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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색의 결, 획의 숨' 개최

남도의 길 위에서 길어 올린, 한국화가 김선두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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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12.24 14:04:00

전시 전경.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12월 23일부터 2026년 3월 22일까지 《김선두 초대전–색의 결, 획의 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남도 수묵의 정신을 토대로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해 온 전남도립미술관의 지역작가 초대전 기획의 일환으로, 한국화가 김선두(1958~, 전남 장흥 출생)가 지난 40여 년간 구축해 온 예술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김선두는 남종 문인화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소천(小泉) 김천두(1928–2017, 전남 장흥 출생) 화백의 장남이다. 김천두는 남농 허건과 월전 장우성에게 사사했으며, 김선두와 차남 김선일, 그리고 손자 김중일(서울대학교 한국화과)로 이어지는 3대 화가 가계를 형성해 한국 화단에서도 드문 예술적 계보를 이룬다.

전시 전경. 사진=전남도립미술관

한편 김선두는 1980년 일랑 이종상 화백에게 산수화와 장지 기법을 배우며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했고,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계기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같은 고향 출신인 소설가 이청준과 30여 년에 걸친 깊은 예술적 교류를 이어왔으며,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는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았다. 아울러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리며 대중적 인지도 또한 확장해 왔다.

느린 풍경-유정길, 2021, 장지에 분채, 200x278cm
싱그러운 폭죽, 2023, 장지에 먹, 분채, 200x800cm

전시에서는 작가의 고향에 대한 기억과 남도의 자연 풍경에서 출발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낮별〉, 〈느린 풍경〉, 〈지지 않는 꽃〉, 〈아름다운 시절〉 등 김선두의 주요 연작을 폭넓게 소개한다. 특히 대형 신작 〈밤길〉과 함께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들을 다수 선보이며, 작가의 조형적 탐구와 회화적 실천을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김선두 회화의 핵심은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동양화 분채와 안료를 혼합한 색을 수십 차례 반복해 쌓아 올리는 독자적인 장지 채색 기법에 있다. 장지는 색을 천천히 머금고 스며들게 하는 고유의 물성을 지니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색은 겹겹이 축적되어 깊은 결을 형성한다. 이처럼 중첩된 색의 층위는 단순한 색채의 반복을 넘어, 작가가 오랜 시간 지속해 온 수행과 사유의 흔적, 곧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 《색의 결, 획의 숨》은 이러한 조형적 특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색은 시간을 머금은 결을 이루고, 획은 그 시간 속에서 남겨진 호흡과 움직임을 드러낸다. 이는 김선두 회화의 핵심 미학으로, 전통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이를 동시대적 감각과 조형 언어로 확장해 온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전시는 연대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작가의 삶과 경험, 사유의 흐름을 중심으로 주요 대표작을 엮어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남도 풍경 속 자연의 감각과 서정을 담아낸 「1. 모든 길이 노래더라」, 들꽃의 이미지에 깃든 강인한 생명력을 조명하는 「2. 그거이 달개비꽃이여」, 고향의 대지와 삶의 속도에 대한 성찰을 담은 「3. 사람다운 길은 곡선이라야 한다」, 그리고 한국화의 동시대적 의미와 미래 가능성을 모색하는 「4. 우리 그림을 위하여」로 이어지며, 김선두 예술의 조형적 특징과 미학적 성취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또한 전시에는 ‘시와 그림’을 매개로 한 참여형 공간이 마련되어, 관람객이 작가의 문학적 감수성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김선두는 오랜 시간 문학인들과의 협업을 지속해 온 작가로, “내게 시는 지난한 붓질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회화는 남도의 땅을 걸으며 마주한 삶과 자연, 그 속에 깃든 정서를 ‘길’이라는 서사적 모티프로 풀어내며, 관객은 작품을 따라가듯 감상하며 수묵이 드러낸 길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삶의 정서를 천천히 탐색하게 된다.

포스터. 이미지=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이번 《김선두 초대전–색의 결, 획의 숨》은 김선두 예술이 지닌 색의 결과 획의 숨을 고요히 경험하며, 남도 수묵의 정신이 오늘의 삶과 회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기획한 전시”라며, “지역 작가로서 자신만의 독창적 회화 언어를 구축해 온 김선두의 작업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연구와 담론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의 개막식은 12월 24일(수) 오후 3시에 개최되었으며,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내년 1월 중 아티스트 토크와 한국화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작가의 작업 세계와 창작 의도를 관람객과 보다 깊이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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