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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뉴욕의 거장들'에 이은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전시...'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개최

노원문화예술회관 노원아트뮤지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권진규, 김은호, 박래현, 박수근, 변관식, 오지호, 이상범,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채용신, 천경자 12인의 걸작 58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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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8.23 20:56:32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개막일인 23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 노원아트뮤지엄에는 오전부터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권진규, 김은호, 박래현, 박수근, 변관식, 오지호, 이상범,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채용신, 천경자 12인의 실제 원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6만여 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블록버스터급 전시 '뉴욕의 거장들'을 개최한 바 있는 서울 노원구(구청장 오승록)는 이어 한국 근현대 명화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다. 전국에 흩어진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13개 주요 미술관, 기관과 협업했고 일부 작품들은 개인 소장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태동하는 시기를 다루는 만큼 전통과 다양한 미술 사조의 영향을 받은 움직임들이 폭넓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변관식의 산수화와 이상범의 수묵화로부터 향토적인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박수근, 장욱진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강렬한 색채의 천경자, 오지호의 회화와 선구적인 방법론을 도입한 박래현의 판화도 선보인다. 생활고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탄생시킨 이중섭의 은지화, 엽서화와 함께 프랑스에서 1980년 광주의 소식을 들은 이응노가 그린 '군상' 같은 작품은 작가들의 예술적 지향과 함께 동시대 예술가들의 고뇌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도슨트 이정한 씨의 해설을 듣는 관람객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첫날(23일) 오전 11시에는 KBS 라디오 '문화 공감'에서 3년째 미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슨트 이정한 씨가 전시 해설을 진행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도슨트 이정한 씨는 채용신 작가(1850~1941)의 '초상화' 앞에서 해설을 시작했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이 작품은 조선시대 초상화와는 달리 풍경이 그려진 병풍이 인물 뒤에 배경처럼 그러져 있었는데, 이것은 중국 초상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채용신 작가는 1900년대 역대 어진을 다시 제작해 모시는 일에 참여 했고, 1901년에는 고종의 어진도 제작했다. 1905년 일본의 통감부 설치로 관직을 내놓고 전주로 내려가 초상화 주문을 받아 제작했다. 


부유한 가문에 태어나 일본 미술 유학까지 갔던 이중섭은 이후 일본이 아내와 두 아들과 떨어져 지내며 빈곤한 삶을 살았던 작가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작품에는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인 동시에 작가가 어린시절 접했던 예술적 경험을 반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려청자 주전자가 있는데 자연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작품을 본 건 확신할 수 없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이중섭 작가가 이런 스타일의 청자들을 많이 접하고 우리 한국의 전통 미술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관람객들은 한 산수화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병풍 위에 펼쳐진 변관식 작가의 '진양성'이다. 애국심이 강해 일본 순사에게 항거하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화가들은 서화와 비슷한 일본화의 유입에 위기감을 느꼈고 이와 대별하기위해 동양화라는 말을 사용했다. '진양성'을 자세히 보면 원근법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중국이 서양 선교사 책자 속 그림에서 영향을 받은 원근법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이라는 게 도슨트의 해설이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제 2전시실에서 만나는 첫 작가는 이응노이다. 먹을 사용한 전통적 작품을 보여주는 이응노 작가는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던 중 국내는 물론 세계 문화인들의 항의와 후원으로 석방됐다.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다시 윤정희 백건우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고 국내에서 활동이 단절되자 결국 1983년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했다. 1980년 광주 소식을 들은 작가는 '군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응노는 1989년 호암미술관 개인전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수많은 사람들을 한지에다 먹으로 그린 그림, 감옥의 도시락 통을 활용한 작품이 관람객에게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전시된 천경자의 그림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천경자 풍에 더해 새로운 특징을 보여준다. 도슨트는 “가운데 진하게 칠한 서양식 느낌의 '볼티모어에서 온 여인' 과 달리, 양 옆의 '금붕어'와 '개구리'는 채색이 굉장히 얇고 우리 전통적 그림처럼 보입니다. 가운데 그림이 1990년대 그림이고 양옆 그림이 1960년대에 그린 것이니, 작가가 30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거기에서 봤던 풍경이나 색채, 새로운 서양 화가들의 기법 등에 영향을 받아 보다 풍성해지고 확장된 작품 세계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항구의 배가 이국적으로 보이는 오지호 작가의 '화물선'은 이국적인 풍경이다. 오지호 작가 역시 천경자 작가처럼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서양화들의 영향을 받고 탐구했던 인물이다. 빛이 부서지는 모네의 그림처럼 오지호 작가는 서양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박수근 작가의 그림 중 '박수근동화원화'는 박수근 작가가 아내 김복순 여사와 함께 아이들을 위해 만든 동화책이다.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찢고 있는 모습, 고구려 벽화에서 볼 수 있는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모습 등 우리 전통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들을 주제로 삼아 동화책을 만들었다.


박수근 작가는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유학한 화가들에 밀려 주류가 되진 못했고 늘 가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작가는 생계를 위해 미군 PX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렸는데 당시 호객을 했던 인물이 바로 서울대생 소설가 박완서였다고 한다. 소설가 박완서는 이후 '나목'이라는 소설로 박수근 작가의 삶을 그려냈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된 박수근 작가의 '농악'과 ' 두 여인'도 만날 수 있다. 물감을 수십겹 쌓아 올려 울퉁불퉁한 질감을 만든 이 그림들은 동네 담벼락 위 낙서를 떠올리게 한다. 농악을 하는 사람들과 생계를 위해 소쿠리를 들고 나와 앉아 있는 여인들은 한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마지막 양 옆 조각은 무엇을 만들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왼쪽 '땋은 머리' , 오른쪽 '고양이'는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이다. 생동감 넘치는 조각이었지만 작가 생전의 조각계의 유행은 추상적 느낌의 조각이었다고 한다.


도슨트 이정한 씨는 “이번 전시의 부제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처럼 작가들은 예술을 사랑하고 지켜 나가고 싶어 하는 다정한 영혼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삶은 녹록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작품을 어필하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갈망했다는 것이죠. 그 작가들의 마음을 기억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노원문화재단 관계자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의 길을 걸어온 작가들은 각기 화풍도 주제도 다르지만, 지금의 한국 미술을 쌓아 올린 주춧돌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고독한 삶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순수함과 다정함을 통해 예술이 결국 사람을 위한 것임을 관객들이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일반 5천 원, 노원구민 3천 원이며 단체관람 및 아동 청소년은 추가 할인된 요금으로 관람할 수 있다. 구민들이 일상에서 수준 높은 전시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복지 차원에서의 배려다. 구는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슨트 투어도 무료로 제공한다.

'다정한 마음, 고독한 영혼 : 한국 근현대 거장의 삶과 예술' 전시장 입구.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는 기간 중 추석 당일과 매주 월요일만 휴관하며, 추석 연휴와 개천절 등의 휴일에는 계속 운영된다. 특히 8월 23일 첫날부터 9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SNS를 통해 관람을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수락산 자연휴양림 “수락 휴” 숙박권 증정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구는 총 다섯 명을 선정해 트리하우스를 포함한 수락휴 숙박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구에서 자랑하는 문화와 힐링을 모두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8월 23일부터 10월 16일까지 노원구민 생활체육 모바일 앱인 <스마트노원핏>에 전시 관람을 인증하면 특별 마일리지 500포인트도 지급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수준 높은 예술로 일상이 풍요로워지고 세상을 보는 이해가 달라질 수 있는 계기를 구민들에게 선사하고 싶다”며, “전국에 흩어진 좋은 작품이 구민을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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