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의 자회사인 아르떼케이가 이달 1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임승현의 두 번째 개인전 ‘필그림(Pilgrim)’을 진행한다. 지난해 아르떼케이에서 첫 번째 전시를 선보인 작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신작 30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신사동 아르떼케이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전시 기간 중 무휴다.
임승현은 지난 전시인 ‘마이 프라이빗 가든(My Private Garden, 2023)’에서 우리의 삶을 정원에 비유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꾸리며 살아가는 존재들을 조명했다. 애정 어린 관찰자의 시선으로 다채로운 삶의 장면들을 펼쳐 보여준 작가는 이제 그 눈길을 정원 너머, 무한히 뻗어 있는 ‘길’로 향한다.
소설에서 서술자의 위치(시점)를 설정해 이야기의 전달 방식을 구성하듯, 아르떼케이와 두 번째로 함께 하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스스로 관찰자이자 주인공이 돼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 제목은 ‘Pilgrim’은 순례자를 뜻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먼 곳인 줄 알면서도 힘든 줄 알면서도 아픈 줄 알면서도 되돌아오지 못할 걸 알면서도 우리는 무수한 발자국을 남기며 길을 떠난다”며 유한한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떠나는 순례자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여정의 의미를 그림으로 찾고자 한다.
스스로를 ‘엉터리 농사꾼’이라 칭하는 작가에게 그림이란 밭을 일구고 나무에 열매를 맺게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떼케이 측은 “작가는 열매가 얼마나 크고 멋진 모습으로 잘 영근 것 보다는 매일 햇볕을 쬐어주고 나무에 물을 주는 ‘가꿔주는 생활’에 더 큰 기쁨이 있는 듯하다”며 “그렇게 매일 성실히 가꾸어 나가는 일상과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존재들이 작가의 그림에서 가장 빛나는 이야기가 된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 곳곳에서 관람자는 작가가 떠나온 길 위에서 때로는 주저했던 발걸음, 그럼에도 다시 여정을 출발하는 발돋움들을 마주하게 된다”며 “관람자가 임승현이 걸어온 길 위로 남겨진 각기 다른 모양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며, 그림으로 향하는 작가의 마음에 공명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한편 2021년 9월 1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르떼케이는 케이옥션의 100% 출자 회사로 예술의 긍정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새로운 형태의 작가 매니지먼트를 선보이기 위해 설립됐다. 아르떼케이는 오랜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목할만한 작가를 발굴, 지원하고 컬렉터와 연결해 예술의 긍정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