시점부터 지역 선정과 시장분석, 다양한 매물 검토 등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매입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언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라 대출 비율을 낮추는 것이 유리하므로 저금리 시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기준 적정수준이던 50~70%를 현재는 LTV 50% 이하로 가져갈 것을 권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앞으로 유망한 상권으로 한남동, 성수동, 신용산, 신당동 4개 지역을 꼽았다.
한남동을 유망 상권으로 꼽은 이유에 대해 NH투자증권은 현재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에 있는 명품거리, 일명 ‘꼼데가르송 거리’를 중심으로 상권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고 향후 한남뉴타운 개발에 따라 상권 확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각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수동은 크게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의 골목상권(연무장길 상권)과 서울숲 주변(아뜰리에길 상권)이 대표적인 상권으로 꼽힌다. 특히 상업‧업무‧주거가 공존하는 주 7일 상권으로 용도지역이 준공업지역으로, IT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 지구단위계획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 안정성과 성장성이 모두 큰 곳으로 분석했다.
신용산은 신용산역부터 삼각지역 일대 골목에 형성된 용리단길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BTS 소속사인 하이브 사옥 등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직장인 유동 인구가, 주말에는 MZ세대 유동인구가 많아지며 성수동과 같은 주7일 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어 임대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신당동은 신당역 1번 출구부터 서울중앙시장 사이에 있는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이제 막 상권이 형성되는 단계다. 따라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고 SNS에서 ‘힙당동’으로 유명해지고 있는 까닭에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임대수익과 매각차익 모두 기대되는 지역으로 분석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