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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 없는 LF '던스트'의 '왔다 사라지는' O4O 전략...떠오르는 패션 브랜드 공식 될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중심으로 시작된 브랜드… 온‧오프라인 시너지에 MZ세대 오픈런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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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3호 김예은⁄ 2024.01.09 16:49:22

던스트 겨울 컬렉션 화보. 사진=LF

“자네가 직접 해보지 그래?”

 

2018년 당시 LF 패션리서치&컨설팅실 소속 유재혁 과장은 LF 경영진 앞에서 각 브랜드 사업부의 시즌 트렌드와 신사업 방향성을 제시하며 서 있었다. 그는 LF의 신사업 전략으로 ‘2030 세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브랜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5~2017년은 스트릿패션 붐과 함께 디스이즈네버댓, LMC, 커버낫, 앤더슨벨 등 국내 온라인 브랜드가 성장 중이었다. 하지만 패션 대기업이 스트리트 브랜드를 출시해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그는 “LF도 이러한 종류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오규식 부회장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마땅한 적임자는 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던 오 부회장은 유 과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자네가 직접 해보지 그래?” 2018년 늦은 봄, 그렇게 유재혁 과장은 새로운 스트릿 브랜드의 수장으로 브랜드 런칭의 선봉에 섰다.

이 신규 브랜드는 시작부터 패션 대기업의 통상적인 런칭 공식을 탈피한 행보를 보였다. 인재 채용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이뤄졌고, ‘던스트(DUNST)’라는 새로운 브랜드 이름은 파리 길거리에 적혀있던 낙서에서 차용했다. LF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임원진의 결재 없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자율성 아래 나타난 독특한 행보는 역설적으로 빠른 성장과 수익으로 이어졌다.

패션업계에서 신규 브랜드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통상 5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하지만 브랜드 기획 3개월 만에 첫 상품을 선보인 던스트는 빠르게 밀레니얼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런칭 이후 해마다 세 자리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2년도 채 되지 않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두터운 팬덤 층을 구축하며 브랜드 탄생 약 4년만인 2022년에는 런칭 초기 대비 1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인스타 채용부터 O4O 전략 기반

온라인 고객 결집 강화

던스트 겨울 컬렉션 화보. 사진=LF

브랜드 런칭을 맡은 유재혁 과장은 먼저 인스타그램 DM으로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걸그룹 출신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브랜드 매니저 등 패션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없어도 브랜드의 활동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과감히 채용했다. 지금도 던스트의 채용공고에는 모든 입사지원자의 이력서에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필수로 기재하도록 돼 있다.

유 과장은 그렇게 꾸린 새 팀명을 ‘던스트’로 명명했다. 이는 유 과장이 지은 브랜드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며 파리 길거리에 앉아서 쉬고 있던 유 과장은 한 벽에 무심히 써있던 ‘DUNST’라는 낙서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는 새로운 브랜드는 시대, 성별, 그리고 특정한 콘셉트에 얽매이지 않길 희망했다. 사전적 의미로 ‘형체가 없는’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가 그 콘셉트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렇게 브랜드 ‘던스트(DUNST)’는 탄생했다.

던스트 런칭을 앞둔 2019년에는 지난 수년간 메가 트렌드였던 스트릿 패션도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었다. 이에 던스트는 칼라와 그래픽에 중점을 두는 기존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나치게 튀지는 않으면서 미세하게 다른 디테일, 질리지 않는 디자인, 힙한 분위기의 색감과 스타일리시한 핏을 강점으로 폭넓은 범위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고자 한 것이다.

유통도 LF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LF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W컨셉, 29CM, 무신사 등 20~30대가 모인 온라인 편집숍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나갔다. 또한 브랜드 공식 온라인몰인 ‘던스트 스튜디오’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던스트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며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지 약 2년 2개월 만에 새로운 자회사 ‘씨티닷츠’ 독립법인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씨티닷츠(CTDOTS)’는 ‘단편적 사실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커넥트 더 닷츠(CONNECT THE DOTS)’의 약자로, 정형화되지 않는 21세기 패션 트렌드에서 핵심적인 것들을 종합해 고객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시티닷츠 독립법인으로서 던스트는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및 상여금을 부여하는 이익공유형 회사를 표방하며, 성과에 따른 결실을 공유해 주도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장하여 K-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 하우스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던스트 팝업스토어 더현대대구 오픈런 모습. 사진=LF

던스트는 국내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쇼핑 경험을 자유자재로 연결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강화해왔다.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하며 온라인몰 위주의 입점 전략으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브랜드 던스트는 다양한 고객층과의 접점 확대 차원에서 수도권과 주요 지방 거점에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하반기 연달아 진행했다. 23FW 컬렉션 론칭 이후 9월 더현대서울, 10월 더현대대구 등 매달 팝업스토어를 열어 일 최고 1000여명 방문객 기록, 오픈 4시간 전부터 백화점 앞 오픈런 행렬 등 뜨거운 현장 반응을 모았다.

던스트가 이러한 채널 믹스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다변화된 MZ 고객들의 쇼핑 패턴을 반영한 데에 있다. 던스트 관계자는 “요즘 2030대 고객들은 온라인 쇼핑 환경에 익숙하면서도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브랜드과의 교감을 추구하는 변화무쌍한 형태의 소비자”라며 “이러한 고객들의 다채로운 니즈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수도권 외에 지방 주요 거점 고객들과도 골고루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던스트의 O4O 전략은 온·오프라인 연계 시너지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팝업 진행 이후 약 2주간 온라인 매출과 구매자 수는 팝업 직전 대비 약 30% 증가했고 공식 홈페이지 가입자 수도 늘어났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 영향력 확대

던스트 2023 SS 블랙핑크 지수 화보. 사진=LF

던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홀세일 판매에 적극 나서며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2023 프리스프링(PRE-SPRING) 시즌 컬렉션부터 해외 수주를 진행했는데, 첫 시즌 만에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중국, 홍콩 등 12개국의 유명 백화점 및 온오프라인 편집숍을 대상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곳으로 캐나다 명품 플랫폼 ‘에센스(SSENSE)’, 이탈리아 럭셔리 편집숍 ‘루이자비아로마(LUISA VIA ROMA)’와 밀라노에 위치한 백화점 ‘리나센테(RINASCENTE)’, 스위스 백화점 ‘본제니그리더(BONGENIE GRIEDER)’, 홍콩의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LANE CRAWFORD)’ 등이 있다. 던스트 관계자는 “이들 현지에서 판매 중인 던스트의 2023 봄여름 시즌 컬렉션은 예상치 보다 높은 판매고를 기록해 에센스(SSENSE)를 포함한 다수의 바이어들로부터 리오더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2023 봄여름(SS) 시즌 홀세일 판매 성과에 힘입어, 올해 초 진행된 2023 프리폴(PRE-FALLl) 시즌과 가을겨울(FW) 시즌 발주에서도 해외 각국의 신규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자 던스트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홀세일을 통해서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의 국가에 새롭게 진출하며 총 15개국에서 해외 바이어를 확보하게 됐다. 그 결과 하반기 해외 수출 규모는 2023 봄여름(SS) 시즌 대비 60% 이상 신장하는 등 세계 무대로의 브랜드 확장 가능성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이번에 새롭게 진출한 대표적인 곳으로는 미국의 유명 패션 렌탈 플랫폼으로 ‘의류업계의 넷플릭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 이탈리아 꼬모(COMO) 지역의 럭셔리 부띠크인 ‘테사빗(TESSABIT)’, 일본의 1세대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숍으로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셀렉트숍 ‘빔즈(BEAMS)’와 일본 유명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기업인 베이크루즈 그룹이 운영하는 ‘앱스튜디오(AP STUDIO)’ 등이 있다.

던스트는 런칭 5년 차를 맞는 올해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삼고 마케팅에서도 박차를 가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세계적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를 브랜드의 첫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던스트의 시대를 초월한 컬렉션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선 지수의 특별한 매력을 결합해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차별화된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목표다.

던스트는 2020년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파리 쇼룸을 2022년부터 재개하는 동시에, 뉴욕 쇼룸까지 추가로 운영해 유럽과 미주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파리, 뉴욕, 런던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브랜드 노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상해 지하철역 등에 던스트 브랜드 앰버서더인 블랙핑크 지수 스크린 광고 캠페인 등을 전개하며 아시아 중요 시장 확보에도 더욱 힘쓰는 중이다. 앞으로도 브랜드 색깔과 부합하는 해외의 유명 연예인과 셀럽을 활용한 현지 마케팅에도 역량을 집중해 국내를 넘어 북미, 유럽, 아시아를 무대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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