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9호 김예은⁄ 2023.11.09 17:19:08
#.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공항-중문 호텔 간 자율주행 캐리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무거운 여행 짐을 호텔에 먼저 보낸 뒤, 제주공항 인근의 주요 관광 거점을 연계하는 순환형 자율주행 관광 셔틀 서비스로 제주 해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관광을 마치면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중문 호텔에 안전하고 편리하게 도착한다.
SF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국내에도 도입됐다.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한 물류와 로봇 배송 및 여객 운송 서비스가 로컬을 중심으로 개시되며 국민들이 미래형 모빌리티 모델이 구현할 미래를 앞서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범사업 시작
지난 5월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국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자율주행 짐 배송 서비스를 5월 25일부터 대구와 제주 지역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은 자율주행 기반의 창의적인 모빌리티 프로젝트 발굴을 촉진하고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부가 자율차 제작 및 서비스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5월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를 선포하고,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아이티텔레콤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을 각각 최종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국민에게 체감형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자율주행 실증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다. 해당 공모를 통해 선정된 ‘탐라 자율차(제주)’와 ‘달구벌 자율차(대구)’ 2개 프로젝트의 여객 운송 서비스가 올해부터는 짐 배송 서비스까지 확대 운영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0~5를 기준으로 총 6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레벨 1은 주행 시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 레벨 2는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보조 주행, 레벨 3은 제한된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조건부 자동화’를 말한다. 레벨 4는 정해진 도로 조건의 모든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도 자동화’ 단계, 레벨 5는 운전자가 불필요하며 탑승자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동화’ 단계다.
먼저 레벨 3을 탑재한 ‘탐라 자율차’는 이미 운행 중인 제주공항 인근 해안도로(약 16km 구간)와 중문 관광단지 일대(약 5㎢) 관광형 여객 운송 서비스에 더해, 제주공항부터 호텔까지 여행객의 짐 가방을 자율차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은 공항에서 수하물을 맡기는 동시에 탐라 자율차로 해안도로를 관광하고 원하는 시간에 다시 호텔에서 짐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레벨 4수준 달구벌 자율차,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모델 가능성 확인
대구에서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지난해 11월부터 현실화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은 대구 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업단지를 배경으로 여객(수요응답형)·물류(배송서비스)를 통합 서비스할 수 있는 차량 플랫폼 및 관련 통신 인프라 기반을 마련해 국토부 컨소시엄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카카오모빌리티, KT, 현대오토에버, 뉴빌리티,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6개 사가 모인 컨소시엄은 단순 기술 실증을 넘어 다양한 자율주행 기반 이동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레벨 4 수준의 ‘달구벌 자율차’는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역(10km 구간)에서 수요응답형 여객 서비스(Demand Responsive Transport‧DRT)를 제공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수요응답형 교통체계는 대중교통의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여객의 수요에 따라 운행구간, 정류장 등을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여객 운송 서비스로, 과소화 및 공동화가 심한 지역의 이동권 보장과 고령층의 의료‧문화‧복지 접근성 개선 및 교통 사각 지역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다.
앞서 컨소시엄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공모에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11월부터 대구 테크노폴리스 일대 10.6㎞ 구간에서 여객용 서비스 달구벌 자율차를 운영해 왔다.
서비스 제공 지역인 대구 테크노폴리스-국가산단 일대는 2020년 12월 국토교통부가 ‘자율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여객·화물 유송운송 및 자동차 안전기준 특례를 받아 도심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다. 컨소시엄은 서비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대구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올해 7월부터는 생활 물류 배송서비스를 접목하고 국가산단까지 서비스 지역을 28km 구간으로 확장했다. 이로써 인근 대학교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약 2km 이내의 초단거리 모빌리티 수요에 대응한 서비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로봇 배송을 함께 도입해 자율주행 물류배송의 전 과정을 실증하고 있다.
이 곳에서 6개사는 미래형 모빌리티 플랫폼과 솔루션을 앞서 실현하고 있다. 먼저,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여객·물류 통합 차량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배송 로봇 및 관제 시스템, 통신 인프라 등과 연동해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대구시와 협업해 기존에 구축된 자율주행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1차 연도엔 대구 테크노폴리스를 중심(10.6km)으로, 2차년도엔 대구 국가산업단지까지 범위를 확장(17.6km)해 여객·물류 통합형 수요응답서비스(DRT)와 배송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기술을 서비스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여객 및 물류 통합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다양한 서비스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요건을 도출하고 자율주행에 특화된 배차·라우팅 등 플랫폼 기능을 제시한다. 또한 수요 예측 기반 여객 및 물류 복합 오더 관리 최적화, 이용자 행태 데이터에 기반한 영역 클러스터링을 담당해 수요응답형 배차 및 라우팅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맞춤형 서비스 시나리오 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KT는 5G 기반 차량·사물 통신(V2X) 환경과 KT가 자체 개발한 보급형 단말(C-V2X 전용) 및 스마트폰 솔루션 Soft V2X를 제공한다. 현대오토에버는 실도로 기반 자율주행차에 활용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센서 인프라 구축을 맡았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취득 및 맵 생성, 배송 로봇과 관제·배차 플랫폼 연동, 자율주행차와 배송 로봇 간 연계 활용이 가능한 서비스 시나리오 구현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율주행 플랫폼과 인프라·관제 시스템 연동을 통한 서비스 실증 및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다. 서비스 실증 데이터베이스 분류, 이벤트 결과분석, 안전한 자율주행(여객·물류 통합) 서비스 운영을 위한 개선 방향 도출 등을 지원한다.
1차 연도 운영 기간 동안 달구벌 자율차는 정교한 배차, 경로 선정(라우팅) 기술을 접목해 기존 교통수단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2㎞ 이내 초단거리 이동 수요를 충족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데 기여하면서 시범 서비스로는 이례적으로 서비스 개시 반년도 지나지 않아 누적 호출 수 2000건을 돌파하고 65%에 달하는 재이용률을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5월 개시된 2차 연도 사업에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컨소시엄은 달구벌 자율차 운영을 이어가는 동시에 자율주행 기반의 여객, 생활 물류 배송 서비스 ‘달구벌 자율차 플러스(달구벌자율차+)’를 새롭게 선보였다.
신규 도입되는 ‘달구벌자율차+’는 여객과 생활 물류 배송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다. 기존 자율주행 배송 실증 사업이 주로 특정 업체 제한적인 배송 서비스만을 수행하는 한계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서비스에서는 이용자 누구나 실시간으로 차량을 호출해 물건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고 거래, 식자재 배송, 매장 간 재고품 전달 등 도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라스트마일 배송 수요에 대응이 가능하다.
‘달구벌자율차+’는 전문 교육을 받은 서비스 매니저가 탑승해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보다 강화하고, 물품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 서비스는 카카오T 앱을 통해, 2차 연도에 추가된 여객, 생활 물류 배송 서비스는 별도 달구벌자율차 플러스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 부사장은 “2차 연도 서비스에서는 여객에서 생활 물류 배송에 이르는 다양한 생활 속 이동 전반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활발한 협업과 기술개발을 통해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실생활 편의를 높이는 혁신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관계자는 “올해 2차 서비스 출시 이후 약 2개월 만에 누적 호출 수 1283건, 누적 탑승자 수 1679명을 넘겼다”면서 “지난해 11월 1차 서비스부터 현재까지 전체 누적 호출 수는 3317건이고 누적 탑승자 수는 약 6000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서 ‘레벨 4 자율차 서비스’ 경험할 수 있어
11월 3일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장기주차장을 순환하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 수준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포뱅크, 에이텍모빌리티와 컨소시엄을 이뤄 이번 사업에 참여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2대를 제작해 공항 이용객들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1대는 정기형 셔틀버스, 1대는 예약형 셔틀버스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간당 각각 2~3회씩 운행한다.
정기형은 제1여객터미널과 장기주차장에 위치한 기존 셔틀 정류장을 순환하며 최대 9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예약형은 1층 입국장(3C 또는 13C)에 위치한 키오스크, 인천공항 모바일 앱, 셔틀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홍보 포스터 속 QR코드 등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입국장에서 출발해 장기주차장까지 가는 편도 노선이다. 최소 2명, 최대 4명이 이용할 수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실시간 위치, 이동 경로, 자율주행차의 상태, 주행 현황 등을 총괄 관제하는 웹 기반 관제시스템을 개발 및 구축했다고 밝혔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자율주행 매니저와 서비스 매니저가 동승해 안전 운행을 최우선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체 개발한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인 ‘라이다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해 인프라와 자율주행차 간 실시간 데이터 연동을 구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레벨 4 자율주행 기능을 고도화하고, 자율주행 셔틀의 안전성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그동안 축적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안전하면서도 스마트 공항에 최적화된 맞춤형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진호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장은 “여객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자율주행기술 실증을 통해 자율차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신속히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