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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CEO] ‘취임 5주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위기 속 혁신’으로 ‘글로벌 톱3’ 이끌다

엔비디아 ‘깐부치킨 회동’ 협력 강화… 전동화·프리미엄 전략으로 사상 최대 실적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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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5.11.24 10:42:5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과감하고 도전적인 경영 전략으로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 엔비디아와의 ‘깐부치킨 회동’으로 AI 시대의 한 축을 자임한 그는 디자인 경영과 전동화·프리미엄 전략을 기반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끌며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과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워’에서 ‘글로벌 리더’로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과거의 ‘패스트 팔로워’에서 디자인, 품질, 기술 측면에서의 진정한 리더로 변모시키며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모터스포츠, 안전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으며, 로보틱스와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같은 새로운 분야로도 진출했다.”

지난 8월 18일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 창업회장-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을 ‘100주년 기념상(Centennial Award)’ 수상자로 발표하며 게재한 특집 기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가문의 유산을 기반으로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를 새로운 위상으로 도약시키다(Euisun Chung builds on family legacy while pushing Hyundai, Kia, Genesis to new heights)” 내용의 일부다.

 

‘오토모티브 뉴스’의 정주영-정몽구-정의선 ‘100주년 기념상’ 수상 관련 기사. 사진=오토모티브 뉴스
 

실제로 정 회장이 이끌어낸 성과는 눈부시다. 회장 취임 직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완성차 판매 순위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은 ‘글로벌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때는 꿈같은 목표로 여겨졌던 ‘글로벌 빅3’를 넘어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현대차는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 2위에 올랐다.

이 기간 동안 그룹 가치도 급등했다. 현대차 시가총액은 2020년 10월 약 38조원에서 2025년 10월 기준 약 44조원으로 늘었으며, 기아는 같은 기간 약 20조원에서 약 39조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등 상장 계열사들을 모두 합한 그룹 시가총액 규모는 2020년 약 99조원에서 2025년 10월 약 165조원으로 약 66조원이나 늘었다. 정 회장이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타이거 노즈’와 제네시스…‘도전과 혁신’ 주도

정의선 회장은 1970년생으로 정몽구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휘문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기아자동차 사장(2005년), 현대차 부회장(2009년)을 거쳐 2020년 10월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기아 사장 재임 당시 브랜드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며 ‘디자인 경영’을 그룹 전반에 확산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 기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고 ‘타이거 노즈’ 등 상징적 디자인 언어를 구축하자, 판매가 늘어난 건 물론 브랜드 이미지도 급상승했다.

 

2016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NAIAS)에서 제네시스 G90이 미국 시장에 처음 공개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어드바이저(맨 오른쪽). 사진=현대차그룹
 

프리미엄 전략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2015년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독립 출범시킬 때만 해도 한국 완성차 업체가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G80·GV80·G90 등 성공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고급차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환경차 분야에서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 수소전기차 ‘넥쏘’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글로벌 친환경차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이처럼 정 회장은 지난 5년간 그룹에 도전과 혁신의 유전자를 심고, 놀라운 성과를 이룬 리더로 평가된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했지만, 전동화 전략과 함께 시의적절한 라인업 강화 등으로 돌파에 성공, 글로벌 판매 톱3에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시련을 기회로’…위기 돌파 투트랙 전략

2025년은 정의선 회장에게 시련과 영광이 교차한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 25% 관세’ 리스크와 전기차 시장의 캐즘(수요 정체)이라는 이중고가 현대차그룹을 압박했다.

이에 그는 1월 신년회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으며, 상반기에는 미국 내 31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트럼프 측과 통상 채널을 적극 가동했다. 9월에는 친환경차 전략을 전동화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아우르는 균형 전략으로 유연하게 수정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마침내 지난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에 결실을 맺었다. 10월 30일 정 회장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이른바 ‘깐부치킨 회동’에 참여하며 AI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냈고, 이어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불확실성이 타개됐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치맥 회동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오른쪽)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 타결된 한미 간 관세협상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는 일본·유럽과 동일한 15% 수준으로, 연간 약 4조4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북미 현지 생산을 120만대까지 확대하고 부품 현지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동시에 울산·아산 등 주요 공장을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로 업그레이드하고, 1차 협력사에 대해서는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는 상생 방안도 내놓았다. 현지화와 국내 혁신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투트랙 전략이다.

지난 11월 1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정 회장은 2026~2030년 국내 투자액을 125조20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종전 5개년 계획보다 36조원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AI·로보틱스·SDV 등 미래 신사업에만 50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을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정부의 관세 협상 성과에 깊은 감사를 표했고, 최근에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에도 이재명 대통령과 동행하며 신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AI, 로보틱스, SDV…’인류를 지향하는 혁신’ 추진

업계에서는 이번 125조원 국내 투자 계획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파운드리, PEM 수전해 설비 등을 대거 구축해 한국을 명실상부한 모빌리티·AI·로봇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구상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2026년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페이스카를 시작으로 주행거리 900km급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확장형 전기차),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상용화 등도 이뤄질 전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팟'과 걷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시너지를 통한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도 가시권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북미 시장에서는 제네시스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큰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혁신은 인류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진보는 사람의 삶을 향상시킬 때 의미가 있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고객중심의 솔루션을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를 위한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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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기아  제네시스  아이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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