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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기득권층만을 위해 3불정책을 해제할 순 없다

<인터뷰>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정책실장,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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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호 ⁄ 2007.07.03 10:33:10

“3불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을 해제하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소수 기득권층에 불과하다. 국민 대다수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 정책실장)은 12일 CNB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일부 사립대에서 제기하고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흔들기’에 여념이 없는 3불정책 폐지 주장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3불정책이 해제되면 고소득층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져 형평성을 해친다”면서 “3불정책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고사→사교육 부담 증가와 대규모 입시부정 어떻게 막으려나 박 교수는 “본고사 즉 학교별 시험을 보면 사교육에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집안의 학생들이 이득을 보는 것은 물론이다”며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학교별 시험을 보는 곳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입시부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학교별 시험을 실시할 경우 지방대학이나 이름 없는 대학에서는 부정이 이뤄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사립 명문대학에서는 대규모 입시부정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입시부정 등 대학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3불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박 교수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 2월 OECD에서 발표한 ‘한국고등교육 보고서’는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고등교육의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빨리 3불정책을 해제하는 것은 위험하다(42~43쪽)”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리해지는 것은 단지 소수이며 피해를 보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라는 점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논술은 대학별로 본다고 해도 따로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지만 학교별로 본고사를 보면 이른바 학교별 맞춤형 과외가 나올테고 이는 사교육 부담이 늘어나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고 우려했다. ■고교등급제? 이미 고등학교는 차별받고 있다 고교등급제는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 따위를 근거로 고등학교를 등급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명문 대학에 신입생을 많이 진학시킨 학교에 높은 평가를 받게 하고 그것이 후배들에게 일정한 정도 적용이 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원하는 교육예산에서 이미 심각한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시 서초구나 강남구는 2005년의 경우 지역 학생에게 1인당 64만원을 지원한 반면 같은 서울이라도 동대문구나 성북구는 지자체가 지원한 교육예산 규모가 불과 몇 천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산진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지원하는 교육예산이 ‘0’원이었다. 박 교수는 “고소득층이 밀집해 사는 지역의 학생들이 교육여건이 높고 그래서 이 학생들이 수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여기에 학교를 등급화해서 차별을 이중화하는 것은 결국 중저소득층 출신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제도이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하버드 대학은 사회적 약자들이 입학하게끔 하는 쿼터제를 두고 있고 영국도 각 대학에서 신입생 중에서 저소득층 출신 학생의 비율과 그들이 사는 출신과 공립학교 출신 비율을 지정해 대학들이 이를 안 따르면 재정상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선진국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우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반대로 가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기회가 축소되거나 차단되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로 봐도 결코 이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득권층만 대변하는 ‘조·중·동’과 한나라당 애초 3불정책 해제를 주장한 이들은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가운데 가장 여론의 반감이 심한 기여입학제만이라도 뺀 2불정책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미국의 기여입학제는 한 학생의 몇 대 위의 선조들이 대학에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몇 대 밑에 손자들이 성적이 안 될 경우 학교에서 이를 봐주고 입학을 허락하는 것인데 한 학교당 대개 1년에 1~2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부 사립대학이 주장하는 것은 기부금입학제는 대가를 바라고 곧바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부 사립대학들은 재정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다. 그러나 2006년 현재 전국 사립대학교의 적립금은 5조원이 넘는다. 정봉주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1~2005년까지 사립대학 등록금 인상 총액보다 적립금 총액이 더 많았다. 박 교수는 “재정난 때문에 기여입학제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에 대해, “3불정책을 해제하면 득을 보고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데 손해를 보는 사람은 대다수 국민이다”며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지금까지 기득권 층 이익을 대변해왔고 한나라당 역시 자신들의 기반이 보수 기득권 층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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