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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잡아라①] 스마트팜부터 K-베이커리·푸드까지… 중동 누비는 유통업계

농심·SPC·CJ, 현지 기후 및 기호 반영한 시장 공략 눈길… “발전 가능성 높은 시장 찾으려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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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0호 김금영⁄ 2023.11.20 10:14:07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4일(현지시간) 도하 알 비다 공원에서 열린 도하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을 찾아 한국형 스마트농업 전시관에서 농심의 스마트팜 수직농장을 살펴보며 이병학 농심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중동 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중동 주요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에서 총 792억 달러(약 102조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면서 ‘제2의 중동붐’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기업들도 중동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 사막 기후 중동 ‘스마트팜’으로 공략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4일(현지시간) 도하 알 비다 공원에서 열린 도하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을 찾아 한국형 스마트농업 전시관에서 이병학 농심 대표(사진 왼쪽 2번째)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도 중동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국빈 방문길엔 농심에서 이병학 대표이사와 황청용 부사장, 그리고 SPC그룹에서 허진수 사장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글로벌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중동을 찾았다.

농심이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꺼내든 건 식품 관련 기술이다. 황청용 부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병학 대표이사는 카타르를 방문해 스마트팜 사업 논의를 벌이고, 현지 바이어 등에게 농심 스마트팜의 기술력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스마트팜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빛·온도·습도 등을 인공적으로 설정한 공간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이다.

농심은 20여 년 전부터 스마트팜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 시작은 1995년 강원도 평창에 설립된 ‘감자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심은 ‘포테토칩’ 등 자사 대표 스낵 제품 생산에 활용할 감자 품종 연구를 위해 강원도에 감자연구소를 설치하고 작물 연구 활동을 진행했다. 2008년 안양공장에 파일럿 스마트팜을 설치해 수경파, 청경채뿐만 아니라 수경인삼 등 기능성 작물로 연구를 확장했다. 이후 2018년 사내 스타트업팀을 결성하고 안양공장에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설립했으며 정식 팀을 꾸렸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했다. 사진은 오만 농수산부 관계자들이 농심 안양공장 내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농심

농심은 중동 진출의 첫걸음으로 지난해 11월 중동 주요국 중 하나인 오만에 20만 달러 규모의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40피트 컨테이너 2개동을 수출하며 가시적 성과를 냈다. 총 재배면적은 약 165㎡(50평)이며, 식물이 자라는 데 중요한 온도와 습도를 비롯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과 광량, 영양분 등 모든 환경조건이 자동으로 컨트롤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하며, 스마트팜에 사용된 재배설비와 LED, 환경제어시스템 등 대부분의 자재들과 소프트웨어를 농심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스마트팜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팜 정보기술기업인 포미트, 아그로솔루션코리아, 엠에스와 결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품종의 딸기를 연중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고부가가치 작물로 1억 달러 이상의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SPC 파리바게뜨, 할랄 시장 공략 위한 빌드업

10월 22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사진 왼쪽부터) 갈라다리 브라더스그룹의 모하메드 갈라다리 회장과 허진수 SPC그룹 사장이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는 모습. 사진=SPC 파리바게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한 허진수 SPC그룹 사장도 중동 진출 계획을 논의했다. 그는 10월 2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현지 기업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의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중동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협약식에서 허진수 사장은 “갈라다리 브라더스그룹과의 긴밀한 협력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갈라다리 브라더스그룹은 1961년 UAE에 설립된 글로벌 기업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를 비롯해 영국, 호주, 스리랑카 등 세계 각국에서 미디어, 자동차, 식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 1000여 개의 외식 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왔다. 사진은 세계 각국의 파리바게뜨 매장 이미지. 사진=SPC 파리바게뜨

이번 협약에 앞서 파리바게뜨는 중동 진출을 위한 빌드업 과정을 꾸준히 거쳐 왔다.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뉴욕, 뉴저지, 캐나다의 토론토 등에 잇따라 매장을 오픈하는 등 올해 들어 총 50개 매장의 문을 열며 글로벌 500호점 고지를 넘어섰다.

이중 글로벌 500호점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 2터미널에 문을 연 ‘T2 랜드사이드점’으로, 싱가포르는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의 전략적 중요 지역인 중동 및 할랄(무슬림 전용 먹거리)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는 불교와 기독교 다음으로 이슬람교 인구가 많아 할랄 식품 수요가 높은 국가로 꼽힌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한다. 채소 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 등 해산물 육류 중에선 닭고기·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반면 술, 돼지고기, 개고기 등은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이다.

파리바게뜨는 내년 갈라다리 브라더스그룹과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올해까지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준공 예정인 할랄 인증 생산기지인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CJ, 비비고 중심으로 ‘K-푸드’ 알리기 나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월드컵 기간 카타르 경기장 인근에 ‘K-푸드 존’을 운영했다. 사진=CJ제일제당

국내 주요 유통기업 중 하나인 CJ그룹도 중동 진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06년을 글로벌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UAE 두바이에서 글로벌 컨퍼런스를 연 바 있다. 지난해 11월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차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중동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발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접국가로 수출하는 ‘C2C(Country to Country)’ 전략이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차담회에 참석한 이재현 CJ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를 위해 2013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고, 이후 2015년 UAE 현지 대형마트 룰루 하이퍼마켓에 입점하며 범위를 넓혔다. UAE 현지인 식문화가 튀기거나 굽는 음식이 많고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사모사가 대중적인 음식인 점을 반영해 맛과 건강, 편의성을 갖춘 ‘비비고 만두’를 전략 제품으로 삼았다.

지난해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중동 지역 최초로 메인스트림 유통채널에 무슬림 소비자도 먹을 수 있는 원재료로 만든 미역국밥과 강된장보리비빔밥, 순두부찌개국밥 등 햇반컵반 3종을 출시하고, 한정판 ‘비비고 김’도 선보였다.

올해엔 쿠웨이트에서 ‘K-푸드’ 알리기에 나섰다. 6월 말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에 있는 대형마트 모노프릭스 쿠웨이트에서 열린 K-푸드 이벤트에 참가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비비고 맛김치·두부를 비롯해 햇반 흑미밥·미역국밥·컵밥 강된장보리비빔밥 등을 쿠웨이트 소비자에 소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5월 한국의 쿠웨이트 식품 수출 규모는 287만7000달러(약 37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9% 늘어났다.

에드워드 권 셰프가 9월 19일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열린 ‘테이스트 오브 살람 서울’에서 갈라쇼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국내 지방자치단체도 ‘제2의 중동붐’에 부응하며 중동인 맞이에 나섰다. 서울시와 N서울타워는 9월 19일 아시아·중동 지역 주요국 대사관을 초청해 ‘테이스트 오브 살람 서울(Tasty of Salam Seoul)’을 진행했다. CJ푸드빌은 N서울타워 운영사다. 행사엔 수단, 알제리, 카타르,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대사를 비롯한 아시아·중동 15개국 대사관과 한국·아랍 소사이어티 등 국내외 관계자 30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는 올해 처음 열렸으며 할랄의 맛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음식들을 선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들은 음식(50.9%)과 숙박시설(43.8%)이 개선되길 한국에 바라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최근 N서울타워를 찾는 관광객 중 외국인 비율이 50%가 넘어 할랄 음식 제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아시아·중동 관광객에게 이런(할랄) 메뉴를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다”고 행사 참여 소감을 전했다.

잠재력 지닌 중동 시장에 쏠리는 관심

농심은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마트팜을 수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농심

중동에 특히 식품 관련 기술‧제품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중동의 기후와 할랄 시장을 고려한 결과다.

농심이 중동에 수출한 스마트팜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농업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농심은 사막기후를 지닌 중동 시장을 스마트팜의 새 시장으로 낙점하고 집중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농심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대부분 사막지대여서 농사가 거의 불가능하고 대부분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최근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어 시장 성장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SPC그룹과 CJ그룹은 중동 진출을 통해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19억 무슬림 인구와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친 2조 달러 규모의 할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는 할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SPC조호르바루 공장 조감도. 사진=SPC 파리바게뜨

현재도 규모가 크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2030년 세계 인구의 26.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무역협회는 전 세계 할랄 시장 규모가 2019년부터 연평균 6.2%씩 성장해 내년 3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바게뜨의 지난해 해외 매출이 6000억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중동 시장 공략까지 성공한다면 해외 사업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갈라다리 브라더스그룹과의 협업식에서 허진수 사장은 “할랄 시장은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사업에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큰 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 공략의 다변화 측면도 있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 3조1291억 원을 기록하며 1965년 창사 이후 57년 만에 ‘3조 클럽’에 진입했다. 신라면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개선된 영향인데, 앞으로 북미뿐 아니라 중동 시장까지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농심의 이 같은 노력은 신동원 회장의 어록에서도 발견된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건전한 구조를 다져야 한다. 글로벌 사업 확장은 시대적인 과제”라며 “글로벌 기업 수준에 맞는 인프라와 프로세스, 핵심 역량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카타르 현지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CJ제일제당이 만든 비비고 김을 고르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그동안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았던 중동 수출액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실적을 분석한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실적과 호조국가 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1~9월 누적 수출액 기준, 전년 대비 수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10대 국가에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국이 이름을 올렸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세계 무역시장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분절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커다란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크고 익숙한 시장만을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높은 틈새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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