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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아 오비맥주 사회공헌팀 이사 “지속가능경영·ESG경영은 오비맥주에 내재화된 지 오래”

11월 ESG 경영포럼서 오비맥주 ESG 사례 발표… ‘음주운전 방지장치’, ‘OB워터’ 소개…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옷으로 패션쇼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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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1호 김응구⁄ 2023.12.11 11:34:10

이은아 이사는 오비맥주를 가리켜 “지속가능경영과 ESG경영이 기업문화로 뿌리 깊게 내재화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오비맥주

그린 워싱(Green Washing). 기업이 자사 제품을 환경에 이로운 것처럼 홍보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걸 말한다. ‘위장 환경주의’라고도 한다. 최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이 같은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에어컨 회사가 도시의 열섬현상을 심화시키면서도 ‘지구가 더 시원해진다’고 광고하는 식이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코프워치는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그린 워싱 기업을 선정, 발표한다. 그 회사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오비맥주 사회공헌팀 이은아 이사 역시 “그린 워싱으로 인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고, 한풀 꺾인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지속가능경영이나 ESG라는 용어가 대두된 건 최근이지만, 사실 오비맥주에는 이미 내재화된 기업문화”라고 말했다.

“2015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물론 ESG,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오비맥주의 기업문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원칙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에요. 이 뚜렷한 목적의식 아래 그동안 기업활동을 이뤄왔어요.”

이은아 이사는 지난 11월 2일 한국소비자광고심리학회가 주최한 ‘글로벌 기업의 ESG 경영 포럼’에서 오비맥주의 ESG 경영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류선도기업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살린 사회적 책임이행 사례를 소개했다.

마침 이날에는 ‘ESG 캠페인 대상’도 열렸는데, 오비맥주는 두 부문에서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사업’으로 ‘사회문제 인식 제고’ 부문 대상을, 재해구호용으로 생산한 ‘OB워터’는 ‘공익연계마케팅’ 부문 금상을 받았다.

기업의 ESG와 CSR은 늘 궁금하다. 활동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도 끊임없이 잇고 또 잇는다. 역사가 짧지도 않다.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까지 합치면 소개할 내용은 A4 10장으로도 부족하다. 그중 관심을 많이 끈 최근 사례 몇 가지를 앞에 두고 이은아 이사와 마주 앉았다.

이은아 이사는 지난 11월 2일 ‘글로벌 기업의 ESG 경영 포럼’에서 오비맥주의 ESG 경영사례를 발표했다. 사진=오비맥주

- 반갑습니다. 먼저 ‘ESG 경영 포럼’ 얘기부터 해보죠. 그날 오비맥주의 ESG 경영사례를 발표하셨어요. 아쉽게도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과 함께 맥주부산물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식품을 만든 것이라든지, 패키지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가볍게 한 것 등 올 한해 ‘환경’ 부문에 유독 괄목할 만한 성과가 많았어요. 하지만 탄소 감축이나 플라스틱 감축 등의 성과는 다른 기업도 많이 소개했죠. 그래서 저는 주류선도기업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살리면서 펼친 사회적 책임이행 사례를 강조했어요.”

- 주류기업의 정체성과 특수성이라…. 예를 들면 ESG 캠페인 대상에서 대상 받은 ‘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사업’ 같은 거겠어요.
“그렇죠. 오비맥주는 ‘음주는 책임 있게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음주운전 예방이나 청소년 음주 예방 같은 건전음주 캠페인을 연중 펼치고 있어요. 2016년에는 도로교통공단과 관련 협약을 맺기도 했죠. 특히, 지난해와 올해 좀 더 실효성 있는 캠페인을 기획해 운영했는데, 그게 바로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이용한 것이었어요.”

- 말 그대로 음주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해주는 장치라는 거죠?
“차량에 설치돼있는 음주측정기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요. 그럼 결과가 나오잖아요? 알코올이 감지되면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음주운전을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거죠.”

오비맥주는 올여름 ‘음주운전 방지장치’ 국민체험단을 모집해 3개월간 운영했다. 오른쪽 세 번째가 오비맥주 배하준 사장. 사진=오비맥주

- 처음 어떻게 기획된 건지도 궁금해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 일명 ‘윤창호법’이 통과돼 시행 중임에도 음주운전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죠. 오히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재범 비율은 증가하고 있어요. 음주운전의 원인은 ‘습관’이에요. 취하면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운전하는 거죠. 그러던 중에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시행해 재범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단 걸 알게 됐어요.”

 

- 맥주 배송기사 차량에, 그리고 임직원 차량에 설치했죠. 지난여름에는 국민체험단도 모집했어요. 실제 운영해보니 어떻든가요. 범국민적 캠페인이 될 수 있을까요?
“지난해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전국으로 맥주를 배송하는 화물차량 20대, 오비맥주 임직원 차량 20대에 시범적으로 3개월간 달았어요. 운영해보니 실제로 음주운전·숙취운전 예방 효과가 컸습니다. 알코올이 감지되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거예요. 시범사업 종료 후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참가자의 95%가 음주운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대답했고, 90%는 다음 날 새벽에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면 전날 과음하지 않는 등 음주 습관에도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어요”

- 그래서 국민체험단까지 모집했던 거군요?
“네. 그 같은 긍정적인 결과에 힘입어 올해는 일반 국민으로까지 참가자를 확대한 거죠. 더불어 경찰청도 시범사업에 함께했어요. 참가자들의 전력을 조회해보니 실제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도 5명이나 됐고요. 지난 9월 말 3개월 시범사업이 종료됐는데, 아직도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사용하는 참가자도 있죠.”

지난해 실시한 오비맥주의 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사업은 국제도로연맹(International Road Federation)이 주최한 어워드에서 ‘Find a Way’ 부문을 수상했다. 이 연맹은 도로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다.

오비맥주는 산불·홍수·가뭄·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 시 재해구호용 탄산음료 ‘OB워터’를 긴급 지원한다. 사진=오비맥주

- ‘OB워터’에 대해서도 말해보죠. 사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라곤 해도 맥주 공장이 다른 음료를 생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생산시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우선, OB워터는 생수나 물이 아니고 탄산음료로 분류돼요. 오비맥주는 산불·홍수·가뭄·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재해구호단체와 함께 이재민에게 생수와 구호품을 지원하는 체계를 2016년 구축했어요. 하지만 오비맥주는 생수를 생산하지 않죠. 그러니 그동안은 다른 회사 제품을 구매해 지원했어요. 그게 참 아쉬웠거든요. 먹는샘물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는 이상 생수를 만들 방법은 없어요. 국내법상 별도의 시설도 보유해야 하고요. 맥주 제조 허가만 받은 오비맥주에겐 불가능한 영역이었던 거죠. 그러다가 2020년 맥주 외에 논알코올 음료를 생산하면서 돌파구를 찾았어요. 탄산음료는 오비맥주의 제조시설로 생산할 수 있거든요.”

- 그럼, OB워터를 생산할 땐 맥주 시설 가동을 멈추는 건가요?
“이재민에게 OB워터를 지원할 때마다 맥주 생산 라인을 멈추는 건 아녜요. 지난해 10월 재해구호용 OB워터 30만 캔을 생산해 물류센터에 보관해두었어요. 물론 재해구호단체에 전량 기부한 것들이죠. 그러곤 태풍과 가뭄 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재해구호단체를 통해 이재민에 긴급 지원하는 겁니다.”

 

- 요즘 기업들이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죠? 오비맥주는 맥주부산물로 만든 식품과 화장품을 히트시켰고, 고깃집 손님 외투용 가방까지 만들었어요.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맥주박이라는 게 생겨요. 맥주부산물, 맥주찌꺼기라고도 하죠.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같은 영양분이 풍부한데, 일부만 가축 사료로 사용하고 대부분 폐기해요. 이를 업사이클링해 식품과 화장품으로 선보이고, 그러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죠. 여기서 끝낼 게 아니라 추가 소재를 고민하다가, 맥아(麥芽)를 담는 포대도 상당량 버려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든 게 외투 보관용 가방이에요. 저희 대표 브랜드인 ‘카스’를 많이 소비하는 업소에 제공하면 효과적일 듯해 일부 고깃집을 선정했죠.”

지난 9월 열린 ‘맥주의 실험적 컬렉션’에 참가한 런웨이 모델들과 댄스 공연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모델들은 폐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옷을 입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 최근에는 현수막으로 만든 옷을 가지고 패션쇼도 열었어요. 업사이클링이 축제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무엇보다 기획 단계가 궁금합니다.
“올 초 열린 미스유니버스 예선에서 미스 태국이 버려진 알루미늄 캔의 뚜껑 꼭지를 엮어 만든 드레스를 입고 나왔어요. 그걸 보고 맥주 소재를 업사이클링한 패션쇼를 열면 재밌고 이색적이겠다 싶었어요. 더불어 오비맥주의 업사이클링 노력을 신선하게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기획했죠.”

- 그래도 준비 과정이 만만찮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패션디자인학회, 서울패션허브, 친환경 패션 아티스트 류근종(John Lyu) 총감독과 손잡았죠. 일반인도 관람할 수 있는 패션쇼와 전시회로 만들려고요. 서울패션허브 배움뜰이 모집한 패션 전공 대학생 디자이너에겐 패션쇼 런웨이 의상을, 한국패션디자인학회 소속 아티스트에겐 전시회 작품 제작을 맡겼죠. 류근종 총감독은 런웨이 의상 디렉팅과 무대 연출을 담당했어요. 류 총감독은 이미 2008년에 선거철 때면 대량 발생하는 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해 패션쇼로 선보인, 이 분야 선구자예요. ‘맥주의 실험적 컬렉션’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맥주회사의 패션쇼·전시회가 어떨지 기대를 많이 할 듯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어서 감동했어요. 제가 입고 싶은 작품도 많았고, 경매로 판매해도 고가에 팔릴 만한 근사하고 아름다운 작품도 적지 않았어요.”

 

- 개인적으로 오비맥주의 ESG 경영사례 중에선 몽골 에르덴 솜(Erdene Sum) 지역에 나무 심는 활동이 무척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국내에서도 할 일이 적지 않은데, 몽골까지 가서 나무를 심는다는 겁니다. 그것도 14년째예요. 이 활동의 ‘진심’을 듣고 싶어요.
“오비맥주의 몽골 조림(造林)사업은 역사가 꽤 돼요. 몽골에는 2009년에 ‘카스’를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인기가 많아졌어요. 몽골 소비자들이 고맙잖아요.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어떤 공헌 활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당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였던 사막화를 늦추는 조림사업을 생각해냈죠. 맥주 브랜드 이름을 딴 ‘카스 희망의 숲’ 조성사업이라고 해요.”

- 2010년 시작했으니까 비교적 빠른 추진이었어요.
“국제 기후환경 NGO(비정부기구)인 ‘푸른아시아’와 함께 그해부터 몽골 사막에 방풍림을 심었어요. 팬데믹 기간에도 멈추지 않았죠. 현지 봉사단이 있었기에 끊이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어요.”

- 단순한 조림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죠? 현지인의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진다고요.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목축(牧畜)을 할 수 없게 된 현지 주민, 그러니까 환경 난민들에게 사후관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제공하죠. 거기다 유실수까지 지원해 그 과실로 수익을 올리도록 도와주기까지 해요. 지속가능 환경 캠페인이라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으로부터 ‘생명의 토지상’을 받기도 했어요.”

-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나요.
“지난 14년간 매년 2만 그루에서 1000여 그루의 나무를 꾸준히 심었어요. 그 결과 모래 먼지 휘날리던 20여 ha(헥타르)의 사막이 풀과 나무가 자라는 희망의 숲으로 변했어요. 그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워요.”

이은아 이사는 오비맥주와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 구성원의 사명은 ‘우리는 더 크게 환호할 미래를 위해 큰 꿈을 꿉니다’라고 소개했다. 사진=오비맥주

-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얘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비맥주 광주공장의 태양광발전시설을 “민간 주도 탄소 감축 활동 모범사례”라며 추켜세우고, 실제로 현장을 방문하기까지 했어요. 김경만 의원과는 어떤 소통이 오갔나요?
“일단 그분은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할 때 수립하도록 규정한 산업단지개발계획에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계획’을 포함하는 〈산업입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탄소중립에 무척 관심 많은 의원이에요. 전남 강진 출신이어서 오비맥주 광주공장의 탄소 저감 활동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고 해요. 현장을 방문했을 땐 어려움이 있다고 포기하거나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아 탄소 저감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며 격려해줬어요.”

- 광주공장뿐만 아니라 이천공장 등에도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이천공장과 청주공장까지 세 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완공하고, 부족한 전력은 전력구매계약(PPA)이나 녹색요금제, 공인인증서(REC) 구매 등 국내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면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이행할 계획이에요. 이런 노력으로 2025년까지 회사의 탄소 배출을 2017년 기준 25% 줄이겠다는 방침도 세워놨어요. 오비맥주를 포함한 AB인베브의 목표는 2025년까지 공장과 사무실에서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 전기로 조달하는 거예요. 미국에선 이미 버드와이저 만들 때 필요한 전력을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 같은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요. 이렇게 생산한 맥주 패키지에는 ‘100% 재생전력’이라는 문구가 붙고요.”

-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더 드릴게요. 하나의 기업이 ESG 경영을 실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를테면 기획 의도부터 맨 마지막 추진까지 어떤 과정과 철학을 담아야 할까요.
“오비맥주와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 구성원의 사명(使命)은 ‘우리는 더 크게 환호할 미래를 위해 큰 꿈을 꿉니다’에요. 임직원, 거래처, 소비자, 지역사회 더 나아가 지구까지 모두 더 크게 환호하는 미래가 바로 오비맥주가 꿈꾸는 미래이자 이루고 싶은 지속가능한 미래죠. ESG 캠페인을 기획하고 추진할 때 늘 이런 사명을 이룰 수 있는지 염두에 둡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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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이은아  사회공헌  ESG  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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