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2024.04.12 11:51:33
한국은행(한은)이 12일 기준금리를 15개월 연속 3.5%로 동결했다. 또한 올해 성장률이 2.1%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말에 물가가 2% 2.1%,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종전과 같이 유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내린 결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린 3.5%로 결정한 뒤 이번까지 10차례 열린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려왔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5.25~5.50%)의 기준 금리 차이는 지난 2022년 9월 이후 1년 7개월 연속 2.0%p로 금리 역전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역대 가장 오래 지속된 금리 역전은 지난 2005년 8월 9일부터 2007년 9월 17일까지 2년 1개월 간이다.
금리 동결 이유에 대해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대외 경제여건에 대해 한은은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인플레이션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주요국별 경기 상황과 물가 둔화 속도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5%로 전달(3.2%)보다 오히려 상승한 데 비해, 유로존은 2.4%로 전달(2.6%)보다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0.7%에서 0.1%로 떨어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금리(10년물)는 지난해 12월 3.88%에서 올해 2월 21일 4.32%, 4월 11일 4.59%로 급등했고, 달러인덱스는 101.3에서 104.0을 거쳐 105.3까지 올랐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향후 성장경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IT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3월중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4%로 낮아졌지만,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과 같은 3.1%를 유지했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오히려 3.2%로 상승했다.
한은은 “앞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물가경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미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주로 영향받아 하락했다가 반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주변국 통화의 약세 등으로 상승했다.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 증가세 둔화와 기타대출 순상환 지속으로 감소했다. 주택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는 잠재해 있는 상황이다.
금통위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