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중동을 잡아라②] 현대차그룹, 사우디와 손잡고 ‘정주영 중동신화’ 재현 나선다

사우디에 중동 전기차 생산거점 건설·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탄소 중립 비전 실현 무대

  •  

cnbnews 제760호 김예은⁄ 2023.11.20 10:20:32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에 파견된 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제 및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 회장의 ‘중동 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

중동은 정주영 선대 회장이 ‘중동 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다. 정 선대 회장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을 비롯해 1977년 3월 사우디 라스알하르 항만과 같은해 6월 쿠웨이트 슈아미바 항만, 1978년 1월 두바이 발전소 등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수주하며 중동 붐을 이끈 바 있다. 현대차는 같은 해 바레인에 포니 40대, 기아는 1975년 카타르에 브리사 픽업 10대를 수출하면서 중동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중동, 화석연료 이후 대비한 신산업 육성… 성장 잠재력 높아

정주영 선대회장이 1976년 건설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최근 중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석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중동에서 현대차그룹은 ▲현지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전기차 등 신규 수요 창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그린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며, 현대자동차가 ‘IAA 2021 선언’을 통해 제시해 온 탄소 중립 사업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빈관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는 원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사우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2021년에는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Saudi Green Initiative)’를 발표하고 ‘2060년까지 탄소배출량 0’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 및 기업과 다양한 협력,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사우디에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 2대를 처음으로 수출하며 사우디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연 뒤, 2021년에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대를 수출하는 등 사우디의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의 세계적인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인 아람코(Aramco)와 킹 압둘라 과학기술 대학(KAUST)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희박 연소 엔진(Ultra Lean Burn Engine) 및 친환경 합성연료(e-Fuel) 공동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나아가 올해 10월 22일(현지시간)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중동 지역 내 첫 생산 거점인 ‘CKD(반제품 조립·Complete Knock Down)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상호 협력을 본격화했다.

10월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한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 리야드의 네옴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국부펀드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 2030의 핵심 중 하나로 추진 중인 네옴(NEOM) 신도시 사업의 재정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와 PIF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앞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4월 13일(현지시간) 서부 지역 제조 및 물류 중심의 킹 압둘라 경제도시, 동부 지역 해양경제 중심의 라스 알 카이르를 비롯해 4개의 경제특구를 신설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킹 압둘라 경제도시는 자동차 및 부품, 소비재, ICT 등을 주력 산업으로 한 경제특구다.

합작공장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해 2026년 상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2024년 상반기 착공된다. 현대차는 합작공장에 고도의 자동화 공정 및 지역 맞춤형 설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생산 제품의 라인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중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한 이 거점을 중심으로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 생산과 현지 특화 마케팅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PIF는 합작공장 건설에 5억 달러(약 6500억 원) 이상을 공동 투자할 계획이며 공장에 대한 지분은 현대차가 30%, PIF가 70% 보유하기로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사우디아라비아 합작공장은 전기차 생산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고 지역 내 지속가능한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 조성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전기차 기술에 대한 현대차와 PIF의 협력이 혁신과 환경친화적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앞장

(사진 오른쪽 2번째부터)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바드르 알바드르(Badr AlBadr) 사우디 투자부 차관이 10월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Riyadh)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같은 날 현대차는 사우디 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을 목표로 한국자동차 연구원,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Air Products Qudra), SAPTCO(The Saudi Public Transport Company)와 다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4개 사는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한 기술 서비스와 인적 자원 제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수소전기버스 실증사업 추진 ▲수소 모빌리티 관련 정부 지원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 기회 탐색 ▲수소 모빌리티 관련 공개 가능한 자료 등의 정보 교환 등이다.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글로벌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 프로덕츠(Air Products)와 사우디 에너지 스타트업 쿼드라 에너지(Qudra Energy)가 합작한 중동 지역 개발 및 투자 회사다. SAPTCO는 리야드, 메카 등에서 시내‧시외버스를 운영하고,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으로 가는 국제버스를 운영하는 사우디 공영 버스 운송 업체다.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한 바 있는 현대차는 승용 및 상용 차량, 선박, 항공기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적용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를 SAPTCO에 판매 또는 대여하기로 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 사업 참여를 지원하고, 수소 모빌리티 실증 데이터 수집에 참여한다. 또한 인력 양성과 연구 등 수소 모빌리티 연구개발(R&D) 협력 기회를 확대하는데 적극 나설 계획이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은 “현대차,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SAPTCO와 함께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상호 협력 체결을 통해 국내 수소버스 기술이 중동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마련됐다”며 “앞으로 완성차, 자동차 부품기업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고온 기후환경에 적합한 수소버스를 개발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중동 시장점유율 20% 목표 박차

2020년 현대차가 사우디에 수소전기차 넥쏘를 수출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한편 현대차·기아는 중동 시장에서 올해부터 연평균 약 6.8%씩 판매를 늘려 2030년께 55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을 전후로 산업 수요 300만 대 돌파가 예상되는 중동 시장에서 현대차가 2032년 35만 대, 기아가 2030년 21만 대를 판매해 2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중동 자동차 시장에서 229만여 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는데, 이중 사우디에서 약 64만 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사우디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판매가 주춤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의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여성 운전 합법화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시장에서 약 229만 대의 차량이 판매됐는데, 현대차는 18만2934대, 기아는 약 14만1505대를 판매하며 각각 8.0%와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사우디에서 약 5만2000대를 판매해 약 11만4000대를 판매한 토요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약 2만1000대를 판매하며 4위에 올랐다. 3위는 2만3000대를 판매한 닛산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관련태그
현대자동차  중동  사우디  네옴  기아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