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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축제의 세상①] 백화점, ‘예술 축제’의 공간이 되다

오프라인 매장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콘텐츠로 고객 발걸음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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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7호 김금영⁄ 2023.09.26 11:09:53

코로나19 사태로 오랜 기간 열리지 못했던 축제가 올해 본격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다시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유통가는 작품 이미지로 백화점 내·외부를 꾸미고, 다양한 전시를 열며, 드로잉 퍼포먼스를 전개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예술 축제의 장’을 마련해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예술 중심 VM’ 전개하는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에 미국 출신 작가 앤디 리멘터의 작품 이미지가 눈에 띈다. 사진=김금영 기자

백화점에 다다르자 문에 붙어 있는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상의 이미지가 바로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내부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이미지들은 흑발부터 금발, 갈색 머리에 정장, 캐주얼한 옷차림 등을 갖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들은 때로는 화분을 들고 있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을 하는 등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평범해 보이는 일상은 무언가 색다른 일이 일어날 듯 특별해 보이기도 했다. 이곳은 바로 롯데백화점 본점 현장이었다.

백화점들이 예술의 물결에 휩싸였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여러 번 셧다운 사태를 겪은 백화점들의 거대한 오프라인 점포는 짐이 됐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밖으로 향하며 다시 유통의 꽃이 됐다. 실제로 2021년 2월 26일 개점한 더현대 서울의 누적 방문객은 2년 반 만에 1억 명을 넘어섰다. 흥행 요인 중 하나는 오프라인에서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인데, 예술도 이중 하나다.

롯데백화점 본점 한 매장에 앤디 리멘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이 설치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백화점들은 새로운 시즌마다 공간의 매력을 더욱 살릴 수 있는 분위기로 탈바꿈하는데, 롯데백화점은 올해 가을, 예술작품을 활용한 시즌 VM(Visual Merchandising, 시각판촉)을 내세웠다. 테마는 ‘보통의 우리에게’로 평범하지만 특별할 수 있고, 특별하지만 평범할 수 있는 일상 속 아름다움을 표현한 아티스트 3명(앤디 리멘터, 아방, 카아민)의 예술작품을 활용해 11월 2일까지 백화점 내·외부를 연출한다.

기자가 찾았던 본점을 비롯해 잠실점, 대구점, 광주점 등 14개 점포는 일상과 정물을 소재로 단순하면서 강렬한 색채를 표현하는 미국 출신 작가 ‘앤디 리멘터’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도시에서 일상을 사는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특유의 스타일로 그려낸 예술작품들이 매장 곳곳을 장식한다.

본점의 경우 층을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 쪽에 이미지를 크게 배치했고, 일부 매장 앞쪽엔 영상 이미지를 설치해 매장과 작품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데 신경을 썼다. 이에 쇼핑하러 매장을 찾았다가 자연스럽게 영상을 관람하는 고객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엔 앤디 리멘터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부산본점, 인천점, 영등포점 등 10개 점포는 본인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당당함에 집중하고 일상을 낭만적이고 위트있게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하는 ‘아방’의 작품으로 연출된다. 동탄점, 청량리점, 대전점 등 10개 점포는 34만 구독자 유튜버이자 인플루언서 작가인 ‘카아민’과 협업한 작품으로 꾸며진다. 카아민은 주로 유화를 활용해 인물을 비롯해 현실 속 대상을 묘사하는데, 다양한 색채를 통해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표현하며 섬세하면서도 강한 붓질로 고요함과 동시에 생동감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이렇게 여러 명의 아티스트와 동시에 시즌 VM을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고객의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의 테마 ‘보통의 우리에게’를 정하고, 세 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각기 다른 점포에서 서로 다른 작품을 통해 VM을 연출했다”며 “최근 예술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성장하며 대중화되는 점을 고려해 고객이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가을, 예술작품을 활용한 시즌 VM(Visual Merchandising, 시각판촉)을 내세웠다. 사진은 앤디 리멘터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롯데백화점은 이번 VM에서 전시 콘텐츠에 힘을 줬다. 잠실 롯데월드몰 2층 넥스트 뮤지엄에 앤디 리멘터의 개인전 ‘디스 이즈 앤디 리멘터(This is Andy Rementer)’를 8월 18일~10월 1일 열었다. 8월 18일 전시 오프닝엔 앤디 리멘터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전시는 유화, 색연필 등을 활용한 신작 위주로 ‘일상의 행복’이라는 주제를 3가지 섹션으로 보여줬다. 앤디 리멘터 특유의 뚱한 표정과 원색의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회화와 조각, 판화 등 180여 점의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방의 전시는 9월 7~27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9층 엘아레나 광장에서, 카아민의 전시회는 9월 6일~10월 9일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 갤러리에서 진행돼 고객을 만난다. 이밖에 롯데백화점은 아티스트들의 원작 경품 행사 등을 진행하며 아트 콘텐츠를 활용한 이벤트로 고객의 관심을 백화점으로 이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일상 속 순간, 감정, 표정 등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포착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예술작품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공감과 잔잔한 응원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각기 다른 롯데백화점에서 서로 다른 작품을 활용한 시즌 VM과 다양한 점포에서 전시를 즐기며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의 다양성’ 내세운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 갤러리H에서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전시를 고객들이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또한 여러 점포를 활용해 꾸준히 전시를 열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거장 작가부터 대중성이 강한 코스튬까지 전시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8월 31일~9월 13일 무역센터점 11층 갤러리H에서 ‘한국현대미술의 거장-단색화전’을 열고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김창열, 윤형근 등 한국 현대미술계에 획을 그은 6인의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소개했다.

9월 10일까지는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에서 ‘슈퍼콜렉터전’을 열고 뉴욕 입실론 갤러리와 함께 세계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슈퍼콜렉터들이 주목하는 현대미술 작품 총 44점을 전시했다. 전시는 조지 콘도, 요시토모 나라, 사이 톰블리, 엘즈워스 켈리 등 해외 유명 작가 12명과 이건용, 전광영, 이강소, 오세열 등 국내 작가 15명의 작품을 소개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에서 열린 '슈퍼콜렉터전'에 고객들이 김종학 작가의 '설악폭포'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판교점 9층엔 이랜드뮤지엄이 보유한 50여 만 점의 소장품 중 미국 대표 히어로물 영화 촬영 당시 사용됐던 코스튬을 공개하는 ‘트래블 위드 슈퍼 히어로즈’전이 9월 1~17일 열려 히어로물 마니아층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더현대 서울 6층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에서는 9월 22일~10월 15일 한국 현대미술 거장 6인의 ‘아름다운 선물전’을 연다.

더현대 서울 6층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에서 진행되는 한국 현대미술 거장 6인의 '아름다운 선물전'에서 고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알트원은 현대백화점의 대표적인 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6층에 약 350평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알트원은 개관전으로 대규모 회고전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을 열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고, 오감을 자극하는 ‘비욘더로드’전과 포르투갈 사직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국내 첫 개인전 등 수준 높은 전시를 잇달아 선보이며 오픈한 지 2년 만에 누적 방문객 6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이번 ‘아름다운 선물전’은 이우환, 박석원, 김강용, 강형구, 이이남, 박서보 작가의 100여 점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다. 여기에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배우 김희선이 전시 콘텐츠 디렉터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드로잉 퍼포먼스’ 집중하는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곳곳에 안드레 사라이바의 아트워크가 설치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최근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한국의 미’를 주제로 라운지를 설치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신세계백화점은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안드레 사라이바’와 아트 마케팅을 전개하며 예술 축제의 장을 매장에서도 이어갔다.

안드레 사라이바는 파리와 뉴욕 등을 오가며 도시 벽면과 공공장소에 그래피티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미스터 에이(Mr.A)’라는 캐릭터를 창조해 현대 스트리트 아트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을 받는다. 샤넬, 루이비통, 나이키, 아디다스 등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1층 S가든에 안드레 사라이바의 작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포토존이 설치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9월 27일까지 ‘신세계 러브스 안드레(SHINSEGAE LOVES ANDRE)’를 주제로 진행한 이번 행사는 점포 연출과 쇼핑백, 사은품까지 고객이 접하는 모든 것을 안드레 사라이바의 대표 캐릭터 미스터 에이를 모티브로 꾸몄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매장 입구부터 안드레 사라이바의 아트워크가 가득했다. 1층의 경우 벽면에도 핑크빛 아트워크가 채워져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디테일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백화점 전 매장의 상품 및 가격 정보를 적은 게시물에도 안드레 사라이바의 작품 이미지를 넣어 통일성을 갖췄다. 또한 엘리베이터홀, 멤버스바 등 고객이 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안드레 사라이바의 아트워크로 채워졌다.

안드레 사라이바는 9월 28~29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해 신세계 고객을 위한 드로잉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11층 S가든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선선해진 날씨로 야외 공원에서 휴식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기에 안드레 사라이바의 작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포토존이 설치됐다.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며 여유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강남점을 비롯해 본점, 센텀시티점, 대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 경기점 등 주요 점포는 스트리트 아트를 즐기는 MZ를 위한 팝업 전시와 포토존을 마련했다. 경기점 10층 S가든, 센텀시티점지하 2층 중앙광장 등에서도 안드레 사라이바의 아트워크 장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드로잉쇼로, 신세계백화점은 퍼포먼스적인 측면에 신경을 기울였다. 안드레 사라이바는 9월 28~29일 강남점을 방문해 신세계 고객을 위한 드로잉 퍼포먼스를 벌였다. 퍼포먼스는 1층 더스테이지에서 오후 2시부터 50분 동안 진행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벤 레노비츠의 라이브 페인팅 팝업스토어를 강남점(10월 4일, 6~8일), 본점(10월 13~16일), 센텀시티점(10월 19~22일)에 선보인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안드레 사라이바에 이어 뉴욕 출신의 반려동물 초상화 전문 아티스트 ‘벤 레노비츠’도 신세계백화점을 찾아 직접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고객에게 보여주며 관심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벤 레노비츠의 라이브 페인팅 팝업스토어를 강남점(10월 4일, 6~8일), 본점(10월 13~16일), 센텀시티점(10월 19~22일)에 선보인다.

카드보드지에 흑연과 아크릴 물감으로 팝아트 스타일의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벤 레노비츠는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고객에게 초상화를 그려줄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카카오톡 공식 채널을 통해 예약을 받고, 예약이 마감됐을 경우 라이브 페인팅 참여는 불가하지만, 현장 접수 후 작품을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예약 고객은 반려동물의 사진 3~4장과 영문 이름을 준비해 방문하면 되고, 라이브 드로잉 20분을 포함해 최대 1시간이면 작품 수령도 가능하다. 작품 가격은 40만 원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과 차별화 마케팅으로 업계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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