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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노미의 진화①] 유통업계, 지역 특산물 소개로 매출·상생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지역 고유 특성 담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수요↑... 신세계 '로컬이 신세계', 스타벅스 상생음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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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9호 김금영⁄ 2023.11.03 10:07:38

지역 특산물을 소개, 제품을 출시하는 로코노미 마케팅이 활발하다. 사진은 10월 2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남 농수산물직거래장터 현장. 사진=연합뉴스

로코노미가 진화하고 있다. 로코노미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도심이 아닌 지역 고유의 특성을 담은 상품과 가게를 만들고 소비하는 문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유통업계도 로코노미 마케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고객에겐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업체와는 상생하며 선순환을 이어가는 전략이다.

신세계百·이마트, 오프라인 유통망 활용해 지역 특산물 판로 확대

신세계백화점은 11월 3~9일 ‘로컬이 신세계 인(in) 광주&전남’ 팝업 스토어를 전개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은 지역의 좋은 상품들을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선보이거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판로를 확대하는 형태로 로컬 비즈니스를 전개해 왔다. 롯데마트는 8월 3~9일 ‘강원도 토마토 페스티벌’을 열고 강원도 산지의 다양한 토마토 모음전을 진행했다. 행사에서 강원도 철원의 찰토마토와 깜빠리 토마토, 흑토마토와 강원 횡성, 둔내, 홍천 등에서 수급한 대추방울토마토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국내의 보석 같은 여행지를 발굴하기 위한 ‘로컬이 신세계’ 캠페인을 지난 9월 진행한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이 캠페인을 로컬 식재료 판로 확대까지 범위를 넓혔다. 11월 3~9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본점, 센텀시티, 광주신세계에서 열린 ‘로컬이 신세계 인(in) 광주&전남’ 팝업 스토어(이하 팝업)에서 전라남도의 식재료와 광주의 지역 특색을 담은 음식을 소개했다. 대표 상품으로는 전남의 좋은 기후에서 자라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해남 흑보리, 강진 귀리, 참굴비 등을 선보였다.

이번 팝업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도 마련했다. 신세계는 ‘고려인의 떡갈비’로 불리는 ‘코프타’를 강남점과 센텀시티에서 단독 판매한다. 코프타는 곱게 다진 고기와 야채를 둥글게 빚어 만든 중앙아시아 지역 전통 요리로 떡갈비와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은 광주가 떡갈비의 원조이자 ‘고려인 마을’을 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코프타를 출시하며 지역과의 협업 성격을 선명히 드러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팝업은 지역 과일·채소·수산·축산 농가에는 판로를 열어주고, 백화점 고객에게는 신선한 지역 특산 식재료를 맛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며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의 숨겨진 식재료를 찾고 특산물을 상품화해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10월 6~8일 스타필드 하남에서 지역특산품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재발견 프로젝트’의 첫 팝업을 열었다. 사진=이마트

이마트는 농촌진흥청과 손잡고 10월 6~8일 스타필드 하남 1층 중앙광장에서 지역특산품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재발견 프로젝트’의 첫 팝업을 열었다. 재발견 프로젝트란 이마트가 지역의 질 좋은 토산품들을 발굴해 판로 확보와 홍보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상품 스토리를 개발하고 패키지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이마트의 유통 노하우로 상품성을 높여 고객에게 소개한다.

이번 팝업을 통해 △쌀누룽지(전북 무주) △발효콩 단백질 셰이크(전북 익산) △오곡 곡물당(전남 고흥) △울금홍게 맛간장(전남 진도) △호두잣율무차(전남 구례) △오란다강정(전남 장성) △강진된장(전남 강진) △도라지배즙(전남 영광) △배도라지진액스틱(전남 나주) 등이 소개됐다.

팝업 운영기간엔 ‘이마트 입점상품’ 발굴을 위한 고객 현장투표도 진행했다. 이마트 측은 “9개의 리브랜딩 상품 중 고객 투표로 선정된 우수 상품 3개는 PNB(Private National Brand) 형태로 이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이디야커피·SPC삼립·오뚜기, 특산물 활용 제품 출시 잇달아

스타벅스는 7월 3일 스타벅스 지원센터에서 동반성장위원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과 함께 세 번째 상생음료인 '옥천 단호박 라떼'의 출시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스타벅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 출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커피업계에서 돋보이는데, 스타벅스의 ‘상생음료’가 대표적이다. 상생음료는 지난해 3월 동반성장위원회와 스타벅스, 카페조합 간 체결된 카페업 상생협약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스타벅스 음료개발팀과 카페조합이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시즌음료 약 5만 잔을 소상공인 개인카페에 무상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8월 출시된 1차 상생음료인 ‘한라문경스위티’와 같은해 12월에 2차 상생음료 ‘리얼 공주 밤 라떼’에 이어 올해 7월 나온 3차 옥천 단호박 라떼까지, 누적 17만 잔 분량의 원부재료가 소상공인 카페에 전달됐다.

스타벅스가 올해 선보인 옥천 단호박 라떼는 옥천의 특산품인 단호박을 주원료로 사용해 만든 우리 농산물 음료로, 스타벅스 음료팀이 전문화된 개발 역량을 발휘해 제작했다. 출시 전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소상공인과 진행한 품평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이디야커피는 5월 충남에서 재배된 고당도 생수박과 대추방울토마토를 활용한 메뉴들을 선보였다. 사진=이디야커피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5월 충청남도와 지역 농산물 유통 및 판매 활성화를 목적으로 농산물유통 협약을 체결하고 충남 도내 농산물로 개발한 메뉴를 판매해 왔다. 올해 5월엔 제철 과일인 수박, 토마토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했는데, 충남에서 재배된 고당도 생수박과 대추방울토마토를 활용했다.

커피브랜드 메가MGC커피도 지난해 여름부터 제주 레몬, 장수 오미자, 청도 홍시, 고흥 유자 등 전국 팔도 지역 대표 특산물을 스무디, 쉐이크, 에이드 등으로 개발해 누적 판매 1000만 개를 달성했다.

SPC삼립은 충남 특산물 ‘공주밤’을 활용한 ‘몽블랑 밤 디저트’ 2종을 가을 한정으로 출시했다. 사진=SPC삼립

식품업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SPC삼립은 가을 제철 식재료로 충남 특산물인 ‘공주밤’을 활용한 ‘몽블랑 밤 디저트’ 2종을 가을 한정으로 출시했다. 앞서 6월부터 SPC삼립은 고창·논산 수박, 해남 초당옥수수 등 제철 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를 꾸준히 선보여 온 바 있다.

SPC삼립 관계자는 “제철 재료를 사용한 제품은 동기간 출시한 일반 디저트 대비 2배가량 높은 판매량을 보였는데, 시즌 한정 제품으로 희소성이 높아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11월엔 제주 구좌당근을 사용한 디저트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뚜기는 지역 대표 특산물로 만든 원물발효식초 2종을 출시하며 식초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지역 대표 특산물로 만든 원물발효식초 2종을 출시하며 식초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신제품은 이천쌀로 만든 ‘막걸리식초’와 청송사과로 만든 ‘순사과식초’ 등 2종으로, 오뚜기가 직접 엄선된 원물에 알코올 발효와 초산 발효를 진행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막걸리식초는 일교차가 크고 일사량과 강우량이 충분해 쌀이 자라나기 적합한 환경인 경기도 이천에서 자란 이천쌀을 활용해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특징”이라며 “함께 출시한 순사과식초는 경북 청송군에서 재배한 청송사과를 착즙했다. 청송은 해발 250m의 내륙 산간지역으로 적은 강수량과 풍부한 일조량, 큰 일교차 등 당도와 산미가 뛰어난 사과 생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 출시뿐만 아니라 유명 지역 업체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전남 광주광역시 소재의 창억떡집과 손잡고 ‘창억떡호박인절미소보로’를 10월 중순부터 선보이고 있다. 제품명에 업체명을 넣어 연관성도 살렸다. GS25 측은 “떡과 빵의 조화로운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등 5개월여 동안의 개발 과정을 거쳐 창억떡집의 베스트 상품인 호박인절미를 소보로빵 안에 그대로 담아낸 호박인절미소보로를 최종 완성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81% “로코노미 식품 구매 경험 有… 만족도도 높아”

롯데마트는 8월 3~9일 ‘강원도 토마토 페스티벌’을 열고 강원도에서 나온 다양한 토마토 모음전을 진행했다. 사진=롯데마트

로코노미 마케팅은 지역 상권에서의 좋은 품질을 잡으려는 똑똑한 소비, 그리고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소비 심리와 맞물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역과의 상생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3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0명 중 과반수가 훌쩍 넘는 81.6%가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로코노미 식품이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점이 이색적’(49.6%)이고,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어서’(39.2%), ‘한정판 등 특별한 가치가 있어서’(24.3%) 로코노미 식품을 찾는다고 답변했다.

소비자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85.5%), ‘국산 농산물로 건강에 좋다’(66.9%)고 만족을 표했다. ‘로코노미 식품 구매는 가치소비’라는 의견은 60.5%에 달했다.

관심도에 걸맞게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가 선보인 상생음료 한라문경스위티와 리얼 공주 밤 라떼는 판매 개시 일주일 만에 완판 매장이 나오는 등 인기를 끌었고, 판매 기간 해당 카페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5% 신장하는 성과도 냈다. 성과에 힘입어 올해 출시한 3차 상생음료인 옥천 단호박 라떼는 리얼 공주 밤 라떼 출시 때보다 30곳이 증가한 150개 소상공인 카페에서 선보이며 범위를 넓혔다.

이디야커피가 올해 초 겨울, 충남 논산에서 재배된 딸기를 활용한 딸기 음료 5종은 출시 3주 만에 50만 잔 이상 판매되며 이전 시즌의 딸기 음료 대비 약 15%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흥행 기조는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5월 충남의 고당도 생수박과 대추 방울토마토를 사용한 생과일주스 3종은 당시 일평균 2만7000잔가량 판매고를 올렸다.

GS25에서 모델이 ‘창억떡통팥찰떡빵’과 ‘창억떡호박인절미소보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GS25가 창억떡집과 손잡고 선보인 호박인절미소보로는 10월 18일 출시 직후 전체 빵 카테고리 매출 1위 자리를 꿰찼다. 입고 즉시 모두 판매되는 ‘품절템’ 반열에 등극하며 ‘편저트’(편의점+디저트) 메가 히트 상품인 생크림 빵은 물론 동절기 대표 간식으로 출시돼 매년 4분기 빵 분류 최고 매출을 올리는 호빵 실적까지 단숨에 넘어섰다.

기대 이상의 열풍에 힘입어 GS25와 창억떡집은 발 빠르게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후속작 출시도 서두르고 있다. 양사는 “호박인절미소보로의 생산 물량을 초기 대비 350% 대폭 증량하는 작업을 완료했으며, 통팥찰떡을 브리오슈 안에 넣어 완성한 떡빵 라인업 2탄 ‘창억떡통팥찰떡빵’을 11월 2일 전국 GS25를 통해 첫 공개한다”고 밝혔다.

로코노미 마케팅이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으면서 독특한 변주, 진화도 이뤄지고 있다. 도시에서 즐기는 로컬 문화 소비 개념으로 ‘전통시장’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를 소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맞춰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는 방식도 전개되고 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호남건어물’의 (사진 왼쪽부터) 신용한, 이문영 대표. 사진=쿠팡

지난해 말 쿠팡은 ‘마켓플레이스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본격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등 전통시장 상점 35곳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다.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웅이네건어물’이라는 브랜드로 건어물을 판매하는 ‘호남건어물’은 입점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하루 평균 2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충남 아산 온양온천시장에서 20년 넘게 떡을 판매해 온 한양떡집도 올해 3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 계기로 사업 약 20년 만에 쿠팡에 입점했다. 노수천 한양떡집 대표는 “최근 들어 우리 전통시장 내에도 온라인 판매에 관심을 갖는 사장이 많은데 그때마다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중앙시장 상가에서 오프라인 도매 위주로 사업을 이어왔던 칸칸컴퍼니&엘레띠보도 쿠팡을 통해 처음 온라인 사업에 도전했다. 김대식 칸칸컴퍼니&엘레띠보 대표는 “온라인에서도 우리 상품을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험 삼아 올린 상품이 기대 이상으로 잘 팔려서 놀랐다”며 “우리 상품을 전국 각지의 고객들이 주문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호남건어물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성과는 온라인 판로 확장을 망설이는 전통시장의 많은 업체에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쿠팡은 디지털 전환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 유통망을 제공하는 것이 과거 로컬 비즈니스의 일반적인 개념, 형태였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 출시하고, 또한 전통시장까지 활용하는 등 로코노미의 형태가 점점 다변화, 진화되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고 관심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는데, 앞으로도 로코노미 마케팅은 그 범위와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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