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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잡아라③] 건설업계, ‘제2의 중동붐’ 타고 해외건설 수주 ‘1조 달러’ 시대 연다

현대엔지니어링, 사우디 가스플랜트 증설 프로젝트 수주… DL이앤씨, 사우디 SWCC와 탄소중립 위해 손잡아… 대우건설, 이라크·오만서 항만·정유시설 건설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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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0호 김응구⁄ 2023.11.20 10:28:25

‘한국·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 후 단체 사진. 앞줄 왼쪽부터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와일 알 자파리 아람코 부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뒷줄 왼쪽부터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CEO(최고경영자), 마지드 알 호가일 주택부장관,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칼리스 알 팔리 투자부장관, 살레 알 자세르 교통부장관. 사진=대통령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국내 건설사들이 앞다퉈 대규모 수주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해외건설 누적 수주 ‘1조 달러’ 시대가 곧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이 1965년 해외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후 6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루게 된 성과다.

1966년 1월부터 집계한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9522억 달러(약 1237조 원)에 달한다. 올해 목표 수주금액인 350억 달러에 내년 실적까지 고려하면 해외건설 수주 1조 달러 시대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K-건설’의 최대 건설시장으로, 지난 50년간 국내 건설사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이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시행한 건설공사는 1600억 달러를 넘는다. 이는 역대 해외 수주 누계(총 9540억 달러)의 17%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규모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마른 우리 정부와 건설사는 중동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 최초로 사우디·카타르를 국빈 방문했고, 국토교통부는 ‘제2의 중동붐’을 위해 민관(民官)합동의 ‘원팀 코리아’를 구성했다. 해외건설협회도 사우디건설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사업 수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은 수시로 낭보를 보내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수주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위치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10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아람코)로부터 초대형 가스플랜트 증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자푸라 가스전의 생산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와 황회수설비(Sulfur Recovery Units)를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중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조인트벤처(현대엔지니어링 JV)는 황회수설비 패키지와 유틸리티 기반시설(Utility & Offsite)을 담당한다. 계약금액은 약 23억 달러(약 3조 원)다. 현대엔지니어링 JV는 유수의 탑티어 건설사들과 입찰 경쟁 끝에, 2021년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Phase-1)’에 이어 증설 프로젝트(Phase-2)까지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번 수주는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과 한 팀을 이뤄 대형 플랜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크게 한몫했다. 두 회사는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 터미널 프로젝트’와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아람코가 발주하는 대규모 사업들을 수주하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현대건설과 함께 수주한 ‘샤힌 석유화학 프로젝트(Package 1&2)’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에는 연간 약 320만t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 생산시설이 될 이 프로젝트는 에쓰오일(S-OIL) 최대주주인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한 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또 지난 6월 현대건설과 함께 수주한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PKG-1·4)’의 공동 수행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단일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DL이앤씨, 사우디 SWCC와 담수화 플랜트 탄소중립 위해 맞손

10월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사진 왼쪽부터) 유성훈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전략기획 담당임원과 타리크 알 가파리 SWCC 부총재 겸 연구소장이 ‘담수화 플랜트에 소형모듈원전(SMR) 적용을 위한 상호 협력 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는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측은 10월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담수화 플랜트에 소형모듈원전(SMR) 적용을 위한 상호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이 중동 국가와 민간경제협력을 강화하고자 모집한 ‘2023 중동 경제사절단’에 DL이앤씨가 선발돼 사우디를 방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DL이앤씨와 SWCC는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함께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또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SMR을 활용하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모델에 관한 연구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SMR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다른 에너지원 대비 안정성·유연성·경제성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향후 이를 통한 담수화 플랜트의 탄소중립 실현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SWCC는 사우디 정부 산하기관이자 사우디 제2의 전력생산 사업자로, 현재 세계 최대 해수 담수화 설비를 운영 중이다. 소속 연구소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해수 담수화와 발전 분야에서의 탄소 저감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10월 3일(현지시간) DL이앤씨 유성훈 플랜트사업본부 전략기획 담당임원이 사우디 젯다 리츠칼튼에서 열린 ‘국제 담수화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는 차세대 친환경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SMR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미국의 4세대 SMR 개발 선두기업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10월 초에는 SWCC가 주최한 ‘국제 담수화 콘퍼런스’에 국내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초청받아 ‘SMR 기술을 활용한 담수화 플랜트 탄소중립 비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성훈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전략기획 담당임원은 “DL이앤씨가 보유한 BIM(건설정보모델링)과 모듈러 플랜트 설계 기술을 SMR 사업에 접목해 SWCC 담수화 플랜트의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L이앤씨 자회사인 탈탄소 솔루션 전문기업 카본코(CARBONCO) 역시 지난 1월 SWCC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WCC의 발전소와 담수화 공정에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대우건설, 이라크·오만 등으로 뻗어 나가는 ‘광폭 행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사진 앞줄 가운데)이 지난 2월 22일 오만 두쿰 정유시설 건설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현장을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중동 건설시장 진출이 사우디아라비아에만 집중된 건 아니다. ‘K-건설’의 중동 신화는 이라크, 오만 등으로도 계속 뻗어 나가고 있다.

여기엔 대우건설이 앞장서고 있다. 오만은 대우건설이 지난 1999년 방파제 공사를 시작으로 2011년 두쿰 수리조선소와 2015년 2000㎿(메가와트)급 발전소를 성공리에 완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주요 중동 시장 중 하나다. 그간 지속적인 저유가와 팬데믹 등으로 신규 발주가 줄었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에 힘입어 앞으로 발전소, 담수화 시설,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곳이기도 하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2월 22~23일 오만 두쿰 정유시설 건설현장을 방문해 중동 시장 수주 확대를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두쿰 정유시설 건설 프로젝트는 대우건설이 2018년 세계적인 EPC(설계·조달·시공) 업체인 스페인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와 조인트벤처로 수주한 1번 패키지 건설공사다. 총공사금액은 27억8675만 달러(한화 약 3조6200억 원) 규모로, 이 공사에서 대우건설은 35%의 지분으로 참여해 9억7536만 달러(약 1조27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정원주 회장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임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어려움을 청취하고 격려했다. 이어 현장을 둘러보며 여러 현안을 점검하고, 향후 시공 과정과 일정을 논의했다. 이후 GCC(Gulf Cooperation Council) 지역 영업을 담당하는 UAE지사 임직원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오만 등 중동의 시장 상황을 보고받고 향후 신규 발주되는 사업들과 관련한 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사우디 네옴시티, 이라크 신항만, 리비아 재건사업 등 중동지역에서 신규 발주가 유력시되는 주요 사업의 세부 현안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수주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이어 3월에는 백정완 사장이 나섰다. 14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라크 알포 항만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알포 항만 사업 진출 확대 방안과 ‘K-컨소시엄’(대우건설·부산항만공사·SM상선경인터미널)의 항만 운영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K-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이라크의 요청에 따라 한국의 대형 항만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목적으로 공동 참여 협약을 맺었다. 대우건설은 현재 시공 중인 알포항(港) 하부 및 연관 인프라 공사와 더불어 첫 터미널 5선석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2013년 8월 아카스(AKKAS) CPF(원유생산처리시설) 건설공사를 필두로 알포 항만 서쪽 방파제, 접속도로, 알포항 컨테이너 터미널 호안공사 등 현재까지 12개 프로젝트, 약 50억 달러 규모를 수행하며 이라크 시장을 중동지역 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이라크 알포 항만 개발사업은 중동지역의 최대 항만 건설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의 첫 단계인 컨테이너 터미널 부지 매립, 안벽공사, 준설공사 등 항만 기반조성공사를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항만 연결도로와 중동지역 최초의 침매터널(총길이 2.8㎞) 건설공사도 진행 중이다.

 

(사진 오른쪽부터)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과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이 3월 14일 이라크 알포 항만 건설현장을 방문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조승환 장관과 백정완 사장은 15일 바그다드로 이동해 라자크 알 사다위 교통부 장관, 자바르 알하이다리 국방부 차관, 하미드 나임 쿠다이르 압둘라 알가지 내각 사무총장 등 이라크 주요 인사들을 예방하고, 이라크 재건시장 인프라 사업 등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도록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조승환 장관은 라자크 알 사다위 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 기업은 이라크에서 50년 반세기 역사를 함께 해왔고, 그 성실함과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알포 신항만 1단계 공사에 이어 후속 공사도 수행하도록 대우건설의 수주를 요청했다. 이에 사다위 장관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신뢰는 이미 확인했으며 언제든지 참여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백정완 사장은 자바르 알하이다리 국방부 차관에게 대우건설이 국내에서 다수의 해군기지 공사 수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라크 해군기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적임자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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