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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①] 통신 3사, ‘마지막 아날로그의 땅’ 화물운송 시장서 격돌

화주·주선사·차주 연결하는 플랫폼 개발에 집중…“물류 혁신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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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8호 김금영⁄ 2023.10.19 13:53:00

이동통신 3사가 디지털 혁신의 새 시장으로 화물운송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LG유플러스가 10월 18일 출시한 '화물잇고' 관련 이미지. 사진=LG유플러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전통적인 산업구조를 뒤엎는 ‘디지털 전환(DX)’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 살아남기 위해 제품 개선 위주의 경쟁이 일순위였다면, 이젠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에 기반한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이 승부의 관건이 된 것. 이동통신 시장 또한 디지털 혁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37조 원 육박하는 미들마일 시장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미들마일(중간물류) 시장의 규모는 37조 원에 육박한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동통신 3사가 주목한 디지털 혁신의 새 먹거리 시장은 화물운송 분야다. 현재 B2B(기업간 거래) 운송 시장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수거하는 단계인 ‘퍼스트 마일’ △판매자로부터 물류센터까지의 운송을 맡는 ‘미들마일’ △최종 고객에게 배송하는 단계인 ‘라스트 마일’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이동통신 업계는 특히 미들마일(중간물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미들마일 시장은 37조 원 규모로 라스트마일 시장보다 약 5배나 크다. 이처럼 거대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미들마일 시장은 ‘마지막 아날로그의 땅’이라 불릴 만큼 디지털화가 유독 더디다.

이는 미들마일이 퍼스트마일, 라스트마일 대비 운송차의 크기와 종류, 상하차 방법 등 상황에 맞춰 지정해야 하는 운송 옵션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한 화물 주인인 화주(기업), 화물차 주인(차주), 차주와 화주를 연결하는 주선사업자까지 각각의 이해관계가 얽혀 협의 조건이 까다롭고 복잡한 것 또한 디지털 전환으로의 장애물로 꼽혀 왔다. 이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주선사업자의 중개가 관습처럼 행해져 왔다.

이로 인해 게시판 수준의 화물 정보망, 전화 접수 및 운송장 수기 작성, 프로세스 없는 배차 시스템 등 영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배차 오류, 화-차주간 분쟁, 정산 지연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은 디지털 기술이 파고들 여지가 큰 물류업계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특히 통신사는 화물운송에 필요한 통신 네트워크와 전국단위 영업조직, 서비스 운영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향후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차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선발주자의 저력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중간 물류 스타트업 와이엘피(YLP)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중간물류 스타트업 와이엘피(YLP)를 자회사로 인수해 와이엘피가 수년간 쌓은 운송 데이터와 티맵이 보유한 플랫폼 노하우 및 운송 경로 최적화 기술을 접목하는 방법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올해 2월 출시한 ‘티맵화물’ 서비스는 플랫폼 고도화 작업의 일환이다. 화물 운송에 필요한 견적·접수·배차·정산 서비스를 통합했다. 화물 운송을 원하는 고객사는 티맵화물에서 실시간으로 운임 요금을 확인해 자신에게 적합한 차주를 찾고, 배차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운송 빅데이터와 기상 상황, 전국 화물차 수요·공급을 분석한 ‘최적 운임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티맵모빌리티 모델이 지난해 12월 '티맵화물'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 진행에 맞춰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티맵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티맵 화물의 최초 배차 성공률은 94%로, 고객사가 최종 배차를 받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이로 인한 재이용률도 90% 이상으로 높다. 티맵모빌리티의 화물 사업 부문 매출은 2021년 6월 기준 239억 원, 2022년 기준 1360억 원을 달성했는데, 2026년까지 화물 분야에서만 최소 1조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KT ‘롤랩’…AI 기반한 매칭 플랫폼 ‘브로캐리’

차주가 브로캐리 스마트폰으로 '브로캐리 2.0'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KT

KT는 AI를 앞세웠다. 2021년 KT는 디지털 물류 자회사 ‘롤랩’을 세우고 AI에 기반한 화주·차주 실시간 매칭 플랫폼 ‘브로캐리’를 지난해 5월 출시했다. 브로캐리는 AI 추천요금, 익일결제, 책임운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출시 1년 만에 차주 회원 1만 명을 돌파하고, 160개 이상 중대형 화주를 확보했다. 특히 화주들이 궁금해하는 화물 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호응에 힘입어 KT는 올해 4월엔 업그레이드 버전 ‘브로캐리 2.0’을 선보였다. 브로캐리 2.0을 통해 화주는 KT AI 기술에 기반한 ‘운송관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T가 자체 보유한 지리정보시스템(GIS)과 내비게이션 기술로 수집한 실시간 위치정보와 교통정보에 AI가 학습한 이력 데이터를 결합해 현재 화물에 대한 정확한 배송정보를 비롯해 도착 예상 시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편도 화물 외 기존에 수기로 진행하던 경유 왕복화물까지 브로캐리 2.0에서 편리하게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다.

또한 차주는 선호하는 지역과 이동경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최적 ‘화물 추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차량 종류, 높이 등 정보와 연계한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어 맞춤형 일감을 확보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송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KT는 싱가포르의 공공 우편·물류 기업인 싱포스트와 AI 기반의 운송 최적화 사업을 추진하고 디지털 물류 신사업모델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은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KT AI모빌리티사업단장 최강림 상무(왼쪽)와 싱포스트 에릭 여 부사장. 사진=KT

아울러 롤랩은 물류 현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화주들에게 전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롤랩은 브로캐리 2.0과 함께 KT의 AI 운송 최적화 플랫폼인 ‘리스포(Logistics Intelligence Suite for Fleet Optimization, LISFO)’도 활용해 화주별로 다양한 조건을 고려한 최적 운영 방안과 단가를 제시한다.

양사는 축적된 운송 데이터를 분석해 물량 안내 및 배차를 위한 AI 음성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브로캐리 고도화와 함께 물류 시장의 디지털화를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거둔 브로캐리 관련 매출 750억 원을 올해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9월엔 국내 디지털 물류사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의 공공 우편·물류 기업인 싱포스트와 AI 기반의 운송 최적화 사업을 추진하고 디지털 물류 신사업모델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했다. 싱포스트는 급성장 중인 이커머스 시장 잠재력을 고려해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으며, KT와의 전략적 협력으로 KT AI·빅데이터,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물류 산업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화물잇고’…자체 개발한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

LG유플러스가 스마트 배차∙실시간 관제∙화물차 전용 내비∙빠른 정산을 지원하는 화물운송 중개 DX플랫폼 '화물잇고'를 출시했다. 사진=LG유플러스 

마지막 주자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화물운송을 의뢰받아 차량을 배차하는 주선사와 화물을 운송하는 차주를 매칭시켜주는 화물운송 중개 DX플랫폼 ‘화물잇고’를 10월 18일 출시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미들마일 시장의 충족되지 않은 디지털 니즈에 주목하고, 그동안 B2B 시장에서 쌓아온 오랜 DX 역량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차주들을 위한 ‘화물차 포탈 서비스’인 동시에 주선사를 위한 ‘강력한 DX 플랫폼’으로 포지셔닝 한다는 방침이다.

화물잇고는 화물 접수부터 배차, 운송, 정산, 거래처 관리 등 화물 중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플랫폼 안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주선사가 전용 웹을 통해 화물을 등록하면 차주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원하는 화물을 직접 선택하는 구조로, 주선사와 차주 사이에서 적정 화물 매칭·빠른 배차를 제공하는 일종의 스마트 배차 서비스다.

특히 LG유플러스가 내세운 차별점은 자체 개발한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이다. 지오펜싱(사용자의 위치를 분석해 특정 위치에 도착하거나 벗어나는 것을 알려줄 때 사용되는 기술) 기술이 적용된 실시간 내비를 통해 유턴 불가 구간, 좁은 길 회피, 터널/교량 높이 제한을 고려한 최적의 화물 길을 제안하고 물류센터 내 정확한 상/하차지의 위치까지도 알려준다. 이로 인해 차주는 불필요한 운행 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물잇고'는 서비스 실증 과정을 위해 강동물류, 디버 등 기존 시장의 전통적 사업 강자들과도 손을 잡았다. (왼쪽부터) 신한카드 안우경본부장, 강동물류 최승락회장, 디버 장승래 대표, LG유플러스 임장혁 그룹장. 사진=LG유플러스

서비스 실증 과정을 위해 강동물류, 디버 등 기존 시장의 전통적 사업 강자들과도 손을 잡았다. 700여 대의 운송 차량과 매출 300억 원 이상 규모로 상위 5%에 속하는 화물 운송 중개 기업인 강동물류, 라스트마일 디지털물류 스타트업인 디버는 화물잇고의 플랫폼 파트너로서 고객 확보 영역과 운송 최적화 영역을 지원한다. 안전하고 빠른 정산을 위해 신한카드와도 손을 잡았다. 신한카드와 함께 화물 운송료 전용 결제카드를 출시해, 주선사에게 당장 현금이 없거나 화주가 정산하기 전이라도 차주가 운임료를 먼저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능성이 큰 시장을 두고 거센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LG유플러스는 화물잇고 출시 초기에는 고객에게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자 부담을 줄이고 플랫폼 이용률을 높여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빠르게 성장시켜 3년 내 1500억 원 이상 매출 규모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 측은 “아날로그 화물시장의 비효율과 정보 비대칭을 개선해 고객에게 택배 수준의 편의성과 신뢰로 화물 시장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3대 통신사 수장…디지털 전환 혁신 키워드로 ‘AI·플랫폼’ 강조

8월 30일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가 첫 대외 행보에서 강조한 것은 '반성', 그리고 '디지털 생테계 주도권 확보'였다. 사진=KT

기존 통신 사업에 의지하던 기조에서 벗어난, 디지털 전환을 위한 혁신 의지는 3대 통신사 수장을 통해서도 강조되고 있다. 이 일환으로 AI, 플랫폼 등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8월 30일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가 첫 대외 행보에서 강조한 것은 ‘반성’, 그리고 ‘디지털 생태계 주도권 확보’였다.

9월 7일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서 김 대표는 “지금까지 텔코(Telco: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연결은 IT(정보기술)를 포함해 최근 화두가 되는 AI, 클라우드, 로봇, 메타버스 등 모든 신규 기술의 근간이 됐지만, 통신은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그 가치가 쉽게 잊히고 있다”며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독점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데 만족하는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텔코가 구축한 인프라에 메신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놓아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한 강제혁신에 처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클라우드, AI, 자율주행 등 빅테크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대등한 IT 역량을 축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며 “차세대 네트워크와 새로운 ICT를 바탕으로 한 다각적인 협력으로 미래 디지털 사회의 패러다임을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통신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사업전환을 선언하고, 오는 2027년까지 비통신사업 부문 매출 비중을 2021년 대비 2배 수준인 4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역시 통신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사업전환을 선언하고, 오는 2027년까지 비통신사업 부문 매출 비중을 2021년 대비 2배 수준인 4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LG유플러스 기업가치 목표치는 12조 원이다.

지난해 9월 열린 간담회에서 황 대표는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한 차원 높은 고객경험 혁신이 가능하다”며 “통신이 고객의 시간을 많이 점유하는 서비스인 것은 맞지만, 고객을 이해하는 기회를 크고 작은 플랫폼 회사에 빼앗겨서 새로운 활로를 못 찾는 상황을 새삼 깨달았다”고 짚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황 대표는 기존 사업의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U+3.0’을 내세우면서 “본업인 통신은 디지털화를 추진해 가입·개통·CS 등 온라인 고객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고객이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루틴·구독 서비스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실행 전략으로 AI·데이터 기술의 내재화와 유연한 조직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9월 26일 SK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있는 AI 혁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해 시대의 대전환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올 초 신년사에서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어 9월 열린 간담회에서도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K텔레콤의 AI 피라미드 전략은 자사의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으로, 새로운 산업 혁신을 만들어 줄 주체이면서 SK텔레콤의 지향점인 ‘글로벌 AI 컴퍼니’까지 실현시켜 줄 열쇠다.

유 사장은 이를 통해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2019년~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년~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하며, 2028년 매출 25조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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