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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④]시간·발품 없이 앱으로 술 산다… 주류 스마트오더 전성시대

GS리테일 플랫폼 ‘와인25플러스’ 주문율 매년 압도적 상승… 상품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AI 편의점도 오픈… 내년 상반기 중 카카오 ‘선물하기’로 주류 구매 예약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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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8호 김응구⁄ 2023.10.23 14:21:47

GS리테일은 2020년 7월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를 론칭했다. ‘우리동네GS’는 GS리테일의 서비스 전용 앱이다. 사진=GS리테일

디지털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요새 들어 문득 드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애플리케이션이 여기저기 어지럽다. 유용한 것도, 쓸데없는 것도 있다. 몇 개는 삭제했다. 특히, 없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두 개는 두 눈 찔끔 감고 없앴다. 그래도 못 지우는 게 있다.

술 사기 정말 편리한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구매 예약을 하고, 퇴근할 때 집 근처 편의점에서 결제·수령만 하면 된다. 기존대로 소매점에서 사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원하는 걸 얻으려 발품 팔아 매장에 간다. 평일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이것저것 꺼내 살펴본다. 사고 싶었던 게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대략 낭패다. 몇 병만 사도 무게가 상당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집에 도착할 즈음 팔다리가 떨리고 숨이 가쁘다.


위스키가 마시고 싶다. 스마트폰의 앱 하나를 터치한다. 상품 크기가 좀 작게 보여도, 입체적이지 않아도, 누워서 엄지나 검지로 스크롤하며 고른다. 지금 보니 내가 몰랐던 상품도 꽤 많다. 몇몇은 할인가격에 판다. 고른 후 온라인 장바구니에 넣는다. 지금 당장, 아니면 퇴근 후, 혹은 내일이라도 내가 지정한 편의점에서 찾으면 끝이다.

벌써 꽤 많은 시간을 줄였다. 다리가 아프지도 않다. 디지털의 힘이다. 욕구가 만들어낸 기술이다.

 

욕구가 만들어낸 디지털 서비스,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한 고객이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로 구매 예약한 와인을 GS25 매장에서 수령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두어 달 전, 스마트폰에 ‘우리동네GS’ 앱을 깔았다. 지금, 그걸 열었다. 양주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사고 싶은 게 많다. 못 보던 와인도, 맥주도 눈에 띈다. 일단 못 본 척 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리시 위스키를 좋아한다. 그걸 하나 선택했다. 앱 속 장바구니에 담았다. 들어가니 ‘바로 픽업’과 ‘예약 픽업’ 중 고르게 돼 있다. 근무 중이니 지금 바로 가져갈 순 없다. 예약 픽업을 터치하니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해놓았다. 퇴근 시간에 맞춰 7시로 정했다. 그다음은 결제 순서. 가격은 1만2500원이다. 바로 밑에 빨간색 숫자로 1250원이 표기돼 있다. 가만 보니 10% 할인이란다. 그래서 총 결제 금액은 1만1250원. 이제 그 시간에 찾으러 가 이 금액만 결제하면 된다. 그러면 저 위스키는 내 것이 된다.

스마트오더(smart order). 포털 사이트 ‘ICT 시사상식’에 따르면 ‘스마트폰 또는 기타 스마트 기기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대기시간을 줄이고 고객 회전율을 높일 수 있어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가 아주 좋은 예다. 카운터 앞에서 긴 시간 줄 서지 않아도 돼 소비자 만족도가 월등히 높아졌다. 이후 이 스마트오더 시스템은 다른 커피전문점으로 빠르게 번졌다.

급기야 몇 년 전에는 주류업계에도 등장했다.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는 어찌 보면 일대 혁신이다. 알코올(주류)만큼은 그간 청소년 음주 문제 등으로 정부가 통신판매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주문화의 변화, 소비자 구매방식 변경,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 발전 등으로 이제 주류 판매 규제를 어느 정돈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이에 국세청은 2020년 4월 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을 허용했다.

그렇다고 주류의 통신판매까지 허용한 건 아니다.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술을 미리 주문하고, 이어 내가 지정한 편의점·식당 등에서 결제 후 받는 방식이다.

GS리테일, 2020년 7월 ‘와인25플러스’ 론칭

‘와인25플러스’를 통해 살 수 있는 주류는 와인·맥주·전통주 등 10월 현재 7000개가 넘는다. 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은 지난 2020년 7월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를 론칭했다. 앞서 소개한 ‘우리동네GS’는 GS리테일의 서비스 전용 앱이다. 이것으로 와인25플러스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와인25플러스를 통해 살 수 있는 주류는 와인·맥주·전통주·칵테일·위스키 등 10월 현재 7000개가 넘는다. 2020년 론칭 당시의 250여 개와 비교하면 28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증가 요인으로 GS리테일은 백화점·대형마트 등을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 앱으로 손쉽게 주문하고 동네 GS25에서 구매하는 문화가 크게 확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이 밝힌 와인25플러스의 주문 증가율을 보면 이 말이 더욱 실감난다. 2020년 7월 론칭 후, 2021년은 전년 대비 무려 1300% 신장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48%, 올해 1~9월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2.6% 증가했다.

GS리테일은 특히 서울·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주류 애호가의 구매 편의도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주문 구성비는 서울 29%, 인천·경기 26%, 영남권 19%, 호남권 13%, 충청권 10%, 강원·제주 4% 순으로, 비(非)수도권의 구매 비중이 45%에 달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희귀 주류를 필두로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제품들을 선제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앱으로 주문하고 GS25에서 상품을 찾는 등의 O4O(Online for Offline) 소비문화 확대를 위해 디지털라이제이션(디지털화) 고도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카톡 선물하기’서도 와인25플러스 주류 구매

내년 상반기 중에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와인25플러스’ 채널에서 원하는 주류 상품을 구매 예약할 수 있다. 사진=GS리테일

내년부턴 와인25플러스의 주류를 ‘국민 메신저’ 카톡을 통해서도 살 수 있게 된다.

10월 11일, GS리테일과 카카오가 손을 맞잡았다. 이날 두 회사는 ‘온·오프라인 결합(O4O)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 파트너십을 맺었다. 고객의 혜택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두 회사의 탄탄한 인프라, 데이터 역량,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핵심이다.

가장 먼저 내년 상반기 중 GS리테일의 와인25플러스와 카카오톡의 선물하기를 연계한 서비스가 출시된다. 고객은 카톡 선물하기 내 와인25플러스 채널에서 주류를 구매 예약하고 원하는 날짜에 가까운 GS25·GS더프레시에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GS리테일 입장에선 와인25플러스의 판매 전선이 우리동네GS와 1만7000여 오프라인 매장에서 4800만 명 넘게 사용 중인 플랫폼 카톡으로까지 확대돼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다. 카카오 측은 GS25가 취급하는 7000여 주류로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특히 GS25·GS리프레시 등 GS리테일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오프라인 영역까지 확대된다. 둘 다 윈윈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고 취향에 맞는 주류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와인25플러스의 주류 구매 데이터와 카톡 선물하기가 보유한 카테고리별 추천 노하우를 결합해 상황·관계별 세부 유형에 따라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GS리테일 오진석 플랫폼BU장(부사장)은 “국내 유통시장에 온·오프라인 결합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 커머스와의 제휴 파트너십 체결로 O4O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GS리테일은 이종(異種) 산업과의 상품·마케팅 제휴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고객에게 다양하고 재밌는 쇼핑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품 가지고 나오면 자동 결제… AI 스마트 편의점까지 선보여

GS25가 AI 기반의 스마트 편의점 ‘DX LAB 가산스마트점’을 10월 5일 오픈했다. 스마트폰 QR코드로 입장하고 원하는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편의점이다. 사진=GS리테일

이제 편의점의 발전 속도는 소비자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원하는 상품을 들고나오기만 하면 자동 결제가 되는 곳까지 생겼다.

GS25는 10월 5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편의점 ‘GS25 DX LAB 가산스마트점’을 오픈했다. 스마트폰 정보무늬(QR코드)를 이용해 입장하고, 원하는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결제되는 ‘테이크 앤 고(Take & Go)’ 형태의 편의점이다. 매장 규모는 18평이며, 담배·음료·간편식 등 100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용 방법은 이렇다. GS리테일 전용 앱인 ‘우리동네GS’ 내 QR코드를 출입문에 스캔하며 들어간다. 꼭 QR코드만 이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신용카드나 카카오 QR로도 출입할 수 있다. 원하는 물건을 고른 후에는 그냥 문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AI 기술이 적용된 결제 시스템이 자동으로 결제 처리하고 모바일 영수증까지 보내준다. 원플러스원(1+1), 가격할인 같은 편의점 행사는 모두 자동으로 반영된다. 혹시라도 가져가지 않은 증정품은 우리동네GS의 보관 시스템인 ‘나만의 냉장고’에 즉시 저장된다.

사람은 편하지만 시스템은 바쁘다. 고객이 들어갔다 나가는 그 순간까지 시스템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입장하는 그때부터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기술) AI 카메라 60대가 고객의 행동을 인식하고, 상품 매대별로 장착된 무게 감지 센서 190여 개는 상품 이동 정보를 실시간 수집한다. 이후 클라우드 POS(Point of Sales)가 딥러닝 AI 카메라와 무게 감지 센서의 정보를 통합 분석해 처리하고, 고객의 소비가 종료되는 시점에 어떤 상품을 얼마나 골랐는지 최종 판단한다.

이 기술을 위해 GS25는 한국인터넷진흥원, AI 스타트업 파인더스에이아이와 3자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GS25 뉴컨셉전개팀 손원빈 팀장은 “가산스마트점 구축 투자비를 절반 이하로 혁신한 기술 노하우와 출입 인증부터 자동 결제까지 전 과정을 관장하는 자체 클라우드 POS 구축을 통해 스마트 편의점 전개, 기술 상용화 시점을 대폭 앞당기려 한다”고 말했다.

손원빈 팀장은 이어 “가맹점에는 운영 편의와 효율화를 위한 첨단기술을 보급하고, 고객에겐 새로운 디지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S25, 상품 패키지부터 콘텐츠까지 AI 업무영역 확대

한 고객이 ‘DX LAB 가산스마트점’에서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지난 9월, GS25는 재밌는 시도를 했다. 모르긴 몰라도 MZ세대라면 바로 반응할 만한 콘텐츠다.

GS25는 최근 출시한 ‘심플리쿡떠먹는타코’, ‘제철열무샐러드’, ‘프룻후룻과일젤리’ 등을 AI 기술로 디자인했다. 더불어 이와 관련한 AI 콘텐츠도 만들어 GS25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이들은 디자이너가 상품의 특징을 담은 텍스트와 관련 이미지 파일을 AI 생성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상품 패키지 디자인과 콘텐츠가 추출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GS25는 AI 기술을 이용하면 상품과 가장 잘 맞는 색상, 캐릭터, 디자인을 반영할 수 있고, 특히 AI가 만든 콘텐츠는 고객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심플리쿡떠먹는타코의 콘텐츠는 지난 8월 GS25가 포스팅한 콘텐츠 중 ‘좋아요’ 달성 2위를 기록했다.

GS리테일 이정표 플랫폼마케팅부문장은 “AI 기술을 활용해 상품 패키지 디자인과 홍보 콘텐츠를 선보인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유통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시대를 선언하는 혁신적인 시도”라며 “특히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와의 소통과 공감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가의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겁게, 편하게 받아들여야 할 디지털전환

오늘 퇴근길에는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에 들른다. 그끄저께 주문한 위스키 하나를 찾기 위해서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차 끌고 대형마트나 가야 구경이라도 했던 술이다. 이젠 집 앞 편의점에 슬리퍼 신고 가서 산다.

하나의 제품을 구매할 땐 지갑에서 돈만 꺼내면 되는 게 아니다. 윗도리라도 하나 걸치고 나가야 하고, 거리가 멀면 운전이라는 수고까지 더해야 한다. 디지털은 그 같은 노동력과 소요시간을 줄이거나 없애준다.

굳이 디지털전환을 들먹이고 싶진 않다. 디지털의 노예가 되고 있다 놀려도 어쩔 수 없다. 아직 아날로그 문화에 익숙하지만, 원하는 걸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이 디지털의 매력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게 돼 버렸다. 디지털이라는 건 이렇게 무섭다.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런데도,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만화 ‘슬램덩크’ 속 대사를 고쳐 써보기로 한다. “즐겨, 즐기면 편해.”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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